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후임 추천 않을것" 변협, 24년만에 관행 깼다

다음주 尹대통령이 지명할듯

김명수 대법원장(63·사법연수원 15기)의 임기가 30여 일 남은 가운데 국내 유일 법정 변호사 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가 차기 대법원장 후보를 추천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변협은 1999년부터 차기 대법원장 후보를 추천해왔는데 24년의 전통 또는 관행을 깨는 것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몰린다. 대법원장은 대법관과 달리 법적으로 변협 회장 등의 후보 추천 효력은 없으나 변협은 상징적 의미로 그간 대법원장 후보를 추천해왔다.

17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변협은 제17대 대법원장 후보를 추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김 대법원장(제16대)은 오는 9월 24일로 임기 6년을 채우고 퇴임한다. 김영훈 변협 회장(59·27기)은 지난 16일 오후 9시께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빈소를 찾았지만 대법원장 후보 얘기는 꺼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장은 대법관과 달리 법적으로 변협 회장 등의 후보 추천 효력은 없다. 법원조직법은 대법관의 경우 대법원장이 선임대법관, 법원행정처장, 법무부 장관, 변협 회장,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판사 1명 등 10명으로 구성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도록 했다. 이와 달리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받아 임명하도록 했을 뿐 법적인 후보 추천 절차나 그에 따를 의무는 없다.

그럼에도 그간 변협을 비롯한 재야 단체들은 대법원장 교체를 앞두고 후보를 추천해왔다. 변협은 1999년부터 대법원장 후보를 추천했다. 2017년 김현 당시 변협 협회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퇴임을 앞두고 차기 대법원장 후보로 박시환·전수안·이인복·박병대·김용덕 전 대법관 등 5명을 후보로 추천했다. 다만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이들 후보군에 없었던 김명수 춘천지법원장을 차기 대법원장으로 낙점했다.

변협의 이번 행보는 이 같은 관행을 24년 만에 깬 것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1999년 변협이 대법원장 후보를 처음으로 추천했을 때는 대법원과 변협 간 갈등이 깊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은 변협의 대법원장 후보 추천 시도에 대해 "사법권 독립에 대한 중대한 도전" 이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이 때문에 1998년 임관해 이듬해 판사 초년생으로서 대법원장 후보 추천을 두고 변협과 사법부와의 갈등을 목격한 김영훈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르면 다음주께 차기 대법원장을 지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윤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