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져보세요"…논란의 '야생동물 카페' 가보니 [여기잇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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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부실·학대 논란 '야생동물 카페'
좁은 공간서 생활…체험 수단 활용 뿐
서울시, 오는 12월 야생동물 전시 금지
대구의 한 동물원을 탈출한 후 마취총에 맞아 폐사한 침팬지 '루디'부터 경북의 한 목장에서 20년간 갇혀있다 탈출한 뒤 끝내 사살당한 사자 '사순이'까지, 최근 동물원과 민간 사육 시설에서 야생동물들이 잇따라 탈출하거나 사살당하는 일이 벌어지며 '야생동물 카페'까지 논란이 번지고 있다.
수년 전부터 야생동물 카페는 귀여운 외모의 미어캣과 라쿤 등 도심 한복판에서 만나기 어려운 동물들을 직접 만져보고 마주할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한 야생동물 카페 업주가 키우던 강아지를 무차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고, 여전히 해당 동물 카페는 운영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몇몇 동물 테마 카페에서는 비좁은 사육장 안에 동물을 가둬놓고, 오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등 미흡한 관리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야생동물 카페는 도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시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만 미어캣, 라쿤(너구리), 알파카, 양 등 각기 다른 동물을 내세운 야생동물 카페가 운영 중이다. 동물의 종류는 다르지만 공간 구성은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곳과 방문객들이 직접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거나 만져볼 수 있는 체험 공간으로 대부분 나눠져 있었다. 동물들 역시 사람 손에 길든 탓에 손을 가져다 대거나 얼굴을 가까이 마주해도 달려들거나 하지 않았다.
17일 낮 12시 오픈시간에 맞춰 방문한 'A' 야생동물 카페는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 손님들과 학부모들로 붐볐다. 직원이 왕도마뱀 한 마리를 사육장에서 꺼내 바닥에 내려두자 손님들이 우르르 몰려 도마뱀을 쓰다듬었다. 매장 내에는 수입 및 반입된 국제 멸종위기종 신고서가 명시돼 있었다. 파충류 이외에도 바위너구리 2마리와 기니피그 10마리, 호저 1마리가 사육장 안에 있었고, 미어캣 6마리가 옹기종기 붙어 체온을 나누는 모습도 포착됐다.
또 다른 'B' 카페는 대관령 양떼목장에서 온 9개월, 10개월짜리 양 2마리가 있었다. 직원은 "음료를 주문하면 직접 양들이 있는 공간에 들어가 만지기 체험을 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섭씨 32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 탓에 양들은 비좁은 그늘 아래로 들어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곳을 지나던 행인들은 털이 덥수룩한 양들을 보고 "양들이 더워 보인다", "털도 많은데 고생이다" 등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동물 학대로 논란이 돼 업주가 재판에 넘겨진 'C' 카페 역시 이름을 바꾼 채 여전히 운영되고 있었다.
지난 2월 17일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김상현 부장검사)는 다른 동물들을 해쳤다며 키우던 반려견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업주 D씨(38)를 구속기소 했다. D씨는 지난해 1월 매장에 죽어있는 다른 반려견과 너구리, '미국 너구리'로 불리는 킨카주의 사체를 발견하고, 해당 반려견을 망치로 17차례 때려 죽게 한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를 받는다.
D씨는 관할 관청에 등록하지 않은 채 카페를 차리고 동물전시 영업을 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D씨와 함께 생활했던 개 7마리, 고양이 10마리 등은 현재 동물자유연대(동자연) 측이 긴급 격리 조치해 돌보고 있다.
다만 이날 방문 당시 라쿤, 미어캣, 페럿 등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앞서 폐사한 킨카주와 함께 생활하던 알파카는 털이 눅지고 관리가 덜 된 모습이었다. 알파카는 이용객들이 방 내부로 들어와도 반응하지 않고 계속 창문 쪽만 응시하고 있었다. 동자연은 지난해 12월 이곳에 남아있는 야생동물도 학대 동물로 격리 조치해 줄 것을 마포구에 요청했으나, 보호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현장에 남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잇따른 야생동물 카페 운영 논란에 서울시는 오는 12월 14일부터 동물원과 수족관이 아닌 야생동물 카페 등 시설에서 살아있는 야생동물을 전시할 수 없게 규정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13일 이미 사업자 등록한 영업소는 신고를 통해 2027년 12월 13일까지 전시 금지를 유예할 수 있다. 다만 전시 금지 유예가 되더라도 부적절한 먹이 주기나 야생동물 만지기 등 체험행위는 할 수 없다.
동물보호단체 등은 야생동물 카페 자체가 사라져야 한다고 요구한다. 동자연 관계자는 "전국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동물 카페는 동물에 대해 그릇된 시각을 형성하는 데에 큰 원인이 된다"며 "사람이 원하면 언제든 찾아가서 마음껏 동물을 만나고 같이 놀 수 있는 장소, 그곳에서 동물은 생명이 아닌 장난감이나 놀이 도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물 카페 안에 사는 동물이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교감할 수 있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동물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맞이하며 살아야 하는 환경은 동물에게 부적절하다"며 "특히 사람과 가깝다는 이유로 착취의 대상이 되는 반려동물에게 상업적 목적의 동물 카페는 또 하나의 고통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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