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아동의 ‘기록되지 않는 삶’[함께 사는 삶/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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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아동을 돌보고 있는데, 시의 지원을 받을 수 없어서 힘들어요." 필자가 운영위원으로 있는 지역아동센터 센터장님의 하소연이다.
사연인즉 부모가 불법체류 외국인으로 아동의 출생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시의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가에 출생등록도 되어 있지 않고, 지역아동센터의 출석부에도 기재되어 있지 않은 '있어도 없는' 아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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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미등록 아동 문제가 연일 기사화되고 있다. ‘출생통보제’ 법안이 6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내년부터 시행되지만 통보 대상이 ‘내국인’으로만 한정돼 ‘미등록 이주 아동’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남게 된다. 국내 미등록 이주 아동은 2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행정자료 등에서 추산하고 있으나 이 아동이 몇 명이나 있는지,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정확한 현황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다. 국가의 어떠한 시스템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 아동들은 범죄나 학대 피해에 노출되어도 확인하기 어려우며, 아동학대가 발견되어 보호되더라도 장기보호에 필요한 생계비나 건강보험 지원이 되지 않아 국가의 아동보호 체계 내에서 안정적인 지원을 받기 어렵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자격증 응시 기회도 차단되며, 휴대전화 개통이 안 되는 등 누구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이들에게는 넘기 어려운 장벽이 된다.
아동의 기본적 권리 보장을 위한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미등록 이주 아동 출생등록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아동권리협약 제7조에 근거하여 부모의 법적 지위 또는 출신지와 관계없이 모든 아동이 온라인 출생신고를 포함한 출생신고를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어 있지만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주 배경 아동이 증가하면서 아동복지 현장에서는 미등록 이주 아동의 어려움과 이들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많이 공감하지만, 한편에서는‘불법체류자의 자녀까지 도와야 하는가’ 하는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그러나 어떠한 아동도 국가와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나지 않는다. 이 땅에서 살고 있는 모든 아동의 안전을 지켜주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되고 차별받는 이들의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곧 국가의 인권을 측정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김지혜 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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