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꼴 될라…니제르 군사 개입 딜레마

손우성 기자 2023. 8. 17.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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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리비아 이웃 니제르 쿠데타에 속수무책
리비아, 군벌 간 유혈 충돌로 55명 숨져 ‘무정부 상태’ 계속
니제르에 영향…알제리 “군사 개입 땐 혹독한 대가 반복”
유엔과 서방이 인정한 리비아 과도정부인 리비아통합정부(GNU)와 연계된 무장세력이 최대 군벌 간 이틀간 충돌로 사상자가 200여명 발생한 뒤인 16일(현지시간) 수도 트리폴리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군벌 간 유혈 충돌이 발생해 55명이 사망했다.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사망한 지 12년이 흘렀지만, 리비아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놓인 채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극심한 내전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 서방의 힘을 빌린 과도정부가 허수아비 취급을 받는 사이 우후죽순 생겨난 군벌이 리비아를 휘젓는 모양새다. 최근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니제르에 국제사회가 군사 개입을 주저하는 이유도 리비아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리비아 최대 군벌인 특수억제군(SDF)과 444여단이 충돌해 지금까지 최소 55명이 숨지고 146명이 다쳤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 14일 트리폴리 미티가 국제공항을 통제하는 SDF 대원들이 444여단 최고 책임자 마흐무드 함자 사령관을 체포하면서 불거졌다. 알자지라는 “SDF가 왜 함자 사령관을 붙잡았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지만, SDF와 444여단은 유엔과 서방이 인정한 과도정부 리비아통합정부(GNU)를 지지하며 트리폴리에서 세력 다툼을 펼쳐온 앙숙이다. 444여단은 곧바로 보복 공격을 단행했고, 15일 밤까지 트리폴리 곳곳에선 격렬한 전투가 이어졌다. 미티가 국제공항이 폐쇄되는 등 국가 기능 일부가 마비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후 유엔 리비아 사무소와 GNU가 중재에 나섰고, SDF가 함자 사령관 신병을 제3의 중립 군벌로 넘기는 조건으로 사태는 마무리됐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GNU를 이끄는 압둘하미드 드베이바 임시 총리는 이날 격전이 펼쳐졌던 트리폴리 남동부 아인지라 지역을 방문해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확인했다”며 “주민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드베이바 임시 총리의 존재감은 리비아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리비아는 2011년 중동을 휩쓴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로 카다피를 축출한 뒤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무정부 상태로 방치돼 있다. 유엔이 인정하는 GNU는 서부를, 군벌 리비아국민군(LNA)은 동부를 사실상 나눠 통치하는 상황이다.

양측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두 차례 내전을 거쳐 2021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로 합의했지만, 카다피 차남인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가 출마를 선언하는 등 갖은 진통을 겪은 끝에 결국 무산됐다. 이듬해 6월 GNU와 LNA는 재차 충돌해 32명이 사망하고 159명이 다쳤다. BBC는 “2020년 양측의 휴전으로 어느 정도 평화가 찾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사방에 퍼진 군벌의 파벌 싸움으로 분열은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리비아의 군벌 충돌은 아프리카 정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리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니제르에선 지난달 26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을 밀어내고 권력을 차지했다.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는 바줌 대통령을 복귀시키지 않으면 군을 투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실제 병력 이동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가 니제르에 군사 개입을 꺼리는 배경엔 리비아의 혼란상이 자리하고 있다는 시각이 다수다.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아메드 아타프 외교장관은 전날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하면서 ‘서아프리카 국가들의 니제르에 대한 군사 개입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지금까지 병력을 투입해 성공한 사례를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며 “이웃인 리비아를 보라”고 말했다. GNU는 리비아 내전 발발 당시 나토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아 LNA에 대응했지만 제압에 실패한 바 있다. 아타프 장관은 “리비아는 외국의 군사 개입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당시 참전한 국가 가운데 현재 리비아에 남아 있는 곳이 있는가. 이는 리비아의 재앙”이라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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