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방해 학생, 퇴실·휴대폰 압수 가능해진다

남지원 기자 2023. 8. 17.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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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생활지도 고시 발표
교육부, 국가 차원 첫 마련
학부모에 이의제기 받는 등
긴급상황 땐 학교장이 중재
‘학칙 통한 규정’ 범위 넓어
과거처럼 인권 침해 우려도

다음달부터 학생이 수업 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교사가 이를 제지하거나 휴대전화를 분리 보관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게 주의하라고 했는데도 해결되지 않으면 학생을 교실 내 다른 자리로 분리하거나 지정된 장소로 퇴실시킬 수도 있다.

교육부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를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해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 개정으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권한이 법제화되면서 구체적인 학생생활지도 방법을 연말까지 고시로 마련하기로 했는데,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숨지면서 이를 서둘렀다.

그동안 학교나 교원이 자율적으로 정하던 학생생활지도 범위와 방식을 정부가 처음 지침으로 마련했다. 교육부는 10일간의 행정예고를 거쳐 다음달 1일부터 학교 현장에 이를 적용할 방침이다.

고시가 시행되면 당장 교사의 학생생활지도 범위가 크게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업을 방해하거나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들을 지도할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생활지도와 학습권 보호가 수월해지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고시는 학생생활지도의 방식을 조언·상담·주의·훈육·훈계·보상 등으로 규정하고 학생 행동에 따라 교사가 단계별로 할 수 있는 지도 방법을 규정했다.

이를테면 수업시간에 소란을 피우는 등 수업을 방해한 학생에게는 교사가 주의시킬 수 있고, 개선되지 않으면 훈육에 해당하는 ‘분리 조치’를 할 수 있다. 분리 조치는 수업시간 중 교실 내 다른 좌석이나 교실 내 지정된 위치로 할 수 있다.

필요하면 수업시간 중 ‘교실 밖 지정된 장소’로 학생을 분리할 수도 있다. 현재는 학생을 교실 뒤에 나가 있으라고 하거나 퇴실시키면 ‘정서적 학대’ 등으로 신고당할 수 있어 생활지도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교사들이 많았다. 교육부는 사고 등을 방지하기 위해 학생이 교실 밖으로 이동하면 별도 인력이 인솔하게 하는 방법 등을 검토 중이다.

고시에는 교육 목적이나 긴급상황 대응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를 지키지 않은 학생에게는 2회 이상 주의를 주고 계속 불응하면 교사가 휴대전화를 압수해 보관할 수 있다.

학생이 교실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다른 학생이나 교사를 폭행하는 등 긴급상황에는 교사가 ‘물리적 제지’를 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학생을 손으로 잡아 제지했다가는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성찰을 위한 반성문 작성을 지시하거나, 학생이 시설이나 물품을 훼손했을 때 청소 등 원상복구 과제를 부여하는 일 등도 가능하다. 학습 동기 부여를 위해 학생에게 칭찬하거나 상을 주는 등의 보상을 할 수도 있다.

학생생활지도에서 학교장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사가 학생을 퇴실시키거나 방과 후에 남길 경우, 긴급상황에서 학생의 행동을 물리적으로 제지한 경우, 소지품을 압수해 보관할 때는 학교장에게 바로 보고해야 하고 학교장은 보호자에게 신속히 이를 알려야 한다. 보호자는 생활지도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학교장은 14일 이내에 답변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과 학부모 권리가 침해될 우려도 있어서 학부모에게도 이의제기 절차를 밟을 수 있게 한 것”이라며 “법령과 학칙에 의한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닌 경우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는데 일단 학부모에게 이의제기 기간을 주고 학교장이 답변하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고시가 학칙을 통해 규정하도록 한 범위가 넓어 학교에 따라 학생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시는 휴대전화와 안전·건강 위해 물품, 학생에게 판매될 수 없는 물품과 함께 ‘기타 학칙으로 정해 소지를 금지한 물품’을 압수해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공현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는 “지금도 액세서리나 화장품, 소설책 등을 교사가 함부로 압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일이 더 많은 학교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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