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고 떠나야 할 하락은 아니지만…장기채 금리가 변수[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3. 8. 1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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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뉴욕 월가 표지판 /로이터=뉴스1

미국의 국채수익률 상승이 계속되면서 기술주 위주의 증시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두려워 하며 주식을 매도해야 할 증시 하락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월가에는 투자자들이 뭔가 걱정할 때 조정이 일어나고 걱정해야 할 무엇인가가 있을 때 약세장이 시작된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 상태는 전자라는 지적이다.

S&P500지수는 16일(현지시간)까지 12거래일 중 10거래일 동안 떨어졌지만 하락률은 올들어 종가 기준 최고치인 7월31일의 4588에 비해 4%에 불과하다.

이런 조정은 올초에도 있었는데 S&P500지수는 올 2월초부터 3월 중순 미니 은행위기 전후까지 약 8% 하락했다.

너무 좋은 경제가 부메랑 됐다
최근 증시 약세의 가장 큰 원인은 만기 10년물 이상 장기채 금리의 상승이다. 장기채 금리 상승은 경제가 예상보다 너무 좋기 때문이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며 경제가 호조세를 보이자 '골디락스' 낙관론에 증시가 랠리했다. 골디락스란 경제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는 균형 상태를 뜻한다.

하지만 경제가 너무 좋으니 연준(연방준비제도)이 금리 인상을 중단한다고 해도 내년에 금리 인하로 돌아설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이른바 '침체 없는 금리 인하' 논쟁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연준이 지난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면서 단기채 금리가 장기채 금리보다 높은 역전현상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단기채 금리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즉각 반영해 올라갔지만 장기채 금리는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해 덜 오른 것이다.

장단기 금리차 정상화 과정
현재 미국 경제는 예상 이상의 호황을 보이며 경기 침체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장단기 금리의 역전폭이 줄어야 하는 상황이다. 연준이 긴축을 중단하고 머지않아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면 단기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역전폭이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연준이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도 확인됐듯이 인플레이션 상승 리스크가 여전하다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니 단기채 금리가 하락하지 않는 상황에서 장기채 금리가 더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연준이 경기 침체가 없어도 금리 정상화를 위해 금리를 인하한다면 장기채 금리 상승세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10여년간 10년물 국채수익률은 대략 2% 수준이었는데 이를 중립 금리로 본다면 침체가 없어도 금리를 낮출 이유가 된다.

반면 연준이 바뀐 경제 구조에서 중립 금리가 높아졌다고 판단한다면 경기 침체가 없는 상황에서 굳이 서둘러 금리를 인하할 이유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잭슨홀 미팅, 장기채 금리에 중요
이에 대해 워싱턴 D.C.에 위치한 통화정책 분석기관인 통화정책 어낼리틱스의 이코노미스트 데릭 탕은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지난 10년 이상 투자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명목 국채수익률의 상승 압력이 장가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 높은 국채수익률로의 전환이 점진적으로 이뤄지면 괜찮겠지만 이 같은 전환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으면 금융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리는 금리가 올라가는 상승 테마의 초입에 있는데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지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장기채 금리의 상승 추세는 증시의 밸류에이션을 낮추는 중요한 변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같은 상승이 일시적인지, 장기적인 추세인지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다음주말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연설은 장기채 금리의 추이를 가늠하다는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전망이다.

매수세 부진에 따른 조정
장기채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기업들의 지난 2분기 실적도 전반적으로 애널리스트들의 컨센서스를 웃돌긴 했지만 높아진 투자자들의 기대치는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증시에 상승 촉매가 되지 못했다.

다만 CNBC는 증시에 패닉(공황)의 징후는 없다고 지적했다. 증시 거래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거래량이 많지 않다는 것은 주식 매물이 많지 않은 가운데 매수세 부족으로 증시가 하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식을 빨리 팔고 빠져나가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포착되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이는 투자자들의 두려움을 반영하는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VIX)가 8월 들어 13에서 16으로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역사적 평균인 20을 밑돌고 있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증시에 중국의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있긴 하지만 미국의 거시경제 환경은 탄탄하다. 특히 미국 경제가 다른 국가의 경제위기로 크게 타격을 받은 전례는 사실상 거의 없었다.

다만 지금은 조심해야 할 때라는 점은 분명하다. 실적 발표 시즌이 마무리되면서 증시를 끌어올릴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증시는 역사적으로 1년 중 가장 부진한 시기인 8~10월을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S&P500지수의 향후 12개월 순이익 전망치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9배로 여전히 높다.

한편, 17일엔 개장 전에 월마트가 실적을 발표하고 오전 8시30분에는 신규 주간 실업수당 신청건수가, 오전 10시에는 지난 7월 경기선행지수가 각각 발표된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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