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버려지는 꽁초 年320억 개

김태훈 논설위원 2023. 8. 17.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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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공초(空超) 오상순 시인은 생전에 담배를 하루 100개비 넘게 피워 ‘꽁초’로도 불렸다. ‘나와 시와 담배’라는 시에선 ‘나와 시와 담배는/ 이음동곡(異音同曲)의 삼위일체’라 찬미했다. 김소월도 애연가였다. ‘나의 긴 한숨을 동무하는/ 못 잊게 생각나는 나의 담배!’라고 시에 썼다. 담배의 해로움에 무지했던 시절의 세태가 글에 남긴 흔적들이다. 건강에 미치는 해악이 알려지면서 이제 흡연을 미화하는 작품은 드물어졌다.

▶예나 지금이나 꽁초 공해는 여전히 큰 사회적 골칫거리다 . 우리나라에서 길에 버려지는 꽁초가 한 해 320억개에 이른다는 뉴스가 나왔다. 연간 소비되는 담배의 절반이라고 한다. 나라 밖도 다르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집계해보니 전 세계 한 해 생산되는 담배 6조개비 가운데 4조5000억개비가 함부로 버려진다.

▶담배꽁초는 도시 미관을 망가뜨릴 뿐 아니라 안전까지 위협한다. 화재를 일으키고 거리의 빗물받이에 쌓여 홍수 피해도 가중시킨다. 해안과 바다를 더럽히는 대표적 쓰레기도 꽁초다. 미국의 한 환경단체가 지난 30년간 해변 쓰레기를 수거했더니 1위가 꽁초였다. 우리나라 해안 쓰레기도 담배꽁초가 21%로 가장 많다. 꽁초 주성분인 플라스틱은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생선에 쌓였다가 인간의 식탁에 오른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꽁초 투기를 막기 위한 대책이 쏟아진다. 서울시는 현행 5만원인 꽁초 투기 과태료를 20만원으로 올리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꽁초를 모아오면 1g당 20원씩 현금으로 주는 보상 제도를 도입했다. 꽁초 20개를 모아 와야 새 담배를 살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도 등장했다. 담배를 팔아 돈 버는 담배 제조사나 담뱃값의 73%를 세금으로 걷는 정부가 책임지고 꽁초를 회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근본적 대책은 결국 흡연자의 인식이 바뀌는 것뿐이다. 한국에선 외면당하는 휴대용 재떨이가 일본에선 정착했다. 규제가 강해서가 아니라 남에게 폐 끼치지 않는 사회 분위기의 힘이다. 심리학에선 꽁초 투기를 막기 위해 ‘깨진 유리창 법칙’을 이용하자고 한다. 멀쩡한 유리창에는 돌을 던지지 않지만 깨진 유리창을 보면 자기도 돌을 던지고 싶어지는데, 뒷골목 등 꽁초 상습 투기 지역에 화단을 조성하면 방지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한때 꽁초만큼 흉물스러웠던 것이 길바닥에 널린 ‘껌딱지’였다. 그런데 껌을 아무 데나 뱉지 않는 패턴이 정착되며 자연스레 퇴출됐다. 꽁초 투기도 그렇게 사라지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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