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줄 때 떠나자”… 호실적 은행권, 30대도 희망퇴직 줄서나

이병훈 2023. 8. 1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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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이자수익으로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은행에서 30대 직원까지 일찌감치 퇴직하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점포가 줄어들어 대리나 과장이 부지점장으로 승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구조가 되면서 희망퇴직을 고려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퇴직금을 좀 많이 줄 때 일찌감치 나가자'는 수요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사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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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 축소로 인력 줄여야하는 은행
인생 2막 꿈꾸는 직원 수요 맞물려
신한, 39세도 대상 “직원 요구 반영”
최대 36개월치의 특별퇴직금 지급
하나, 40세 이상 7월 60명 퇴직
5대銀 2022년 평균 총퇴직금 5.4억
하나銀에선 최대 11억 수령 사례도
높은 이자수익으로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은행에서 30대 직원까지 일찌감치 퇴직하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실적 호조로 퇴직금도 함께 늘어난 것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점포 축소로 인력을 줄여야 하는 은행의 입장과 조기 은퇴를 통해 높은 퇴직금을 챙긴 뒤 ‘인생 2막’을 시작하려는 임직원의 수요가 맞물렸다는 분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신한은행 노사는 희망퇴직 조건 등에 합의하고 이르면 이번 주말(영업일 기준)부터 다음 주 초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대상은 부지점장 이하 모든 직급의 근속연수 15년 이상, 1983년 이전 출생 직원이다. 신한은행이 연초와 별도로 하반기에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것은 2021년 이후 2년 만이다.

생일이 지나지 않은 경우 만 39세 직원까지 스스로 퇴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신한은행 역대 희망퇴직 대상 연령 기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앞서 올해 1월 이뤄진 희망퇴직에서 최고 출생 연도 조건이 1978년이었다. 희망퇴직 대상자로 선정되면 최대 36개월치 월평균 급여를 특별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직원들의 지속적인 요구를 반영했다”며 “조직의 인력 구조를 개선하고 향후 신규 채용을 확대해 조직의 활력을 도모하는 등 금융환경의 변화에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말 이미 하반기 희망퇴직을 마무리했다. 만 15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최종적으로 60명이 퇴직했다. 이들은 최대 28개월치 월평균 급여를 특별퇴직금으로 수령했다. 1968∼1971년생 퇴직자에게는 자녀학자금, 의료비, 재취업·전직 지원금도 지급됐다.

은행권이 비교적 젊은 직원까지 희망퇴직을 받는 데는 표면적으로 오프라인 점포 축소로 은행원 수를 줄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 지점을 폐쇄하거나 출장소로 전환한 규모는 2018년 74개에서 2019년 94개, 2020년 216개, 2021년 209개, 2022년(8월까지) 179개로 집계됐다.

그러나 최근 희망퇴직 수요가 늘어나는 데는 직원들의 자발적 수요가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권의 실적 호황으로 평균 급여액이 늘어나면서 퇴직금도 자연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은행 상반기 평균 보수는 2020년 5050만원에서 올해 상반기 6150만원까지 가파르게 올랐다.
금융위원회의 ‘5대 은행 성과급 등 보수체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해 1인당 평균 총퇴직금은 5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3000만원 늘어난 액수다. 이는 기본퇴직금(퇴직 당시 30일간 평균 임금에 재직연수를 곱한 금액) 평균 1억8000만원에 희망퇴직금 평균 3억6000만원을 합친 액수다.

최근 NH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시중은행에서는 희망퇴직금 최고 지급액이 모두 8억원을 넘긴 가운데 하나은행에서는 최대 11억원을 지급한 경우도 있었다. 앞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하나은행은 40세 이상 직원에게 3년치 연봉을 지급하는 내용의 희망퇴직을 진행한 바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점포가 줄어들어 대리나 과장이 부지점장으로 승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구조가 되면서 희망퇴직을 고려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퇴직금을 좀 많이 줄 때 일찌감치 나가자’는 수요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사정을 전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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