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우리은행 백지원이 듣고 싶은 이야기
본 인터뷰는 6월 중하순에 진행했으며,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3년 7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다디단 휴가를 끝내고 돌아온 우리은행 백지원이 비시즌 훈련에 한창이다. 너무 힘든 기초를 하고 있다고 웃어 보인 백지원과 휴가와 학창 시절, U18 대표팀, 드래프트, 프로 1년 차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2023~2024시즌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요?”라는 질문을 건넸다.
백지원은 “(신장이) 작아도 스피드로 승부하고, 패스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웨이트 트레이닝도 열심히 해서 힘에서도 밀리지 않으려고 해요. 잔 실수를 줄이고, '비시즌에 정말 열심히 했구나'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며 비시즌 훈련의 성과를 보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겠다고 답했다.
비시즌 훈련 중입니다.
오전 오후로 운동하고 있어요. 오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밴드 운동을 하고, 오후에는 볼 운동을 해요. 특히, 밴드 운동이 힘들어요. 쉬운 기초라는데, 저는 너무 힘든 기초라고 느껴요(웃음).
첫 비시즌이라 더 힘들 것 같은데.
언니들 말이 서킷 트레이닝이 제일 힘들다더라고요. 고등학생 때와 비교하면, 무게와 개수 등에서 차이가 나요. 돌다 보면 금방 가는데, 순간순간 너무 힘들어요.
휴가는 어떻게 보냈나요?
(같은 팀) 언니들이랑 강원도 양양에 다녀왔어요. 바다 구경도 하면서 회도 먹고, 얘기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엄마랑 데이트도 하고, 친구들과 남자 프로농구를 보러 다녀오기도 했고요. 스킬 트레이닝 센터에 가서 드리블과 슛 위주로 운동도 했어요.
농구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가 빠지면 섭섭합니다. 언니 백채연(현 사천시청)을 따라 농구를 시작했다고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어요. 농구는 (두 살 터울의) 언니가 해서 저도 시작했어요. 연화초등학교 다닐 때 저랑 언니 둘 다 스포츠 클럽에서 하고 있었는데, 언니가 엘리트로 전향했어요. 마침 저도 출전했던 대회에서 동신초등학교 선생님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어요. 그래서 부모님 허락을 받고 동신초등학교로 전학 가서 본격적으로 농구를 시작했죠.
이후 온양여중으로 진학했습니다. 중학교 농구부 생활은 어땠나요?
정말 재밌게 했어요. 운동 자체는 너무 힘들었지만, 운동이 끝난 후의 개운함이 좋았어요. 어려서 체력이 좋았나 봐요(웃음). 3학년 때 동기들이 심하게 다쳐서 제가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었어야 했는데, 팀원들이 잘 따라와 줬어요. 3학년 때만 우승과 3위를 각 2번씩 했어요. 개인적으론 최우수상과 어시스트상도 받았고요.
코로나19가 창궐했던 2020년엔 온양여고 1학년이 되었죠.
고1 때는 코로나19로 운동을 거의 못했어요. 대회도 매번 개최된다고 했다가 취소됐고요. 그해에 피로골절이 와서 운동을 조금 쉬기도 했어요. 집합 금지 시기엔 병원에서 재활하고, 개인 운동을 하면서 지냈어요.
남은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도 궁금해요.
2학년 때 포지션을 변경했어요. 이전까진 2번 포지션을 봤는데, 팀 사정상 1번을 보게 됐어요. 처음엔 적응하기 어려웠기도 했지만, 곧 익숙해지더라고요. 그리고 (주장이었던) 3학년 땐 대회 나가서 3위만 5번을 했어요. 결승에 올라가고 싶어서 이 악물고 했는데, 매번 문턱에서 떨어졌어요. 너무 아쉬웠어요.
개인상도 받은 게 있나요?
고2 때는 어시스트상을 받았고, 고3 때는 어시스트상 2개와 수비상을 받았어요. (어시스트상을 꾸준히 받았네요?) 매번 느꼈던 거지만, 애들이 잘 넣어준 덕분이에요.
2022년에는 U18 대표팀에도 다녀왔습니다.
다른 나라 선수들과 경기한 게 처음이었어요. 호주 같은 경우엔 피지컬이 정말 좋더라고요.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어요. U18 남자팀은 우승했는데, 저희는 티켓도 따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제 플레이를 보이지 못한 것 같아요. 매 경기 끝나고 '내가 아까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표팀 경험을 통해 얻은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온양 토종이라 온양 농구밖에 몰랐어요. 대표팀에서 '아, 저런 게 있구나'라고 느꼈을 때가 많았어요. 다양한 공수 옵션을 경험할 수 있었던 기회였어요.
드래프트는 어땠어요?
대표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서 저는 트라이아웃에 참가하지 않았어요.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이었지만, 혹시 모를 상황이 있으니까요. 집에서 교복 입고 줌(ZOOM, 온라인 화상 회의 플랫폼)으로 기다리는데, 정말 떨렸어요. 제 이름이 불렸을 땐 입을 막고 소리를 질렀어요. 소감 말할 때만 음 소거를 해제해서 마음껏 웃을 수 있었죠. 엄마가 방에 있으셨는데, 엄마도 막 불렀어요(웃음). 그런데 입을 막고 웃다 보니 주변에서 "너 우리은행 뽑혀서 슬퍼하는 거냐"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어요. 전 너무 좋았는데 말이죠.
코칭스태프를 처음 만난 순간도 기억나나요?
저는 감독님께서 정말 무서우신 분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포스가 남다르셨거든요. 그런데 엄청 자상하세요. 장난도 많으시고, 재밌으세요. 운동할 땐 무서우시지만요. 코치님들께서는 옆에서 늘 잘 챙겨주세요. 항상 고마우신 분들이에요.
언니들과의 만남은요?
언니들은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처음 만났어요. 제가 낯을 엄청 가려서 처음엔 "안녕하세요..." 하고 얼음이 됐었어요.
인상 깊었던 언니도 있었나요?
(김)단비 언니요. 언니가 처음에 "네가 채연이(현 사천시청, 전 신한은행 선수) 동생이구나"라고 말 걸어주셔서 잠깐 이야기 나눴어요.
팀 내 롤 모델이 있다면요?
(박)혜진 언니를 보면서 가드로서 정말 다재다능한 선수라는 걸 항상 느껴요. 슛과 경기 운영 능력 모두 좋잖아요. 그런 점을 본받고 싶어요.
데뷔 첫 시즌도 짧게 돌아볼까요.
사회생활이 처음인 만큼 적응하기 어렵기도 했어요. 고등학교 때와는 스피드도, 파워도 달랐어요. 저보다 잘하는 선수들이 많으니까 부담도 됐고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 전체적으로 여러 가지 마음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시즌이었던 것 같아요. '못할 것 같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는데, 언니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나도 신인 때 다 그랬어"라는 등의 위로를 받았어요. 덕분에 조금씩 마음을 잡을 수 있었고, 더욱 열심히 하게 됐어요.
어느 점에서 어려움을 느꼈나요?
고등학생 때까진 제가 가지고 있는 장기로 농구를 했는데, 프로에선 언니들이 너무 잘하니까 밀리더라고요. 피지컬 차이도 컸고요. 그러다 보니 '내가 농구를 계속하는 게 맞나'라면서 자신감이 계속 떨어졌어요.
도움을 받는 선배도 있을까요?
(노)현지 언니랑 (나)윤정 언니, (오)승인 언니가 잘 알려줘요. 언니들 경력이 더 많아서 팁을 받는 편이에요. 어제 같은 경우엔 2대2 연습할 때 제가 수비하고, 승인 언니가 공격하는 상황이었어요. 스크린이 오면 언니를 밀고 빠져야 하는데, 저는 걸린 후에 따라가다 보니 느렸어요. 그런 상황에서 대처법을 배웠어요.
숙소 생활은 어때요?
재밌어요. 언니들이랑 간식도 먹고, 밥도 같이 먹어요. 가끔 외박 받았을 때 집에 안 가면 언니들이랑 노는데, 그런 소소한 일상이 너무 좋아요.
백지원 선수의 장점도 소개해주세요.
제 장점은 패스라고 생각해요. 고등학생 때는 센터와 2대2 상황에서 하는 패스를 즐겼어요. 프로 와서는 쉽지 않지만요.
개선하고 싶은 점은요?
키가 작다 보니 남보다 더 빨라야 해요. 코치님들께서 항상 하시는 말씀이기도 해요. 그리고 장기적으로 슛 거리를 늘리려고 해요. 시즌 중엔 (롤 모델인) 혜진 언니한테 조언받는 게 쉽지 않아서 관찰을 많이 했어요. 이번 비시즌엔 조언도 구해볼 예정이에요.
끝으로 2023~2024시즌에 보여주고 싶은 모습에 관해.
(신장이) 작아도 스피드로 승부하고, 패스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웨이트 트레이닝도 열심히 해서 힘에서도 밀리지 않으려고 해요. 잔 실수를 줄이고, '비시즌에 정말 열심히 했구나'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진 = WKBL 제공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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