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외로운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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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경찰청에 출입할 때였다.
46건의 묻지마, 분노·충동 조절 실패, 기타 비전형적 이상 범죄를 분석한 경찰 보고서가 나왔다.
경찰은 범죄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행정입원, 응급입원 제도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나머지 45.7%의 범죄는 어떻게 억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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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경찰청에 출입할 때였다. 46건의 묻지마, 분노·충동 조절 실패, 기타 비전형적 이상 범죄를 분석한 경찰 보고서가 나왔다. 가해자의 절반 이상(54.3%)한테서 정신질환이 발견된 점이 특징이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나머지 45.7%의 범죄는 어떻게 억제할까. 정부 대책의 또 다른 한 축,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과 살인예고 엄단 같은 처벌 강화로 해결할 수 있을까.
해외 사례와 연구는 정신질환이 반드시 무차별 폭력의 방아쇠를 당기는 요인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총기난사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는 미국의 연방수사국(FBI)이 2018년 63명의 총기난사범을 분석한 결과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 자는 4분의 1이었다. 2021년 2월 국제학술지 ‘정신의학’에는 1315건의 대량살인 사건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실렸는데, 가해자를 정신질환자로 분류할 수 있는 사건은 11%뿐이었다. 총기난사범이 그럴 확률은 8%로 파악됐다. 정신질환이 무차별 살인의 위험 요인으로 지나치게 강조되면 대중의 공포와 정신질환자에 대한 낙인 효과만 커질 뿐 정확한 처방이 어려울 수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미국의 최근 연구는 처지에 대한 비관, 절망, 높은 자살 충동과 무차별 살인의 인과성에 더 주목한다. 이른바 ‘길거리 악마’, 즉 ‘도리마(通魔)’ 살인이 오래전부터 사회 문제시된 일본의 연구 결과도 비슷하다. 일본 법무성에 따르면 가장 큰 범행 동기는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처지 비관’이며, ‘자살·사형에 대한 소망’도 동기로 분류됐다.
사회에서 고립된 ‘외로운 늑대’의 자타를 향한 어긋난 분노 표출을 어떻게 막을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불행히도 우리나라의 사회적 고립, 자살 관련 지표는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곤란한 일이 있을 때 의지하고 도움을 구할 친구·친지가 없다’고 답한 비율은 2019년 기준 21.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높았고, 자살률은 매년 OECD 평균의 2배를 웃돈다.
묻지마 범죄 예방 대책이 정신질환자 치료나 처벌 강화에 국한돼서는 안 될 일이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독 사회’화를 막을 범정부적 대책이 시급하다. 미국의 총기난사범들은 범행 전 최소 4.7건의 징후를 보였다고 한다. 사회적 고립·은둔이 만연한 사회는 이를 주변에서 탐지·개입해 차단할 수가 없다.
유태영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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