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충격’·‘제격’… 18일 베일 벗는 넷플릭스 ‘마스크걸’

엄형준 2023. 8. 1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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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관심 열망 큰 주인공 ‘모미’
인터넷서 마스크 쓰고 BJ 생활
살인사건 이후 성형 통해 ‘새 삶’
수감 중 탈옥 결심 뒤 감정 표출
회차마다 다른 인물 중심 전개

이름을 거꾸로 부르면 ‘미모’지만 클수록 ‘미모’와는 거리가 멀어져가는 김모미는 가수가 되겠단 꿈을 접은 평범한 직장인이다. 대신 인터넷방송을 통해 못 이룬 꿈의 아쉬움을 달래고 끼를 발산한다. 깊은 밤 인터넷방송에선 마스크를 쓴 날씬한 몸매에 섹시한 춤을 추는 ‘미모’의 BJ(Broadcasting Jockey)인 ‘마스크걸’은 아침이면 잘생긴 유부남 상사를 짝사랑하는 못생긴 모미로 돌아온다.

사랑과 관심에 대한 모미의 열망과 마스크걸의 얼굴과 육체에 집착하는 남성들의 욕망은 서로 충돌하며 예기치 않은 세 번의 살인극으로 이어진다.

‘마스크걸’의 시작은 2006년 개봉작인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매운맛 느낌이다. 김아중 주연의 미녀는 괴로워는 천상의 목소리를 가졌지만, 뚱뚱한 외모 때문에 얼굴 없는 가수로 살아가는 한나의 이야기다. 외모로 천대받고, 음반 프로듀서를 짝사랑한 것도 비슷하다.
마스크걸에서 ‘김모미’역은 나나(위), 고현정(가운데), 이한별(오른쪽) 3명의 배우가 나눠서 연기한다. 염혜란(아래)이 연기한 ‘김경자’는 김모미를 집요하게 뒤쫓는다. 넷플릭스 제공
첫 화의 이야기 흐름은 누구나 쉽게 예측 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회차를 거듭하며 추가되거나 바뀌는 인물들을 통해 이야기를 확장하고,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과연 모미와 다른 등장 인물들을 비난할 수 있는지 묻는다. 법률적 판단과는 별도로 그들의 행동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18일 오후 4시 공개되는 이 드라마는 3가지 면에서 특별하다.

첫 번째는 한 배역을 세 명이 맡았다는 점이다. 외모콤플렉스를 가진 밤의 BJ인 마스크걸 김모미A는 신인 배우인 이한별이 맡았다.
밤의 BJ인 마스크걸 김모미A 역을 맡은 이한별
이한별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모미가 가진 불안과 결핍 같은 것들에 동질감을 느꼈던 것 같다”면서 “뿌리 내리기 힘든 곳에 하나씩 피어 있는 꽃들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그런 심정으로 모미를 봤던 것 같다”고 했다.
살인사건 후 성형수술을 통해 새 삶을 시작하는 김모미B는 아이돌 출신의 배우 나나가 맡았다. 나나는 성공한 삶과는 거리가 먼 바의 쇼걸이지만, 잔뜩 움츠린 김모미A와는 달리 자신감 넘치고,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당찬 여성이다.
살인사건 후 성형수술을 통해 새 삶을 시작하는 김모미B 역을 맡은 나나
긴 시간을 교도소에서 보낸 뒤, 모든 걸 초탈한 듯 초점 없는 눈을 한 김모미C는 고현정이 맡았다. 그는 어떤 일을 계기로 탈옥을 결심하고 내면에 숨겼던 감정을 다시 밖으로 끄집어낸다. 감정을 모아 폭발시켜야 하는 역할이다.
보통의 영화나 드라마라면 한 사람이 분장의 힘을 빌려 긴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겠지만, 김용훈 감독은 과감히 세 사람의 배우를 통해 인물 감정의 다양성을 드러낸다.
긴 시간을 교도소에서 보낸 뒤, 모든 걸 초탈한 듯 초점 없는 눈을 한 김모미C 역을 맡은 고현정
김 감독은 “이 작품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이 (한 배역, 세 명의 배우) 얘기를 꺼냈을 때 우려했다”면서 “특수분장을 했을 때 배우의 어떤 표정이나 표현들이 좀 어색하고 불안하게 느껴져, 3인의 콘셉트로 강행했고, 이 작품을 하면서 했던 많은 결정 중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현정은 김 감독의 설명이 이번 작품에 끌린 이유라고 했다. 고현정은 “저의 10·20·30·40대를 생각해보면 많이 다르다”면서 “한 캐릭터를 나눠서 하면 (해당 시기를) 집중해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 제가 알기론 전에 없었던 시도인 거 같다. 작품 제의를 주신 걸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특별한 점은 김경자 역을 맡은 염혜란의 재발견이다. 이미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 염혜란은 이제 신선한 얼굴은 아니다. 극 속에서 복수에 얽힌 것도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다른 극에서 조연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엔 전 회차를 관통하는 누구보다 출연 분량이 많은 사실상의 주연으로, 그 어떤 작품에서보다 강렬한 감정을 폭발하며 스크린을 장악한다. 김모미가 세 명으로 나뉘어 다양한 감정을 보여주는 것과 대비되게 김경자는 염혜란이 극의 흐름에 따라 감정의 변화를 조절한다.
김경자 역을 맡은 염혜란
세 번째 특별한 점은 극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7회차로 구성된 시리즈는 각 편에 등장 인물의 이름을 붙였고, 해당 인물을 중심으로 각 편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전체 이야기 흐름의 중심은 분명 김모미지만, 각 편은 김모미A와 B, C의 이야기이고, 주오남, 김경자, 김춘애, 김미모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는 이런 다양한 인물의 서사를 통해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이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하고, 관객에게 선악의 판단을 맡긴다.

김 감독은 “아름다움과 추함, 선과 악의 개념들이 나오는 이야기인데,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 멀티 플롯 방식의 이야기 구조는 이런 본질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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