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수입식품 전자심사 시행에 거는 기대

지난달 모처럼 가족들과 해외로 여름휴가를 가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출국 대기줄이 상당히 길었다. ‘출국 2시간 전에 도착하면 넉넉하게 비행기 시간에 맞출 수 있겠지’ 하던 안일한 생각이 후회가 되었다. 일분 일초가 아까워 가슴 졸였던 순간, 자동출입국 심사대를 통해 무사히 출국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렇듯 빠르고 편리한 디지털 서류검사 시스템이 다음달 14일부터 수입식품에도 적용된다고 한다. 이 시스템은 수입식품 신고 시 필요한 서류심사를 디지털로 전환한 것으로 365일 24시간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이름도 ‘수입식품전자심사 24’로 불린다. 적용 대상품목도 올해 수입 식품첨가물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모든 식품으로 확대된다고 하니 발전의 속도가 놀랍다.

김명철 한국식품산업협회 부회장

지난 6월 개정된 수입식품안전관리특별법 등에 따르면 수입식품전자심사24는 식품 수입 시 약 260여개의 항목을 검토하여 신고내용이 적법한지를 검토하고 적합한 경우 수입신고필증을 자동으로 발급한다. 이 시스템을 통해 현재 길게는 48시간 걸리던 서류검토와 수입신고필증 발급 시간은 불과 5분 이내로 줄어들 수 있다.

부패 혹은 변질되기 쉬운 수입식품과 가공용 식품 원료를 공항, 보세창고에 오래 보관하지 않고 판매장소나 제조공장으로 신속하게 운송할 수 있어 비용 절감 및 식품의 신선도 유지 등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지난해 우리 식품업계는 생산실적 약 100조원을 돌파하여 국내 총생산의 약 4.9%에 달하는 등 성장을 지속해 왔다. 하지만 국민 밥상의 절반은 수입식품에 의존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제조하는 가공식품의 원재료 또한 68%가 수입산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세계 곡물 가격 상승 등으로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식품 원료 재고가 하루라도 부족하면 식품업계는 공장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수입식품전자심사24 시행은 영업자의 비용 절감은 물론 원활한 원료 수급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점에서 식품수입 증가와 글로벌 공급 위기에 슬기롭게 대응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프리딕트(PREDICT)시스템’이라고 불리는 디지털 심사를 이용하여 성실하게 수입신고하는 영업자가 반복하여 수입하는 낮은 위해도의 수입식품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서류검사를 하고 있다.

환경변화에 맞추어 도입, 시행되는 수입식품전자심사24가 영업자와 국민들에게 환영받는 명품 서비스로 정착하기를 기대한다. 식품업계도 수입 신고를 성실히 하는 동시에 시스템이 널리 활용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할 것이다.

김명철 한국식품산업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