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해결 위해 수십억 허위 수수료"…KDFS 황욱정 공소장 보니

"자녀에 법인카드·사무실 제공…회삿돈으로 아내 외제차 구입"

(서울=뉴스1) 황두현 이밝음 기자 = KT 일감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구속기소된 황욱정 KDFS 대표(69)는 경영권 분쟁 해결을 위해 수십억원의 허위 자문 수수료를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를 허위 직원으로 등재시켜 사무실을 내주는가 하면 아내가 사용할 외제차량을 회사 자금으로 구입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횡령된 금액은 48억원에 달한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지난 1일 황 대표를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17일 국회에 제출된 황 대표 공소장에는 황 대표가 받는 혐의 발생 동기와 구체적 정황이 상세히 적시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황 대표는 2016년 KDFS 대표로 선임된 후 이전 최대주주 A씨 사이에 발생한 경영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A씨가 대주주인 B사에 5년간 총액 44억~45억원의 이익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횡령이 이뤄졌다.

앞서 A씨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주거래처인 KT와 분쟁을 겪으며 경영상 어려움을 겪게 되자 KT 자산경영실장 출신인 황 대표에 회사를 맡아달라고 요청하면서 사건이 시작됐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에 황 대표는 A씨가 보유한 지분 49.25% 가운데 29%(8만7000주)를 받으면서, 자녀들을 증인으로 입회한 가운데 A씨의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황 대표가 사전에 친분이 있었던 사외이사, 감사 등을 선임된 점을 고려해 급여·인사 등 주요 결정을 스스로 내렸고 자사주 10.25%(3만750주)도 추가로 취득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촉발됐다.

황 대표는 업무 관여를 막기 위해 A씨가 대주주인 B사에 허위 자문수수료 명목으로 2017년 9월~2023년 5월까지 회사 자금 7억3370만원을 제공했다. 경영권 분쟁을 제기하지 않는 명목으로 A씨에게 고문료 등으로 6억원대 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2019년에는 '회사에 수익이 발생하면 대표이사와 지정 임원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의 이사회 안건을 통과시켜 성과급 명목으로 자신과 임원에게 14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황 대표는 또 자신의 아들과 딸을 회사 직원으로 등재해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해 급여, 법인카드, 렌트카 등을 제공했다. 이렇게 지출된 금액은 7억여원에 달했다.

아울러 자신의 아내가 사용할 1억원대 외제차를 회사 자금으로 구매하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법인카드를 제공해 4억5700여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파악됐다.

황 대표를 구속기소한 검찰은 지난달 말 남중수 전 KT 대표이사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남 전 대표뿐만 아니라 구현모 전 KT 대표 등 그룹 경영진의 압력에 의해 일감 몰아주기가 이뤄진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