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만의 인적왕래 이뤄졌지만…대북 관문 中단둥, 여전히 한산
(단둥=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단둥은 가장 큰 접경 도시죠. 원래부터 여행과 접경 무역에 의존해 발전해온 곳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5월 1일(노동절)이나 10월 1일(국경절) 같은 연휴 여행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됐어요."
17일 오전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압록강을 따라 달리던 택시 기사는 요즘 단둥의 분위기가 어떠냐는 물음에 이렇게 말했다.
6·25전쟁 관련 관광지인 압록강철교와 바로 옆 압록강단교(끊어진 다리) 주변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중국 각지에서 온 여행객으로 북적였지만, 단둥 시내에 즐비한 북한 관련 음식점·잡화상 등은 대체로 한산했다.
단둥역에서 압록강철교로 가는 길엔 중국어와 한국어를 병기한 간판을 단 채 문을 닫은 대북 무역상이 자주 눈에 띄었고, '고려거리'라 이름 붙은 남북한 거리는 행인 없이 거의 텅 비다시피 조용했다.
고려거리에는 평양냉면 등 북한 음식은 물론 삼계탕이나 감자탕 같은 한국 음식을 파는 가게도 수십 곳 있었지만, 정오가 되도록 손님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북한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1월 국경 봉쇄에 들어갔고, 그 해 8월께부턴 방역을 한층 강화하며 중국과의 무역을 사실상 중단했다.
북한의 물자난이 심각해지자 지난해 1월 북중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됐지만, 사람이 오갈 수 있는 국경은 3년 7개월 동안 열리지 않고 있다. 사람과 차가 양국을 오가는 길목이어서 번성했던 단둥으로선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큰손'으로 불리던 북한 무역상 수천 명이 거의 발길을 끊었고, 중국 무역상은 해상 교역이 가능한 산둥 룽커우와 다롄으로 떠난 상황이다.
중국은 올해 초부터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고 일상 회복에 들어갔지만, 북한의 개방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단둥 상인들은 전날 북한 태권도선수단 수십명이 버스 두 대에 나눠 타고 압록강철교를 넘어 중국에 입국한 데 주목하며 차일피일 미뤄지는 대규모 인적 왕래의 재개 기대감을 드러냈다.
북한 관광을 주선하는 여행사들은 현재로선 불가능한 '북한 1일 여행' 광고를 입구에 붙여놓고 있었다.
한 업주는 이 광고에 대해 '희망사항'이라며 중국 쪽에서 배를 타고 압록강을 둘러볼 수 있는 상품을 손님들에게 소개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그래도 올해 안에 여행길이 열리긴 힘들 것"이라며 조심스러워했다.
평소 단둥에 체류 중인 북한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는 한 상가에서도 화장품점이나 손목시계 가게 등 일부 점포에서 북한인 두세명씩이 보였을 뿐 썰렁했다.
한 의류 매장 주인은 "코로나19 확산 후로는 지금까지도 크게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며 "북한 사람이 주말에는 좀 오는데, 주로 화장품이나 속옷, 손목시계 등을 산다"고 설명했다.
9년 전에 진작 완공된 신압록강대교는 여전히 개통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해 하반기 신압록강대교의 유지·보수 공사가 활발히 진행돼자 단둥 무역상들 사이에서는 1943년 건설돼 낡고 폭이 좁은 압록강철교(중국식 명칭은 중조우의교)를 대체할 이 교량이 곧 개통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퍼졌지만, 북한의 국경 개방은 미뤄지고 있다.
신압록강대교 근처를 지나던 택시 기사는 "듣기로는 원래 6월에 신압록강대교를 개통하기로 했었지만 조중관계(북중관계)는 민감하지 않은가"라며 "대교가 열리지 않으니 단둥 무역이 발전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 휴가철과 방학을 맞아 중국인 여행객이 몰린 압록강단교는 최근 단둥에서 가장 활기찬 곳이다. 압록강철교와 나란히 있는 압록강단교는 6·25전쟁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교각이 끊어진 상태 그대로 남은 공식 유적지다. 중국 당국이 공산당 지지와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활용하는 '홍색(紅色) 관광지'이기도 하다.
단교 위에 절반만 남은 상판에는 입장료만 내면 누구나 올라갈 수 있다. 교각 기둥마다 압록강철교와 6·25전쟁의 역사가 사진과 함께 전시됐고, 6·25전쟁 시기 중국과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현재의 중국을 웅장한 음악과 함께 번갈아 보여주는 영상도 반복 상영됐다. 자녀에게 즉석 역사 교육을 하는 가족 단위 중국 방문객들도 적지 않았다.
다리 아래에서는 6·25전쟁 당시 중국군 복장을 하고 몇 시간 동안 군가를 부르는 중년의 틱톡커가 관광객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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