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뼈 밖에서 뛰던 심장... 인니 소년, 한국서 새삶 얻었다
심장이 갈비뼈 밖으로 혹처럼 튀어나오는 희소병을 앓아온 인도네시아 소년이 한국에서 수술받고 새 삶을 얻었다. 자바섬 출신 미카엘(7)군은 100만명 중 5명꼴로 발병한다는 심장이소증(心臟異所症)을 갖고 태어났다. 심장이 가슴 안쪽이 아닌 다른 곳에 비정상적으로 자리 잡는 원인 불명 질환이다. 이 증세가 있으면 90% 이상이 사망한 채 태어나거나, 출생해도 2~3일을 넘기지 못한다고 한다. 지난 6월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미카엘은 심장이 제 위치를 찾으면서 이제 여느 또래 아이들처럼 마음껏 뛰어놀고 학교도 갈 수 있게 됐다.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본관에서 만난 미카엘의 어머니 아구스틴씨는 “아이가 한국에서 수술받고 건강하게 인도네시아로 돌아갈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미카엘은 아구스틴씨의 네 아들 중 둘째. 엄마는 “수술도 치료도 못 해주고 그저 지켜봐야 했던 지난 7년이 정말 힘들었다”며 “하나님께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고 울먹였다.
아구스틴씨는 출산 당시 산파에게 “아기 심장이 가슴 바깥으로 나와 있다”는 말을 들었다. 다급한 마음에 찾아간 병원에서는 아기가 심장이소증이라고 했다. 그는 “‘이틀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젖을 꼭 무는 아이를 안고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미카엘은 목숨을 건졌지만, 심장을 보호하기 위해 집 안에서만 지내야 했다. 넘어지거나 부딪히면 위험해 뛰어놀지 못했고, 텔레비전을 보거나 가만히 누워 있어야 했다. 음식도 죽과 우유 말고는 먹을 수 있는 게 없었다. 아구스틴씨는 “한국에서 수술을 받은 뒤 미카엘이 병원 안에서 빠르게 걸어다니는 걸 보고 정말 놀랐다”며 “얼른 집에 가서 다른 형제들이랑 노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미카엘의 심장 수술을 집도한 이들은 세브란스병원 소아외과와 심장혈관외과 교수들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선교 활동을 하는 연세대 의대 출신 외과 의사가 지난 2월 미카엘의 심장 영상을 찍어 병원에 보낸 것이 인연이 됐다. 미카엘은 심장이 튀어나온 데다 폐동맥이 없고, 심실도 하나밖에 없는 등 상태가 심각했다. 병원 측은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미카엘을 ‘의료 소외국 환자 초청 치료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했다. 3억원가량 들어간 수술비와 치료비 등은 사단법인 글로벌사랑나눔과 한국심장재단, 한국기독공보 등이 후원했다.
세브란스 의료진은 심장을 몸 안으로 넣을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인공으로 횡격막을 만들고, 판막 역류를 막는 성형술도 동시에 진행했다. 신유림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는 “오랫동안 치료를 못 받은 미카엘이 수술을 잘 견딜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잘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고 했다.
이날 오전 병원 본관 회의실에서는 미카엘의 회복과 퇴원을 축하하는 환송회가 열렸다. 하종원 세브란스병원장이 “힘든 수술을 견뎌낸 미카엘이 대견하다”고 칭찬하자, 아구스틴씨는 “병원 모든 분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세브란스병원은 2011년 이후 지금까지 경제적인 문제와 의료 시설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외국인 환자 226명(29국)을 한국으로 초청해 치료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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