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한의말글못자리] 편지로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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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지 않는 일은 안 하게 된다.
글쓰기도 바로 그런 일의 하나이다.
좋고 싫고를 떠나, 사실 글쓰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일기와 달리 편지는 독자를 정해 놓고 대화하듯 쓰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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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고 싫고를 떠나, 사실 글쓰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입말과 달리 숙련하려면 노력을 해야 한다. 문장이 길어지고 뜻이 깊어질수록 논리와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고서 따위의 갈래는 조금 덜하지만, 벽돌을 나를 때만큼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러니 글쓰기는 본래 하기 어렵다고 여기는 편이 맞으며, 그게 마음도 편하다.
그러나 할수록 이로운 게 글쓰기이다. 읽기(독서)처럼 쓰기는 감수성과 사고력을 길러 교양 수준을 높여준다. 몸을 단련하기 위해 운동을 하는데, 정신을 발달시키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대표적인 것이 글말 활동, 특히 쓰기이다. 사실이나 경험을 글로 표현하는 동안 우리는 요약하고 연결하며 나아가 심화시키게 된다. 그래서 글은 ‘쓴다’보다 ‘짓는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학교에 다니지 못해 평생 읽고 쓰기에 서투른 사람이 ‘나는 늘 안개 속에 사는 성싶다’고 하는 탄식을 들었다. 차원이 다르겠으나, 글을 깨쳤더라도 ‘짓기’를 멀리하면 비슷한 상태를 벗어나기 어렵다. 그걸 스스로 깨달아 고치도록 이끌지 못하는 게 한국 국어교육의 고질이다.
쓰기 습관을 들이기 위해 아동에게 흔히 일기를 권한다. 기록이 남으며 자기반성이 일어나므로 어른한테도 좋다. 필자는 편지 쓰기를 추천하곤 한다. 일기와 달리 편지는 독자를 정해 놓고 대화하듯 쓰는 글이다. 그래서 자기 속에 얽힌 것을 풀어내며 수신자의 사정과 마음을 헤아린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같은 서간체 소설은, 이렇게 깊이 소통하는 편지의 특성을 활용한 문학이다. 물론 쓸 때는 ㅋㅋ와 ㅎㅎ를 연속하며 안 갖춘 문장을 쓰기 쉬운 문자 통신 비슷한 형태보다, 다소 격식을 차리며 길이도 제법 돼야 좋다. 필자가 권하는 이런 편지 쓰기는 꼭 수신자한테 보내기 위한 게 아니다. 마음을 다스리고 표현과 사고를 세련시키기 위해서라면, 보내고 말고는 별도 문제이다.
그런데 사는 동안 우리는 누구를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할까? 자기한테 편지를 보낸 사람 아닐까? 그것도 정성들여 쓴 손편지라면, 내용이 무엇이든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최시한 작가·숙명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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