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미소·얕은 일그러짐의 얼굴들… “무슨 번민이 있기에…”

김신성 2023. 8. 1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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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척 담담해 보이지만 실은 깊은 표정과 몸짓을 지닌 인물 조각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앗아가는 작가 이유미의 관심은 오로지 '사람'이다.

기쁨이나 행복보다는 외로움과 고독, 아픔과 불편, 상처에 집중해 만들어낸 그의 사람들은 오히려 담담하고 차분한 표정과 몸짓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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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 개인전 ‘괜찮아요 It’s okay’
함께 살아가며 느끼는 많은 고통·상처들
담담한 표정·몸짓의 사람으로 깎고 빚어
절제된 이성과 감성 공존 ‘깊은 울림’으로
제주에 터 잡은 후 3년 만에 서울 전시회
빈틈없이 다듬는 지난날 방식과 달라져
뒷마무리 좀 덜 해도, 작가 마음 가는 대로
완성·미완성 아우르며 “괜찮아요” 위로

무심한 척 담담해 보이지만 실은 깊은 표정과 몸짓을 지닌 인물 조각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앗아가는 작가 이유미의 관심은 오로지 ‘사람’이다.

주제도 사람, 소재도 사람인 그의 작업에서는 그야말로 사람에 대한 애정이 한 움큼 묻어난다. 그는 꽤 오랫동안 한 사람으로 태어나 겪게 되는 다양한 감정들,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며 느끼게 되는 무수한 연민과 갈등, 그로 인한 고통과 상처를 ‘사람’의 모습으로 깎고 빚어내며 토로해 왔다. 기쁨이나 행복보다는 외로움과 고독, 아픔과 불편, 상처에 집중해 만들어낸 그의 사람들은 오히려 담담하고 차분한 표정과 몸짓을 지녔다. 작가의 인내와 절제가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돌아갈 곳이 없다’(2023), ‘불편을 감내하고’(2023)
무표정에 가까운 그들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와 얕은 일그러짐이 함께 비친다. 무심한 듯 덤덤한 듯하지만, 사실은 세심하고 강렬한 표정이다. 차분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의 안면과 몸 사위는 사실 몹시 조심스럽게 마음속 갈등을, 번민을 보일 듯 말듯 감추면서도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이유미의 사람들은 언뜻 눈길만 주어도 깊은 울림을 건넨다. 작가가 사유하며 절제한 이성과 감정이 공존하고 있다. 그가 만들어낸 사람들은 서로 아픔을 주고 상처를 남기기보다는 이해하고 배려하며 잘 지내보자는 메시지를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가까운 사람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연이어 목도한 이유미는 자신의 작품세계에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 예측할 수 없는 삶의 마무리 순간에 대한 의미, 더불어 완성과 미완성에 대한 이야기를 보탰다.

작가는 삶이 끝나면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완성하지 못한 작품을 남길 수도 있다. 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손이 바라는 만큼 움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어떤 상태로 작품을 완성할 수 있을까. 지금과는 분명 다른 ‘완성’일 텐데, 만족하면서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작품들은 완성된 것인가 미완성인가. 어쩌면 더 매만지고 다듬어야 한다는 생각은 과욕이었을 수도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더 가지 않고 멈췄으면 조금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조금 덜어냈을 때 더 좋을 수도 있다. 그래서, 예전에는 당연한 ‘마무리’라고 생각했던 단계를 거치지 않기로 했다. 예전에는 ‘미완성’이었을 상태지만, 지금 그에게는 이것이 ‘완성’이다.
'지금 우리'(2023), ‘그래도 다행이야’(2023), ‘고통을 감내하고’(2023)
서울 종로구 삼청동 도로시 살롱에서 27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괜찮아요 It’s okay(잇츠 오케이)’는 그래서 조금 색다르다. 제주에 새 터를 잡은 그가 서울에서 3년 만에 보여주는 전시회다. 지난날의 이유미 방식이었다면, 인물상의 손끝이든 발끝이든 조각 안쪽 뼈대를 이루는 철사는 결코 삐져나와선 안 되고, 몸통은 단단하고 빈틈없이 매끄럽게 다듬어져야만 한다. 혹여 몸의 상처를 구멍으로 표현했다면, 그 구멍은 다른 돌로 메꾸거나 금박으로 덧입혀 치유된 모습을 갖추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 달라졌다. 작가의 마음이 가는 대로, 어쩌면 조금 불편할지 모르지만, 뒷마무리를 조금 남겨두었다. 감추고 잘라내도 철사는 인물상을 지탱해주는 중요 요소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게 감추는 것이 깔끔하고 덜 불편할 수 있지만, 때로는 드러내는 것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 게다가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다. 괜찮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기어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때는 다시 괜찮게 만들면 된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자. 괜찮다. 다 괜찮다. 우리 삶도 그렇다. 조금 덜하면 덜한 대로 괜찮다. 더 했으면 덜어낼 수도 있다. 괜찮다. 완성과 미완성의 경계를 아우르는, 작가 이유미의 한 마디가, 당신의 다정한 한 마디가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괜찮아요. It's okay.”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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