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구속영장 청구 땐 출석해 심사받겠다”

강연주 기자 2023. 8. 17.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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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들어 네 번째 검찰 출석
‘백현동 특혜’로 10시간 반 조사
영장, ‘사법리스크’ 분수령 될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가 17일 경기 성남시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이 대표가 검찰에 불려나온 건 윤석열 정부 들어 네번째다. 검찰은 이날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이재명 사법리스크’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이날 이 대표를 불러 10시간30분 동안 조사했다. 오전 10시30분 시작된 조사는 오후 9시에 끝났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이던 2014~2015년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사업을 하면서 민간업자들에게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을 비롯한 각종 특혜를 줘 막대한 이익을 거두게 하고, 성남시에 그만큼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를 받는다.

검찰은 이재명 성남시장 선거캠프 선거대책본부장 출신이자 ‘비선실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정바울 아시아디밸로퍼 회장의 청탁을 이 대표와 그의 최측근인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에게 전달해 관철시켰다고 본다.

검찰은 이날 이 대표를 상대로 백현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민간업자들에게 부지 용도변경 등 특혜를 준 경위를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공영개발 대상인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를 민간업자가 단독 개발하도록 이 대표가 승인하고 결재했다고 본다.

검찰 관계자는 “(민간업자와 성남시 사이에) 청탁이 있었고, 특혜가 제공됐다는 정황이 수사를 통해 상당부분 확인됐다”며 “이 과정에서 이 대표의 개입 정황이 있어서 관련한 구체적인 입장을 듣고자 조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영개발이 이뤄져야 함에도 이 대표의 성남시장 선거대책본부장 출신인 브로커(김인섭 전 대표)의 청탁을 받고 민간 단독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특혜를 줬다는 게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검찰에 출석하면서 “(성남시장으로 일하면서) 단 한 푼의 사익도 취한 바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배임 혐의는 본인이 관리하는 회사의 이익을 의도적으로 포기했을 때 성립된다. 배임은 사익 추구와 관련 없다”며 “성남도시개발공사나 성남시가 정당하게 취득해야 할 이익을 민간업자의 청탁을 받고 고의적으로 포기해 민간에게 주었다면 업무상 배임”이라고 했다. 또 “배임 동기나 인허가 특혜 제공 경위나 청탁 실현 과정에서 보고받고 승인하고 결재한 이 대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관련자를 통해 어느 정도 확인한 게 있지만 오늘 조사를 토대로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법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이 대표의 ‘재판 위증 교사’ 혐의도 조사했다. 이 대표는 2019년 2월 검사를 사칭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재판받는 과정에서 김인섭 전 대표 측근인 사업가 김모씨에게 연락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증언해달라고 부탁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이 대표가 김씨에게 허위 증언을 종용한 정황이 있었다”면서 “나아가 (증인이었던) 김씨가 백현동 개발사업에도 개입한 정황이 확인돼 함께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검, 이 대표 측근 등 압수수색…민주당 “공포감 조성하나”

김용 위증 의혹·민주당 돈봉투 관련…검찰 “소환과는 무관”
‘대북송금’ 합쳐 영장 청구 가능성…이 “단 한 푼 사익 없어”

검찰이 이 대표의 배임 혐의를 사실상 확인했다고 주장하는 만큼 이제 관심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로 모아진다. 검찰 안팎에선 수원지검이 수사 중인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넘겨받은 뒤 백현동 개발비리 사건과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시점도 중요하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에 따라 국회 회기 중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처리 절차를 거친다.

이 대표는 민주당 주도의 잇단 체포동의안 부결로 방탄국회 논란이 일자 지난 6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며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뜻과 무관하게 일단 체포동의안 처리 절차에 들어가면 민주당에선 체포동의안 찬반을 둘러싸고 내홍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말도 안 되는 조작수사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다”면서 “회기 중 영장청구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정치꼼수를 포기하고 당당하게 비회기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라”고 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이 대표는 커다란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에선 이 대표의 거취, 내년 총선 공천권과 직결된 차기 당권을 놓고 ‘친이재명’과 ‘비이재명’ 간 다툼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반대로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할 경우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의 정적인 제1야당 대표를 상대로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고, 이 대표로서는 최악의 사법리스크는 피하는 셈이 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 영장 청구 여부를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답변을 피했다.

검찰은 이날 이 대표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재판에서의 ‘허위 증언’ 의혹,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각각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범죄 혐의가 있으면 소환조사로 혐의 내용부터 파악하는 것이 순서인데도 다짜고짜 압수수색부터 단행한 이유가 무엇이냐”며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일에 맞춰 공포감이라도 조성하고자 했던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 일정에 따라 신속히 집행했을 뿐 어떤 것에도 수사 일정을 맞추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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