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엄마 살릴 마지막방법"…간절함에 간 떼어준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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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고령이라 병원에서 간 이식 수술이 위험하다며 만류하더라고요. 그래도 아내를 살릴 마지막 방법은 이것뿐이었어요."
기관절개술을 한 탓에 말을 할 수 없는 그는 화이트보드에 삐뚤삐뚤한 손 글씨로 "소중한 간을 줘서 매일 한 번씩 만지고 있다", "나는 괜찮아", "아들, 엄마가 미안해. 잘 먹고 우리 가족 행복하게 살자"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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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저 역시 고령이라 병원에서 간 이식 수술이 위험하다며 만류하더라고요. 그래도 아내를 살릴 마지막 방법은 이것뿐이었어요."
"아들, 엄마가 미안해…. 잘 먹고 우리 가족 행복하게 살자."
퇴직 경찰관과 그의 아들이 자가면역성 간경변증을 앓고 있는 아내이자 어머니인 60대 여성에게 간을 일부 떼어준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7월 25일 서울 아산병원 수술방. 서규병(68)씨와 아들 서현석(39)씨 그리고 아내 고명자(67)씨가 한 공간에 모였다.
10년 전부터 병환으로 앓아누운 고씨는 오랜 투약으로 인한 부작용 탓에 더 이상의 치료가 힘든 상황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기 간이라도 떼어줘야겠다고 생각한 서씨는 병원에서 의료진을 수개월 설득했다.
고령인 탓에 자칫 수술 과정에서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들 현석씨 역시 절제가 가능한 정도가 일반적인 공여자의 수준에 못 미치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들은 두 명의 공여자에게 간을 제공받아 이식하는 '2:1 이식' 방식으로 각각 간 일부를 떼어 고씨에게 주기로 했다.
서씨는 이를 위해 퇴직 후 다니던 직장까지 떠났다.
수술은 만만치 않았다. 서씨 역시 적지 않은 나이인 탓에 아들보다도 2시간 30분가량 더 늦게 깨어났다.
고씨도 회복이 늦어져 3주 동안 중환자실 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서씨 부자는 간절한 마음으로 고씨의 모습을 유리창 밖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점차 건강을 회복한 고씨가 일반병실로 자리를 옮기자 이들 가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아들과 남편의 간으로 생활하게 된 고씨는 아침마다 수술 자국을 매만지곤 한다.
기관절개술을 한 탓에 말을 할 수 없는 그는 화이트보드에 삐뚤삐뚤한 손 글씨로 "소중한 간을 줘서 매일 한 번씩 만지고 있다", "나는 괜찮아", "아들, 엄마가 미안해…. 잘 먹고 우리 가족 행복하게 살자"라고 적었다.
한편 이들 부자는 독립운동과 한국전쟁에서 조국을 지킨 할아버지 서성섭씨의 아들이자 손자로 알려졌다.
서씨 역시 강원경찰청을 비롯해 춘천경찰서, 화천경찰서 등에서 오랜 기간 수사 업무를 해왔다.
"간은 재생이 되잖아요. 아내를 그냥 저렇게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아들과 함께 간 이식을 해주기로 마음먹었어요. 이른 시일 내로 건강도, 일상도 회복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tae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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