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 한국 바둑 자존심을 지켜라”
코로나19 영향으로 2년7개월 지연
조훈현 9단 ‘초대 대회 우승’ 영예
서봉수·유창혁·이창호까지 4연패
신 9단, 바둑 인생 ‘최고의 도전’
셰커 9단 꺾고 ‘정점’ 찍을지 주목
한국 바둑의 최강자 신진서 9단(23)이 생애 첫 응씨배 우승을 위해 출격한다. 누구나 인정하는 ‘1인자’ 위치에 정점을 찍기 위한 생애 최고의 도전이다.
신진서는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제9회 응씨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 결승 3번기에서 중국의 셰커 9단(23)과 격돌한다. 21일 결승 1국을 치른 뒤, 하루 휴식 후 23일과 24일에 2~3국이 연이어 열린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로 인해 4강까지 온라인 대국으로 진행됐다. 원래대로라면 2021년에 결승이 열려야 했는데 주최 측에서 결승전만큼은 ‘대면 대국’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2년7개월이나 지연된 끝에 이번에 열리게 됐다.
1988년 창설된 응씨배는 4년마다 한 번씩 열려 ‘바둑 올림픽’으로 불리는 최고의 바둑 대회다. 우승 상금이 40만달러(약 5억3600만원)로 가장 많고 역사도 가장 오래됐다.
한국은 응씨배를 통해 바둑 최강국으로 우뚝 섰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세계 바둑은 일본이 정점에 있는 가운데 중국이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내며 두 국가가 첨예하게 경쟁하는 양상이었다. 당시에 한국 바둑은 변방으로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제1회 대회에서 유일한 한국 대표로 출전한 조훈현 9단이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서봉수 9단, 유창혁 9단, 이창호 9단이 4회 대회까지 내리 4연패를 했고, 6회 대회에서 최철한 9단이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며 최다 우승국(5회)이 됐다. 한국은 응씨배를 통해 세계 최강국의 입지를 다졌다. 대국마다 숱한 명승부를 쏟아내며 한국 바둑사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한국 바둑 1인자 계보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조훈현과 이창호는 응씨배 우승으로 정점을 찍었다. 반면 또 다른 1인자였던 이세돌 9단과 박정환 9단은 응씨배와는 아쉽게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세돌의 응씨배 최고 성적은 4강이며, 박정환은 7~8회 대회 때 결승에 올랐으나 각각 판팅위 9단, 탕웨이싱 9단의 벽을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현시점에서 한국은 물론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신진서에게 있어 이번 응씨배 결승은 자신의 커리어에 정점을 찍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2012년 입단 후 이번이 첫 응씨배 본선 출전이었던 신진서는 28강에서 세얼하오 9단, 16강에서 판팅위, 8강에서 구쯔하오 9단, 4강에서 자오천위 9단 등 전부 중국 기사들을 상대로 승리하고 결승에 올랐다.
상대 전적은 셰커가 신진서에 1승으로 앞선다. 다만, 신진서가 최강의 반열에 오르기 전인 2017년 리민배 세계신예최강전에서 거둔 승리라 큰 의미는 없다. 신진서는 현재 44개월 연속 한국 랭킹 1위를 지키고 있고, 비공식 세계바둑랭킹을 집계하는 고레이팅에서도 2019년 이후 줄곧 1위에 올라 있다. 반면 중국랭킹 21위인 셰커는 뚜렷한 성적을 낸 적이 없다. 2021년 몽백합배에서 거둔 준우승이 메이저 세계대회 최고 성적이다.
변수는 최근 주춤한 신진서의 기세다. 신진서는 지난 6월 구쯔하오와의 란커배 결승에서 충격의 대역전패를 당해 준우승에 머물렀고, 이달 초 열린 몽백합배에서는 16강에서 리쉬안하오 9단에 덜미를 잡혔다. 이에 대해 신진서는 지난 11일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한두 판 졌지만, 내 실력과 자신감은 어디 안 간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응씨배는 다른 바둑 대회와는 달리 ‘전만법’이라는 고유의 규칙으로 진행된다. 보통 집으로 승부를 가리는 일반 바둑 대회와는 달리, 응씨배는 점으로 승부를 가린다. 덤은 8점(7집 반)이며 제한 시간은 각자 3시간씩 주어진다. 특히 제한 시간이 끝나면 별도의 초읽기 없이 추가시간 20분마다 벌점 2집이 공제된다. 추가시간 20분이 2회를 초과하면 시간패가 선언된다. 속기에 능한 신진서가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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