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예정지 멸종위기종…‘이식한다더니’
[KBS 창원] [앵커]
거제시 최남단, 노자산 자락에서는 민간자본을 유치해 대규모 골프장을 짓는 거제 남부관광단지 조성 사업으로 5년 넘게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민간사업자와 환경영향평가 업체는 골프장 예정지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대흥란'을 다른 곳으로 이식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정작 국내에서는 아직 관련 기술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최진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해발 565m, 거제시 최남단 노자산 자락입니다.
숲에 들어선 지 5분도 되지 않아, 하얀 바탕 꽃잎에 줄무늬가 선명한 꽃이 발견됩니다.
멸종위기종 2급 '대흥란'입니다.
거제 노자산은 국내 최대 '대흥란' 서식지.
지난달 경상남도와 낙동강유역환경청 등 공동 조사 결과, 개발사업 예정지 안에서만 200여 곳, 700여 촉의 대흥란이 발견됐습니다.
'대흥란' 서식지 보존이냐 이식이냐가 사업의 쟁점인 상황입니다.
지난 6월, 민간사업자의 의뢰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한 업체는 '대흥란' 증식 기술을 보유한 제주의 한 기관과 자문, 협업을 통해 '대흥란'을 이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흥란 서식지를 원형 보존하면 골프장을 건설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환경영향평가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문서상 진행된 사항은 없고, 협조해 줄게. 이렇게 답을 들은 상황입니다."]
취재진이 '대흥란' 이식에 참여한다는 기관과 직접 연락해봤습니다.
해당 기관은 "환경 변화에 민감한 '대흥란'은 아직 국내에서 이식 사례나 관련 기술이 없다고 답합니다.
또, 해당 기관은 문제의 환경영향평가 업체와 협업을 약속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대흥란) 증식도 안 되는데, 어떻게 이식까지 가능해요? 우리가 지금 증식이나 이식을 해본 역사가 없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하다, 가능성이 있다, 이런 식의 언급은 어느 누구도 안 했고…."]
2018년 전략 환경영향평가 거짓 논란에 이어, 2달 전 환경영향평가 보완서마저 엉터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윤미향/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 : "사업체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할 수 있도록 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영향평가법이 하루속히 국회에서도 통과돼서 (적용되도록)…."]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최근 공동 조사 결과를 토대로 거제 남부관광단지 사업에 대한 의견을 최종 승인권자인 경상남도에 전달할 계획입니다.
KBS 뉴스 최진석입니다.
촬영기자:박장빈·김대현/그래픽:조지영
최진석 기자 (cj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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