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1부대 증언 전시 보류 ‘취사선택’하는 역사…우경화된 ‘일본의 퇴행’
지자체 운영 평화기념관 등
대중 항의 우려해 자체 검열
“후세에 전하지 않으면 안 돼”
외려 증언한 전 대원들 지적
태평양전쟁 당시 가해 역사를 인정하는 데 대한 일본 일각의 거부감이 심해지면서 지방자치단체들도 이와 관련된 전시를 규제하는 일이 늘고 있다.
16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나가노현 이다시 평화기념관은 731부대 전 대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패널 자료를 1년 넘게 전시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자료는 731부대 전 대원들의 이름·얼굴 사진 등과 함께 이들이 폭로한 부대의 구체적인 만행들을 기술한 것이다. “살아있는 인간에게 클로로포름을 주사했다” “300구의 시신을 해부했다” “도망친 마루타(실험 대상이 된 사람)를 차로 뭉개버렸다” 등 당시 있었던 사실들이 가감없이 담겼다.
기념관을 운영하고 있는 이다시 교육위원회 측은 공개를 1년 넘게 미룬 이유로 피해 유족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점을 꼽으면서, “731부대는 현재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소재라 사회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있어 전시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위 측은 또 “과격한 내용이 되지 않도록 배려해줬으면 한다는 (시민단체나 선생님들의) 의견도 참고했다”고 덧붙였다.
증언에 나섰던 731부대 전 대원들은 이 같은 교육위의 입장에 반발하고 있다.
이에 교육위는 올해 2월 이후 전시 내용을 검토하는 회의를 수차례 개최한 끝에 재판에서 확인된 내용에 한해 731부대의 설명을 싣는 방식으로 전시하기로 지난 3월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전 대원들의 증언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731부대 전 대원 시미즈 히데오(93)는 “우리가 한 사실을 후세에 전하지 않으면, 도저히 평화기념관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지자체들이 운영하는 역사 자료관이나 박물관들이 최근 대중의 항의를 우려해 가해 역사 전시를 스스로 검열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가 정부·지자체에서 건립한 역사박물관이나 전쟁기념관들 중 만주사변(1931년) 이후의 자료를 전시한 85개 시설을 대상으로 2015년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일본군의 가해 행위를 상설 전시한 곳은 약 30%(26곳)에 불과했다. 오사카국제평화센터나 사이타마현 평화자료관은 지자체와 의회의 압박에 굴복해 가해 역사와 관련된 전시를 철거하기도 했다.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에 있는 ‘가나가와 현민 센터’는 2016년부터 매년 731부대, 난징대학살과 관련된 사진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으나, 전시 때마다 “이런 짓을 하는 것은 조선인들”이란 비난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시회의 발기인이자 전 초등학교 교원인 다케오카 겐지(76)는 “전쟁 체험자들이 (고령으로) 줄어드는 가운데 전시마저 중단되면 가해 역사는 잊힐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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