[횡설수설/김승련]트럼프 네 번째 기소는 마피아 두목 잡는 특별법
▷이 특별법은 마피아 두목을 잡기 위해 1970년 처음 제정됐다. 범죄를 뒤에서 실제 조종하면서도 증거 부족으로 처벌을 받지 않는 범죄단체 두목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을 때였다. 특별법은 정식 범죄조직은 아니더라도 사실상의 결사체(enterprise)를 만든 1인자를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근년 들어선 내부자 거래 등 금융인 여럿이 연루된 범죄에도 적용됐다. 조지아주 검찰은 트럼프와 그의 백악관 비서실장 등 19명을 조지아 대선에 개입한 결사체로 봤다. 유죄가 확정되면 5∼20년 형이 예상된다.
▷공소장에 따르면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1만1780표를 찾아내라고 압박했다. “내가 1만1779표 차이로 졌다고 집계됐다지만 부정한 표가 많다. 가짜 서명이 수십만 개 나왔다”고 말했다.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국무장관은 “재검표를 3번 했다. 당신은 이기지 못했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결국 지지자들을 선동해 ‘바이든 당선 확정’을 발표하는 날 의사당에 난입하도록 했다.
▷4차례 형사재판에 회부됐지만 트럼프는 공화당 내 1위 후보다. 뉴욕타임스가 의뢰한 7월 조사에서 그가 54%를 얻었을 때 2위 후보는 17%에 그쳤다. 1급 핵 군사기밀 유출(두 번째 기소), 부정선거설 유포 및 부통령 회유·압박(세 번째 기소) 혐의가 심각해 보이지만 지지율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가 당선된다면 첫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에게 “두 번째, 세 번째 기소를 취소하라”고 명령할 것이란 예상이 요지부동 지지율의 배경이다. 하지만 네 번째 기소는 사정이 다르다. 연방 법을 적용한 앞선 기소와 달리 조지아주 법에 따른 것이어서 대통령에겐 사면권이 없다.
▷트럼프는 8월 말 조지아주 법원에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으니 재판은 이미 시작됐다. 이렇듯 대선 유세지와 법정을 오갈 트럼프가 마주한 혐의들을 떠올리면 착잡하다. 그가 자유 진영의 리더가 다시 될 가능성이 작지 않아 그렇다. 트럼프는 유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쿼드(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다자안보 협력체에서 존중받을까. 오늘 시작하는 한미일 3국 정상회의는 어떻게 운용될 것이며, ‘마피아 두목’ 꼬리표에 중국 러시아 북한은 어떻게 반응할까. 지금의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글로벌 역할을 줄이는 고립주의가 트럼프 1기의 외교 기조였다.
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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