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헬은 김민재 사랑에 빠졌지만 부담감은 커졌다...뮌헨, 추가 골키퍼 영입 포기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2023-24시즌 바이에른 뮌헨에서의 성공을 위해선 김민재의 활약이 더욱 중요해졌다.
독일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는 17일(이하 한국시간) 투헬 감독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투헬 감독은 지난 시즌을 돌아봄과 동시에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김민재에게 기대하는 점 등을 공개했다.
투헬 감독은 김민재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우리는 뤼카 에르난데스를 포함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에르난데스가 시즌이 끝난 후 팀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그리고 대체자를 찾은 것 같았다. 이것은 계획된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센터백 후보자를 좁혔고, 올바른 선수를 선택했다"고 김민재를 영입하기로 결정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해 말했다.
투헬 감독이 제일 원했던 김민재도 뮌헨을 선택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적 후 김민재는 독일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뮌헨이 나를 원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놀랐다. 뮌헨의 도시, 구단 등은 독일의 훌륭한 상징이다.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했다"고 말하면서 투헬 감독의 존재가 결정적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김민재는 "통화는 결정적이었고 매우 감동했다. 투헬 감독은 나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말해줬다. 그는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내 경기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며 투헬 감독 때문에 뮌헨으로 이적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뿐만이 아니다. 투헬 감독은 나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매우 상세했다. 그것은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고, 자신감과 안정감을 주었다. 그의 의견은 내 플레이, 강점에 대한 내 생각과 정확히 일치했다. 투헬 감독과의 대화에서 이적이 곧바로 분명해졌다"고 덧붙였다.
투헬 감독이 김민재를 얼마나 원했는지는 김민재 이적 직후 뮌헨에서 촬영한 영상을 통해 알려졌다. 김민재가 테게른제에 위치한 프리시즌 훈련캠프에 도착했을 때였다. 김민재가 훈련장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뛰어나온 사람은 바로 투헬 감독이었다.
투헬 감독은 김민재를 만나자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김민재와 포옹을 나눈 뒤에 그는 "만나서 반갑다. 정말 만나서 반갑다. 정말 기쁘다. 넌 정말 잘할 거다. 확신한다"며 반겨줬다. 김민재는 수줍은 듯 투헬 감독의 과감한 스킨십과 애정에 웃기만 했다. 현대축구에서 최고의 명장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투헬 감독이 김민재를 얼마나 원했는지를 첫 만남부터 곧장 알 수 있었다.
투헬 감독은 이번 인터뷰에서도 "김민재가 뮌헨을 위해서 큰 열정과 함께 결정해줘서 매우 기쁘다. 나는 김민재를 사랑한다. 그를 사랑한다"고 두 번 말하면서 "김민재는 매우 침착하고 솔직하다. 그의 표정, 생각, 플레이, 패스는 그저 패스다. 치장이 아니다. 첫 터치에 공을 컨트롤하고, 다음 터치에 패스한다. 패스가 적절한 속도로 너무 강하지도 느리지도 않다. 그것이 딱 빌드업을 하는 선수들에게 원하는 패스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그는 수비에 있어서도 매우 용감하고 빠르고 협조적이다. 항상 어깨 너머로 도움이 필요한지를 살펴본다. 좌측 수비수, 우측 중앙 수비수의 위치를 찾는다. 김민재의 태도도 매우 좋다. 나는 지금까지 두 명의 한국 선수를 겪어봤는데 정확히 똑같은 태도를 갖고 있다. 규율이 잡혀 있고 친근하고 겸손하고 명확하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며 김민재에 대한 칭찬을 멈추지 않았다.
투헬 감독은 김민재를 필두로 4백을 구상 중이라는 이야기까지 꺼냈다. 그는 "3백 변화를 배제하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공격적인 선수들이 많다. 3백으로의 변화는 공격진이 자신의 입지를 위해 싸우는 걸 어렵게 만들어서 이상적이지 않을 것이다. 뮌헨은 항상 경기장에서 최소 4명이 공격적인 위치를 잡을 수 있다. 좋은 상황이라면 5자리까지 가능하다. 3백도 잘 맞는다고 생각하지만 현재로서는 4백으로 나아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3백이 아닌 4백 체제로 간다면 센터백이 맡아야 할 수비 범위가 더욱 넓어진다. 나폴리에서 김민재가 맡아온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아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뮌헨에서 경기를 치르는 동안에도 김민재는 아직까지 선수들끼리의 호흡이 온전하지 않아 빌드업 과정에서 실수가 나온 적은 있지만 수비는 완벽에 가까웠다.
다만 아쉬운 건 뮌헨의 골키퍼 상황이다. 지난 시즌 중반기까지 뮌헨은 골키퍼 걱정을 하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골키퍼 중 한 명인 마누엘 노이어가 굳건히 최후방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노이어는 지난 12월 2022 카타르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끝난 후 휴가를 즐기다가 다리 골절이라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스키를 즐기다가 다쳐서 팬들한테도 많은 비난을 받았다.
노이어의 부상 소식에 뮌헨은 부랴부랴 추가 골키퍼 영입에 나섰다. 지금은 인터밀란으로 이적한 얀 좀머였다. 좀머는 노이어의 대체자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내면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노이어의 부상 복귀가 임박해지면서 뮌헨은 고민에 빠졌다. 좀머는 백업 자원으로 활약하기엔 너무나 뛰어난 골키퍼였다. 좀머도 백업 선수로 남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노이어를 2순위 골키퍼로 끌어내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에 뮌헨은 좀머를 이적시키면서 새로운 골키퍼를 알아봤다. 노이어 백업 역할을 수행해주면서 노이어가 부상으로 빠졌을 때에는 언제나 주전으로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를 찾았다. 여러 선수가 언급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결별한 다비드 데 헤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케파 아리사발라가, 알 힐랄을 선택한 야신 부누 등 수많은 선수가 언급됐지만 아무도 데려오지 못했다. 결국 뮌헨은 골키퍼 영입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독일 '스포르트 빌트'는 17일 "율리 회네스, 칼-하인츠 루메니게, 투헬 감독이 포함된 뮌헨 스포츠 위원회 회의 후 구단은 더 이상 노이어의 백업을 찾지 않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전략은 스벤 울라이히의 백업을 데려오는 것이다. 뮌헨은 울라이히 활약에 만족한다. 노이어가 건강을 회복할 동안은 울라이히를 믿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노이어의 정확한 복귀 날짜가 언제인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뮌헨은 3순위 골키퍼였던 울라이히 체제로 가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울라이히는 좋은 선수지만 뮌헨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기엔 아쉬운 선수다. 노이어가 빠질 때마다 경기장에 자주 나왔지만 노이어를 완벽하게 대체하지는 못했다.
노이어가 얼마나 빠르게 복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노이어는 현대적인 골키퍼의 가치관을 새롭게 만들어낸 선수로 평가받는다. 페널티박스를 크게 벗어나 센터백처럼 공간을 커버해주기도 한다. 노이어가 나올 수만 있다면 4백 체제에서 김민재가 맡아야 할 부담감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골키퍼 영입이 없고, 울라이히 체제로 간다면 당분간은 김민재가 해줘야 할 역할이 경기장 안에서 많을 것이다. 빌드업 과정에서도 울라이히는 노이어만큼 안정감을 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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