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봤다, 알지 못한다, 자료 못 준다…이동관, 숱한 의혹에 ‘못질’만

탁지영·강은·전지현·조형국 기자 2023. 8. 17.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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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방통위원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MB 때 국정원 불법사찰 문건에 ‘홍보수석실’ ‘대변인’ 명시
검찰 보고서엔 ‘배후’ 의심…공소시효 만료 등 탓 수사 ‘미완’
언론 길들이기 관련 ‘보고자: 이동관’ 찍힌 문서에도 ‘모르쇠’
가족 재산 형성 과정·증여 내역 등 국회 요구 자료 제출 거부
윤기중 교수 빈소 향하는 이동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된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빈소로 향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18일 열린다. 이 후보자는 지난달 28일 지명된 뒤 3주간 제기된 언론 장악, 배우자 인사청탁, 아들 학교폭력 무마, 재산 형성 과정 등 숱한 의혹들에 부인으로 일관했다.

■ “국정원 문건 본 적 없다”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2008년 2월~2009년 8월), 홍보수석비서관(2009년 9월~2010년 7월) 재직 당시 국가정보원에 언론·민간인을 사찰해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향신문이 2017~2018년 국정원 불법사찰 수사기록에서 확인한 ‘홍보수석실 요청’ ‘배포: 대변인’ ‘배포: 홍보수석’ 문건은 7건에 달한다.

이동관 홍보수석실이 국정원에 작성을 지시해 보고받은 문건은 5건이다. <김제동 등 일부 연예인의 수면마취제 중독설 점검>(2009년 11월19일 작성), <라디오 시사프로 편파방송 실태 및 고려사항>(2009년 12월24일),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구성 실태 및 고려사항>(2010년 1월13일), <명진의 부도덕성·좌편향성 폭로 확산 심리전 전개>(2010년 4월22일),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방안>(2010년 6월3일)이다. 해당 문건들 좌상단 또는 우상단에는 ‘홍보수석실 요청’ 표시가 있고, 문건 하단부 배포선에는 ‘홍보수석’이 적시돼 있다.

<언론계 쇄신 진행동향 및 고려사항>(2008년 8월5일)과 <MBC 조기 정상화를 위한 추진 방안>(2009년 8월21일) 등 2건은 이동관 대변인실이 국정원에서 보고받은 문건이다. 문건에 배포선이 표기돼 있지 않지만 검찰은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2010년 3월2일)은 이동관 홍보수석실 보고용이었다”는 국정원 직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 후보자는 “해당 문건에 대한 작성을 지시하거나, 보고받거나 본 적이 없어 아는 바가 없다”고 답해왔다.

그러면서 “무책임한 의혹 제기”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자신이 국정원 문건 의혹에 개입돼 있었다면 문재인 정부 때 적폐청산 수사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겠냐고 강변한다.

그러나 이 후보자가 ‘살아남은’ 것은 혐의가 없어서가 아니라 수사가 ‘미완’에 그쳐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7년 11월5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불법사찰 수사팀이 작성한 수사보고서 <MBC 방송장악 관련 청와대 홍보수석실 관련성 검토>를 보면 검찰은 이 후보자를 배후로 의심했다.

검찰은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에 대해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실질적인 문건 작성 지시자로 추정된다”며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국정원을 통해 방송사 장악의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동관 홍보수석실 산하 언론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한 이들을 조사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2017~2018년 수사 당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공소시효(7년)가 지났기 때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 ‘보고자: 이동관’에도 “몰랐다”

이 후보자가 권력을 이용해 ‘언론 길들이기’에 나선 정황은 그가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이던 2008~2009년 대통령비서실 문건에서도 상당수 확인된다. 이 후보자는 ‘대변인실’이 명시된 이 문건들에 대해서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 없다”는 입장이다.이동관 대변인실은 2009년 7~8월 생산한 4건의 <VIP(대통령) 전화 격려 대상 언론인> 문건에서 ‘정부에 우호적인’ 기사를 쓴 4개 매체 언론인 및 사장을 이 전 대통령의 전화 격려가 필요한 대상자로 분류했다. 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인 박보균 당시 중앙일보 편집인도 이에 포함됐다. 이 후보자는 지난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서면 질의에서 “해당 문서의 존재 여부를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 서면 보고서’라고 적힌 해당 문건의 표지에는 청와대 마크가 찍혀 있으며 ‘보고자: 이동관 대변인’이 적시돼 있다.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옹호한 극우매체 기자의 ‘명예훼손 소송’에 개입하려 한 의혹도 전면 부인하고 있다. 2008년 8월18일 국정기획수석실이 작성한 <김○○ 기자의 광우병 동영상 관련> 문건을 보면, 이동관 대변인 산하 언론1비서관실은 김 기자에 대해 ‘소송 지원 방안을 강구’했다고 적혀 있다. 당시 김 기자는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분신 사망한 이병렬씨에 대해 “민주노총·민주노동당은 분신하면 평생 먹고산다”고 주장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황이었다.

이 후보자는 지난 14일 해당 의혹에 대한 경향신문 질의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 ‘문건이 거짓 작성됐다는 것인가’라는 추가 질의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이 후보자가 문건의 존재를 시인한 것은 정부 비판 보도를 ‘문제 보도’로 분류한 문건이 유일하다. 이동관 대변인실은 2008년 3월부터 2009년 6월까지의 조선일보 기사 176건의 목록을 담아 <조선일보 문제 보도> 문건을 만들었다.

이 후보자는 국회 서면 질의에서 해당 문건에 대해 “언론 현황을 파악하려고 모니터한 것일 뿐” “언론 동향을 살피고 소통하는 것은 통상적인 업무로, 별도 지시나 보고 없이 실무진이 처리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 배우자·자녀 재산은 ‘사생활’

이 후보자는 배우자·자녀의 재산 형성 과정에 관한 국회 질의에는 자료 제출 거부로 일관했다. “개인 신상에 관한 정보로 사생활 노출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본인과 배우자, 자녀 명의 재산으로 총 51억751만원을 신고했다. 2010년 신고한 16억5759만원에서 3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이 후보자의 재산이 이렇게 크게 불어난 데는 2001년 매입한 서울 잠원동 아파트의 재건축 이익 영향이 컸다. 경향신문이 보도한 ‘아파트 지분 1% 증여’로 이 후보자의 부인은 2010년 조합 대의원 자격을 얻었다. 이 후보자는 “대의원을 서로 맡기 꺼리는 분위기에서 우리가 살 아파트 잘 만들어보자고 처가 대의원으로 참여하기로 했다”며 “그를 위한 최소한의 증여였다”고 했다. 하지만 재건축조합 대의원 활동을 포함한 최근 20년 재건축조합 참여 내역에 관한 질의에는 ‘개인정보’라며 소명하지 않았다.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재직하던 2010년 이 후보자의 배우자가 인사청탁을 받았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2010년쯤 이 후보자 부인을 상대로 인사 청탁을 시도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의 판결문에는 이 후보자 부인에게 이력서와 2000만원이 든 쇼핑백이 차례로 건네졌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후보자는 의혹을 최초 보도한 YTN에 “사실무근이며 필요시 법적 대응 등을 강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 후보자는 “현금을 기념품으로 위장해 담아온 것을 확인한 즉시 돌려주고, 민정수석실을 통해 이 사실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정수석실에 신고한 증거·증빙자료·신고내역’에 대한 국회 서면 질의에는 “신고 시점이 오래돼 구체적인 신고 내역 및 접수자를 특정하기 어려움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자녀 3명에 대한 증여 내역 등의 답변도 거부했다. 해외에 거주 중인 장·차녀에게 보낸 송금 내역, 주거비 등 생활비 증빙 자료도 제출을 거부했다. 야당은 “장녀와 차녀는 무직인 상태에서 자산이 1억원 이상이지만, 얼마나 증여받았는지도 알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한다. 이 후보자 측은 “둘째딸의 재산은 후보자로부터의 증여, 미국 대학에서 받은 장학금, 조교수당 및 오랜 기간 친·인척으로부터 받은 용돈 등을 저축해온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탁지영·강은·전지현·조형국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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