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5년 지나면 시험 응시제한…로스쿨 '오탈자', 개선책은?
[EBS 뉴스]
서현아앵커
세상을 연결하는 뉴스, 뉴스브릿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변호사가 되려면 대학 졸업 후 법학전문대학원, 로스쿨에 가야 하는데요.
그런데 로스쿨 과정을 마친 뒤 5년만 지나면 응시 자격을 잃게 됩니다.
질병이나 출산 등 부득이한 상황에 대해서 만이라도 예외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박은선 변호사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어서 오세요.
먼저 이 변호사시험 응시제한 제도가 어떤 제도인지부터 살펴볼까요?
박은선 변호사
네 변호사시험 응시제한 제도는 로스쿨을 졸업한 지 5년이 지나면 다시는 변호사 시험을 볼 수 없는 제도를 말합니다.
다만 군복무에 대해서는 예외가 있습니다.
5년이 지나면 법조계에서 완전히 탈락함으로 법조계에서는 이른바 '오탈제도'라고 부르는데요.
여기서도 쉬운 이해를 위해서 '오탈제도'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오탈자 5년이 지나면 응시자격을 얻지 못한다, 그렇다면 로스쿨이 정상적으로 졸업을 했지만 부득이한 사유로 변호사시험을 응시하지 못하는 분들 또 어떤 사례가 있을까요?
박은선 변호사
네, 로스쿨을 졸업한 이후에 뜻밖의 일들이 벌어지면서 변호사시험에 본의 아니게 응시하지 못하게 된 분들이 계십니다.
대표적으로 세 가지로 좀 나눠서 말씀을 드리면요, 먼저 갑자기 암이나 희귀병에 걸리거나 또는 교통사고를 당하여 중병을 앓게 되신 분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공부를 하다가도 아프면 일단 치료를 받고 그다음에 공부를 다시 하든가 이렇게 해야 하는데 이분들의 경우에는 오탈제도가 있기 때문에 치료에 매진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좀 더 악화되거나 아예 장애 등급을 받게 된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두 번째로 여성 졸업생들의 경우에는 임신, 출산, 육아가 문제가 됩니다.
임신 기간 중에 입원까지 해야 하는 고위험 산모도 있고 출산을 한 다음에는 일정 기간 몸조리도 해야 되고 또 영아를 돌봐야 하는데 그럴 경우에는 책을 펼 수조차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시험을 계속 봐야 되기 때문에 출산일이 변호사시험 기간 중에 있는 경우에 시험장에 아예 들어가지도 못한 졸업생이 있는가 하면 어떤 졸업생은 만삭으로 시험장에 와서 책상 옆에 간이 침대를 놓고 누웠다가 앉았다가를 반복하면서 시험을 치른 후에 시험이 끝나고 곧바로 응급실에 가서 조산를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들 외에 파산과 같이 경제적으로 굉장히 고통스러운 상황으로 시험을 보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또 워낙에 오래 걸리는 공부이다 보니까 부득이한 사정이 많이 생길 수 가 있는데 충분히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작용도 상당할 것 같은데 지금 그렇다면 현행법상 인정하고 있는 예외는 어떤 상황입니까?
박은선 변호사
변호사시험법 제7조 제2항이 인정하는 예외는 단 하나 군복무밖에 없습니다.
군 복무 기간에는 오탈제도인 시계가 멈춥니다.
하지만 엄마가 되었다거나 아프다거나 아니면 파산했다거나 이런 경우에는 멈춤이 없습니다.
그래서 군 복무와 이런 경우들 간에 차별 취급이 있다 이것은 문제다라는 그런 목소리도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래서 제도를 바꿔달라 이런 주장이 계속 있어왔다고요?
박은선 변호사
네 맞습니다.
오탈제도에 군 복무 외에 다른 예외들을 허용하라는 주장 아니면 나아가 이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먼저 오탈제도가 해당 로스쿨 졸업생의 평등권, 직업의 자유, 또 모성권, 건강권 등을 침해한다, 따라서 위헌 선언을 해달라라는 헌법소원이 거의 매년 제기되어 오고 있고요.
그리고 몇 달 전에는 판결이 확정이 됐는데 이 분은 로스쿨을 졸업하고 암 투병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변호사시험 응시자지위확인소송을 했는데 폐소를 했지만 법원이 이례적으로 존댓말로 "원고가 직장암 등을 앓으며 시험 준비를 해온 사정이 매우 딱하고 공감이 간다" 이런 표현을 하시기도 했습니다.
지난 3월에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두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고 시험장에 두 번밖에 들어가지 못한 로스쿨 졸 김누리 씨가 변호사시험 응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현재 이와 같은 상황입니다.
서현아 앵커
지금 3월에 제기한 소송은 임신과 출산 관련한 오탈소송이었는데 결과 어떻게 나올 것으로 보십니까?
박은선 변호사
사실 2016년 이래로 헌법재판소가 계속해서 오탈제도에 대해서 합헌을 선언해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김누리 씨 사건에서 이례적인 결과가 있을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데요.
헌법재판소는 지난 2월에 코로나19 확진자의 변호사시험 응시를 금지한 법무부 시험 공고가 오탈 제도 하에서는 위헌이라고 선언하면서 그 이유가 "변호사시험은 5년 5회밖에 치를 수 없는데 확진자가 적어도 1년간 변호사시험에 응시조차 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매우 중대한 불이익"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코로나 확진이 중대한 불이익이라면 김누리 씨와 같이 출산을 한 경우도 중대한 불이익으로 동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에 최초의 사건인 김누리 씨의 사건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법원의 판단을 한번 지켜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이 제도와 관련해서 소송 이외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고요?
박은선 변호사
네 맞습니다, 새로운 노력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변호사들이 오탈제도에 거의 찬성하고 있다 이렇게 알려져 왔는데요.
언론에 따르면 지난 6월 김영훈 대한변협 협회장님께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만나서 로스쿨 제도와 그다음에 오탈제도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변협, 교육부, 법무부 3자 태스크포스를 만들어서 이 문제를 해결하자 이런 제안도 있었다고 합니다.
로스쿨에서 만들어낸 인재들이 시험 기회를 잃고 아깝게 인생이 무너지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어떤 예외를 마련하자 이런 논의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점에서 지금은 변호사들도 오탈제도의 문제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국회에서는 조만간 교육위 소속의 도종환 의원이 강득구, 강민정 의원 등과 함께 중병 치료와 임신, 출산, 육아에 필요한 일정 기간을 예외로 허용하는 내용의 오탈제도 개정 법안을 발의할 예정입니다.
2020년에 이미 이재정, 김남국 의원이 유사한 법안을 발의하긴 했지만 교육위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서현아 앵커
의미 있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변화의 흐름이 생기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박은선 변호사
네 맞습니다.
처음으로 헌법재판소가 오탈제도 하에서 "1회의 시험 기회를 잃는 것은 중대한 불이익이다" 이런 말을 남겼고요.
정부와 국회는 교육의 눈으로 오탈제도를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변호사 단체조차 오탈제도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여성 가족 문제 측면에서도 오탈제도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의대를 졸업했지만 육아와 살림에 매진해 온 경단녀가 졸업한 지 20년 만에 의사 자격시험을 치르고 의사로서 새 인생을 시작하는 내용의 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었는데요.
만약 주인공이 의대가 아닌 로스쿨을 졸업했다면 시험을 아예 치르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언론도 여기에 주목을 해서 이 드라마를 로스쿨과 법조계에 적용해 보는 그런 뉴스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오탈제도는 현재 우리 사회의 심각한 경단녀 문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바로 이런 취지에서 임신 관련 오탈소송의 원고인 김누리 씨는 "임신과 출산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저출산 정책을 논의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하면서 "임신하여 아이를 낳은 것은 나의 선택이다. 하지만 그 책임이 시험 응시 금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서현아 앵커
교육과 여성가족의 시각에서 이 제도를 바라보니까 또 의미 있는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할 것도 같은데요.
획일적인 기준 때문에 생기는 폐해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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