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과학 한 스푼] 라면이 꼬불꼬불한 이유

기자 2023. 8. 1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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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무렵 중국 이민자들이 일본에 정착하면서 곳곳에 차이나타운들이 생겨났습니다. 이곳들을 중심으로 현지화된 중화요리들이 탄생했습니다. 나가사키 중화거리의 명물인 ‘나가사끼 짬뽕’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라멘 또한 이와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습니다. 그 기원은 중국의 ‘납면’이라 부르는 요리입니다. 이는 밀가루 반죽을 치대 뽑아낸 면 요리를 말하는데, 우리가 흔히 ‘수타면’이라 부르는 것과 유사합니다. 라멘은 납면의 일본식 발음입니다.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그런데 1958년 안도 모모후쿠는 라멘을 인스턴트 식품으로 재탄생시킵니다. 어묵을 튀기는 조리법을 응용해서 면을 삶지 않고 튀기는 방식으로 제품을 만든 것입니다. 이처럼 기름을 이용해 튀긴 면을 ‘유탕면’이라 하는데, 반죽에서 만들어 그대로 사용하는 생면이나 이를 건조시켜 사용하는 건면에 비해 몇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 기름으로 조리했기 때문에 열량이 높습니다. 그래서 당시 가난했던 서민들에게는 가성비 좋은 열량 공급원이 되었다고 합니다.

둘째, 이미 1차 조리가 끝난 상태여서 이후 신속한 조리가 가능합니다. 보통 건면의 경우 익히는 데만 10분 이상이 소요되지만 인스턴트 라면의 경우 대략 3분이면 조리를 끝낼 수 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장점은 면의 표면에 무수히 많은 구멍들이 형성된다는 점입니다. 밀가루 반죽에 포함된 수분은 고온으로 튀기는 과정에서 수증기가 돼 빠져나가는데, 액체에서 기체 상태가 되면 물은 1700배 정도 부피가 팽창합니다. 따라서 면에서 수분이 차지하던 공간에는 그 수분이 팽창해 빠져나가면서 많은 구멍들이 남게 되죠. 이 구멍들은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하는데요, 먼저 조리과정에서 뜨거운 물을 흡수해 면을 더 빨리 익게 만듭니다. 또 하나의 역할은 이른바 ‘면치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면을 후루룩 빨아들이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은 국물이 함께 딸려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이때 유탕면 표면의 구멍들은 면이 더 많은 국물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궁금증이 생깁니다. 왜 라면은 꼬불꼬불한 형태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건면처럼 길쭉한 형태로 튀기면 안 되는 것일까요?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보관의 편리성 때문입니다. 종이로 둘둘 말아놓은 건면을 다뤄본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직선 형태의 면은 잘 부서집니다. 길이 방향으로는 단단할지 몰라도 측면에서 작용하는 힘에는 약하기 때문인데요, 직선 형태의 한계인 셈입니다. 이에 반해 꼬불꼬불하게 쌓아놓은 면은 3차원 구조를 갖게 돼 모든 방향의 힘에 대해 안정성을 지닙니다. 유통 과정에서 제품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죠.

두 번째 이유는 앞서도 강조한 조리시간의 단축입니다. 유탕면 그 자체가 빠른 조리에 적합한 특성이 있지만, 이 면을 3차원 구조로 만들면 그 특성을 더 강화할 수 있습니다. 꼬불꼬불한 면들 사이로 뜨거운 물이 순환하면서, 면을 빠르면서도 고르게 익히기 때문입니다.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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