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한국화가 김옥자, 부채로 전하는 멋
[KBS 창원]무더운 여름 한복판, 부채에 담은 연꽃이 청량한 바람을 부릅니다.
[김옥자/한국화가 : "꽃이 피는 계절에는 연꽃을 보면서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주변에서 예쁘게 보이는 야생화나 이런 것도 담을 수 있고 저 추녀 끝도 사실은 알고 보면 부채 선입니다. 그래서 우리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부채가 아닐까."]
선조의 지혜에 자연을 담아 작가는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전합니다.
마산의 한 갤러리.
질 좋은 한지와 대나무로 만든 합죽선이 꽃으로 화사합니다.
그림을 그린 부채 화선부터 글을 쓴 부채 서선까지.
20년째 부채에 그림을 그려온 김옥자 작가가 제자들과 선보이는 선면화입니다.
[김옥자/한국화가 : "시멘트 사이를 뚫고 나오는 그런 꽃들이나 작은 꽃들을 보면 너무 아름다운 게 이 세상에 지천으로 깔려 있다. 부채에 그려서 언제든지 펼쳐볼 수 있고."]
길가에 흐드러진 패랭이꽃과 금낭화, 꽃밭의 나리꽃과 수국, 작약은 물론 통영 사량도에서 만난 풍경과 세상에 전하고 싶은 글귀도 부채 속에서 바람과 만납니다.
[서수미/창원시 의창구 : "합죽선 부챗살에 그림으로 한국화를 아주 잘 표현하셨는데요. 다양한 꽃모양으로 우리 한국의 멋을 합죽선으로 잘 나타낸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한국화가로 먹과 함께한 지 35년.
한국의 자연과 섬마을 풍경을 담백한 수묵화로 기록해 온 작가는 분채를 이용한 채색화로 작업 반경을 넓혔습니다.
[김옥자/한국화가 : "우리 꽃이나 자연물을 나타내는 데는 은근하면서 아름다운 색깔을 낼 수 있는 것이 분채라고 생각하고 스무 번이고 서른 번이고 계속 입혀서 색깔을 내요. 자연의 색을 끄집어내는 거예요."]
광목천에 그림을 그리는가 하면 천년을 가는 비단에 자연을 묘사하는 등 작가의 표현 재료엔 한계가 없습니다.
부채도 여러 재료 중 하나.
경남선면예술가로 부지런히 선면화를 지켜왔는데요.
살이 있는 부채는 평면에 비해 먹 선을 넣을 때나 채색에 더 세심한 손길이 필요합니다.
[김옥자/한국화가 : "조상들이 엄청나게 지혜롭다. 전쟁에서도 썼고 사랑의 전달 수단으로 썼고 호신용으로도 썼고 그 외에도 원래 부채가 바람을 일으키는, 풍로에 바람 일으키는 것으로도 썼고..."]
한지가 나오기까지 아흔아홉 번.
다년생 대가 부채가 되기까지 또 100번.
부채 자체로도 훌륭한 작품이지만 작가에게는 언제 어디서나 펼쳐서 그릴 수 있는 최고의 캔버스입니다.
[김옥자/한국화가 : "풍경을 그릴 때 스케치북이나 합판을 들고 가기가 곤란할 때는 외국에 갈 때도 부채 몇 개를 준비해서 가면 그 자리에서 작품을 할 수 있는 묘미가 있고 부채를 여름에 하나 줘보니까 너무 좋아하는 그런 나눔의 기쁨이 있는 그런 것이다."]
바람을 일으켜 더위를 식히는 부채는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손 안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점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해 부채 그림 선면화를 알리고 전수하는 작업에도 열심입니다.
[강태현/창원시 의창구 : "부채는 아주 작은 내 손안에 들어있는 작품이면서도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니고 바람과 함께 이런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게 너무 멋진 작품인 것 같아요."]
유서 깊은 공예품이자 들고 다니는 미술품, 부채를 통해 작가는 우리 멋을 제대로 전하고 싶습니다.
[강태현/창원시 의창구 : "우리나라 선이 작은 산들이나 높지 않은 이런 뾰족뾰족하지 않은 그런 우리 한옥 안에 있는 선들도 서까래 선들도 부채의 선에서 나왔습니다. 한국적인 것을 알리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직선의 세상을 어루만지는 넉넉하고 은근한 우리 바람.
작가의 부채 그림이 특별한 이유입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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