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범죄만 문제?..."고립 종용하는 사회 분위기부터 해결해야"
대중 공포 커지고 정신질환자 더 고립되는 악순환
"퇴원 후 치료 절벽…재발·방치 위험성 높여"
[앵커]
최근 정신질환자가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잇따르며, 정신질환자 자체를 두려워하는 풍토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신질환자의 사회 연착륙과 자립을 돕는 제도는 거의 없다시피 한데요,
이런 상황에서 정신질환자를 배척하면 오히려 이들을 고립시키고, 위험한 상황에 빠지도록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강민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피의자인 최원종은 3년 전 조현성 인격장애를 진단받았습니다.
[최원 종 / '분당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지난 10일) : 제 집 주변에 조직 스토킹 스토커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이튿날, 대전에서 교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A 씨 역시 조현병 환자였습니다.
두 명의 공통점은 치료를 중단했고, 사회에서 고립돼 병세가 악화한 끝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겁니다.
환자의 치료와 사회 복귀를 도울 제도적 뒷받침은 부족한데, 정신질환자 범죄가 잇따르며 대중의 두려움만 커지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2021년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정신장애인은 10만여 명.
같은 기간 의료 기관에서 치료받은 중증 정신 질환 환자는 50만 명 정도입니다.
정부가 나서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정신질환자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도 정신질환자가 일상생활에서 일시적으로 위기감을 느낄 때 들러 휴식할 수 있는 '위기지원센터'는 전국에 3곳뿐이고, 그마저도 서울에 몰려 있습니다.
안정적인 회복 단계에 접어든 정신질환자에게 사회 복귀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정신재활시설'도 지난 6월 기준 349곳으로, 5년 전인 2018년보다 고작 1곳 늘었습니다.
또, 절반 이상은 수도권에 있는 데다 전국 기초 지자체의 46%에는 시설 자체가 아예 없습니다.
정신질환자가 퇴원하고 나면 사실상 '치료 절벽'에 홀로 내몰려, 재발하기 쉬운 환경에 던져지는 셈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정치권은 학교 근처엔 정신재활시설 설치를 막자는 법안을 발의한 뒤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렇게 정신질환자를 꺼리고 피하는 풍토가 오히려 치료 거부를 종용해, 더 위험한 상황을 낳는다고 지적합니다.
[윤선희 / 한국정신재활시설 총장 : (정신질환자가)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데 좀 지원을 해주는 이런 도움 체계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도움 체계가 전혀 없다 보니까 집에만 있게 되고 집에 있다 보니까 가족들하고 문제가 생기고, 이분들이 이제 집 밖에 나가게 되고…이분들이 이제 지역에서 정신질환자로 돌아다니시는 거죠.]
병원에서 치료받고, 전문 시설에서 관리받는 정신질환자들은 전혀 위험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정신질환자를 악마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쉬운 길을 택할 게 아니라, 음지의 정신질환자를 지역사회 양지로 끌어내 나을 수 있게 돕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YTN 강민경입니다.
영상편집 : 신수정
그래픽 : 지경윤
YTN 강민경 (kmk02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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