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러 수송기, 평양서 군수물자 싣고 나가”
미국 정부가 16일(현지 시각)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를 중재한 기업 3곳을 제재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 국방장관이 방북해 김정은을 단독 면담하는 등 북러 무기 커넥션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우리 정부도 북러가 큰 틀의 군사 협력에 합의한 것으로 보고 러시아의 핵·미사일 기술이 북한에 이전될 가능성 등 관련 동향을 면밀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베루스(Verus)’ ‘베르소르(Versor)’ ‘디펜스엔지니어링’ 등 기업 3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고 밝혔다. 이 기업들은 모두 슬로바키아인 무기상인 아쇼트 므크르티체프가 소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므크르티체프는 지난해 말과 올 초 사이 북·러 관리들과 접촉해 양측 간 무기 거래를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중재를 통해 북한은 탄약 등 20여 종이 넘는 무기와 군수품을 러시아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항공기와 원자재, 식량 및 각종 상품을 넘겨받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파악한 재무부는 지난 3월 므크르티체프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영국 정부도 지난 8일 같은 혐의로 므크르티체프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재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이 기업들은 북러 무기 지원을 하는 데 사용됐다”면서 “이번 제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려는 제3국의 행위를 규정하고 색출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전장에서 계속 군수품을 소모하고 중장비를 잃으면서 북한을 포함한 몇 안 되는 동맹국에 점점 더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까지 재무부는 러시아와 관련해 수백에 달하는 기관 및 개인을 제재했다”고 했다. 제재 대상의 미국 내 자산은 모두 동결된다. 미국의 개인 및 기관과의 거래 역시 모두 통제된다. 브라이언 넬슨 재무부 차관은 “러시아의 전쟁을 돕기 위한 북한의 불법 금융 네트워크를 발본색원하는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며 “동맹과 함께 미국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돕기 위한 무기 거래를 색출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도 북러 무기 커넥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7일 열린 국회 정보위에 따르면, 국정원은 러시아 수송기가 지난 1일쯤 평양에 들어갔다가 지난 8일 미상의 군수 물자를 싣고 나가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김정은이 지난달 27일 전승절을 계기로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단독 면담을 하면서 합의한 군사 협력의 이행 사항들 중의 하나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보위 간사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러시아가 최근 북한에 포탄·미사일 거래와 함께 연합군사훈련 실시를 제안한 것으로 국정원은 보고 있다”면서 “북한은 러시아에 노후 장비 수리, 기술력 이전 등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정원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이날 정보위 회의에서 잠수함 건조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 기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종말(대기권 재진입 단계) 관련 핵심 기술이 러시아에서 이전돼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가 앞당겨질 수 있는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고 유 의원은 전했다.
국정원은 북러 간 군사협력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동향 파악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강순남 북한 국방상이 쇼이구 장관의 방북에 대한 답방으로 러시아를 찾을 가능성도 예의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지난 7·27전승절 계기로 쇼이구 장관이 방북했을 때 대규모 무기 전시회를 열고 직접 공격형 무인기 등 각종 신무기를 설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외교 소식통은 “강순남 국방상 방러 이후 김정은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북·러 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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