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300쪽 질문지에 30쪽 진술서로 갈음... "영장 청구 땐 제 발로 심사받을 것"

강지수 2023. 8. 1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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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백현동 개발비리 사건'의 피의자로 검찰에 출석했다.

당 대표 선출 후 4번째 검찰 소환이다.

이 대표는 "당당하게 (소환에) 맞서겠다"고 자신감을 피력했지만, 10시간 넘는 조사에선 검찰이 준비한 약 300쪽 분량의 질문에 30쪽가량의 진술서로 갈음하는 등 사실상 진술 거부 전략을 택했다.

하지만 이 대표 측은 대부분의 질문 답변을 30쪽 내외 진술서로 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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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 30분 조사... 추가 조사는 없을 듯
배임 고리로 '백현동 개발 의혹' 집중추궁
국힘 "뻔뻔하다" vs 민주당 "잔인한 시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과 관련해 1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에 앞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 집결한 지지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한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백현동 개발비리 사건’의 피의자로 검찰에 출석했다. 당 대표 선출 후 4번째 검찰 소환이다. 이 대표는 “당당하게 (소환에) 맞서겠다”고 자신감을 피력했지만, 10시간 넘는 조사에선 검찰이 준비한 약 300쪽 분량의 질문에 30쪽가량의 진술서로 갈음하는 등 사실상 진술 거부 전략을 택했다. 여야 반응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위증교사 등 혐의로 이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 오전 10시 30분쯤 시작된 조사는 이 대표 측이 심야조사에 동의하지 않아 식사 시간 포함 약 10시간 30분 만에 끝났다. 검찰 관계자는 “효율적으로 조사를 진행해 일단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추가 조사는 없을 전망이다.

검찰은 준비한 약 300장 분량의 질문지를 바탕으로 백현동 개발 의혹, ‘검사 사칭’ 관련 위증교사 의혹 사건 등을 순차적으로 물었다. 조사에 입회한 고검장 출신 박균택 변호사는 “진술서를 기초로 필요한 부분은 구두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 측은 대부분의 질문 답변을 30쪽 내외 진술서로 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이런 태도는 조사에 앞서 지지자들에게 자신감 내비친 모습과 상반됐다. 그는 이날 출석 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정문 인근 응원 집회 공간에 설치된 무대에 올라 A4용지 2쪽 분량(1,900자)의 입장문을 읽어가며 검찰 수사를 맹비난했다.

이 대표는 우선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위임받은 권한은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만 사용했고, 단 한 푼의 사익도 취한 적 없다”며 “티끌 만한 부정이라도 있었다면, 10여 년에 걸친 수백 번의 압수수색과 권력의 탄압으로 이미 가루가 돼 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꺼이 시지프스가 되겠다”는 표현도 썼다. 시지프스는 그리스 신화 속 인물로 바위를 정상에 올려놓으면 떨어지고 또 올려 놓으면 다시 떨어지는, 영원한 형벌을 받는다. 4차례 검찰 조사를 고난과 형벌에 빗댄 것이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도 “무능한 정권의 무도한 폭력과 억압도 반드시 심판받고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말도 안 되는 조작수사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제 발로 출석해 심사받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앞둔 이 대표 응원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백현동 의혹은 2015년 부동산 개발회사 아시아디벨로퍼가 이 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를 영입한 후 성남시로부터 한꺼번에 4단계 용도 상향을 허가받아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는 게 골자다. 검찰은 성남시 인ㆍ허가권자였던 이 대표가 로비를 받고 각종 특혜를 줬다고 의심한다.

여야 반응도 극과 극이었다. 국민의힘은 “뻔뻔하다”고 공격했고, 민주당은 “잔인한 시대”라며 이 대표를 옹호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피해자인 것처럼 둔갑시키는 파렴치한 모습”이라고 이 대표를 질타했다. 반면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제1야당 대표 수사를 집요하고 지루하게 끌고 가는 모습에서 국민은 수사가 아닌 정치를 본다”고 비판했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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