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미래]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의 길
계층간 소득격차 축소 주장
통계적 착시·일반화의 오류
고용유연화·연대임금이 답
노동시장내 임금과 근로조건 격차가 고착된 상태를 흔히 ‘이중구조’로 부른다. 이중노동시장의 상층은 대기업 공공기관의 정규직으로 구성되며 그 외는 하층시장이다. 총노동력의 12%가 상층이며 나머지 88%가 하층인데 두 시장간 이동은 거의 불가능하다. 첫 직장 계층에 따라 평생의 근로조건이 결정된다. 연공형 내부노동시장은 상층시장의 버팀목이며, 상하시장 단절의 원인이다. 상하시장 간 임금격차는 OECD 국가중 최고(1.86배)이며, 노조 조직률은 상층 50%, 하층 2.5% 수준이다. 임금수준 외에 각종 수당 등 기업복지 격차는 더욱 심각하다.
이중구조 해결을 위한 사회적 조정 실패의 결과가 노동정책의 포퓰리즘이다. 지난 정부 5년간 이중구조 완화를 위한 주요 수단은 대중동원형 정책이었다.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정책으로 노동시장 격차가 해소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일부 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 등의 효과에 따른 계층간 소득격차 축소를 주장하지만 이는 통계적 착시이며 일반화의 오류다. 보다 근본적 원인에 대한 분석과 입법적 대안 모색이 필요한데 우리 노동시장 핵심 당사자 누구도 이를 정면에서 태클하지 못한다. 핵심적 문제 조정의 정치가 실종되고, 본질 외면의 정책이 노동시장을 지배한다.
근본적 문제의 관점에서 노동시장 격차에 대한 노사의 원인 진단은 다르다. 경영계는 이중구조의 원인으로 ‘고용경직성’을 지목한다. 저성장 균형, 불확실성의 시대에 근로기준법 23조(해고금지)는 상층시장의 선택을 보수화한다. 신규 고용을 최소화하며, 내부자(정규직)의 기득권이 강화되고, 인사관리는 어려워진다. 근로자의 성과가 낮아도 지시에 저항해도 교정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다. 제조공정은 대부분 해외로 이전되었고 연구개발 업무 또한 탈출이 확대되고 있다. 결국 상층은 닫힌 시장, 소수 정규직은 신분이 되었다.
노동계의 원인 진단은 경영계와 다르다. 이중구조의 이유는 대기업이 그들의 몫을 초과해 가져가기 때문이다. 특히 중층적 협력관계로 위계화된 구조에서 대기업의 과도한 초과이윤 전유(專有) 비용은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전가된다. 요컨대, 원하청간 이익공유가 필요하며 이를 제도화하는 수단은 초기업교섭과 단체협약의 효력 확장이다. 산별교섭이 제도화된다면 상하 시장간 근로조건 격차가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다. 초기업교섭을 외면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의 논란은 있으나 효력 확장이 이중구조 개선에 도움이 되는지 따져볼 문제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원한다면 이상의 두 가지 문제를 피하거나 우회해서는 안된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각국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 의제가 ‘고용유연화’라는 점은 그들이 유지해 온 고용체제가 한계에 달했음을 반증한다. 유연화가 초래하는 위험과 비용을 단체협약과 사회안전망이 보호할 수 있다면 노동시장의 격차해소와 재활성화의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 직무중심 개방형 노동시장으로의 전환을 위해 고용체제의 재구축이 절실하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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