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당신들은 정상이 아냐" 伊 육군 소장 에세이 파문

성소수자, 페미니스트, 환경운동가, 이주민 혐오 내용 가득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동성애자 여러분, 당신들은 정상이 아니야. 극복해!"

이탈리아 육군 소장인 로베르토 반나치(55)의 에세이 '거꾸로 뒤집힌 세상'을 둘러싸고 파문이 커지고 있다고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반나치 소장은 이 저서에서 '혐오할 권리'를 주장하며 성소수자, 페미니스트, 환경운동가, 불법 이주민 등에 대한 혐오와 적대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는 "나는 아이네이아스, 로물루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 마치니, 가리발디의 피가 내 정맥에 흐르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소수자의 독재 시대에 살고 있다"며 "다른 모든 정상적인 사람들이 그 괴롭힘과 영향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나치 소장은 이탈리아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의 간판 공격수인 파올라 에고누에 대해서도 혐오감을 드러냈다.

나이지리아 이민자 가정 출신인 에고누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수많은 인종차별적 모욕과 메시지가 쏟아져 힘들다며 대표팀 잠정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반나치 소장은 "파올라 에고누? 그녀의 신체적 특징은 이탈리아인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기후 위기에 대해서는 "기후 변화는 항상 일어났다"며 "다른 나라가 우리보다 지구를 더 많이 오염시킨다"고 주장했다.

반나치 소장의 이 책은 소셜미디어(SNS)에서 논쟁거리가 되며 아마존 에세이 부문 베스트셀러 3위를 기록 중이다.

반나치 소장은 폴레고 낙하산 여단 사령관을 지냈고, 현재 피렌체에 있는 군사 지리 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라 레푸블리카'는 "군대의 고위급 인사가 정치 에세이를 저술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며 "이 책의 내용은 현재 국가를 지배 중인 극우파의 선전과 수사를 완전히 따르고 있기 때문에 그다지 독창적이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육군은 반나치 소장의 저서에 관해 내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며 이는 군 지휘부의 승인을 받은 적이 없다며 거리를 뒀다.

그러나 최대 야당인 민주당(PD)의 하원의원인 아르투로 스코토는 귀도 크로세토 국방장관이 이 문제에 직접 개입할 것을 요구했다.

스코토 의원은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어떻게 그 자리에 머물 수 있는지 의아하다"며 "크로세토 장관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크로세토 장관과 육군 지휘부가 필요한 조처를 해 더 이상 이러한 사람이 군대를 대표하는 직위를 맡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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