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비가 더 커”… 키오스크 현금털이범에 무인점포 영업중단 ‘이중고’ [밀착취재]
조희연 2023. 8. 17. 19:02
대부분 쇠지렛대·절단기로 파손
결제수단 없어 복구까지 문 닫아
절도당한 액수보다 수리비 더 커
피의자 측 비용부담에 되레 소송
경찰 개입해도 배상받기 어려워
“사업주 손배 대처 방안 강구돼야”
결제수단 없어 복구까지 문 닫아
절도당한 액수보다 수리비 더 커
피의자 측 비용부담에 되레 소송
경찰 개입해도 배상받기 어려워
“사업주 손배 대처 방안 강구돼야”
“절도범 보호자가 ‘90만원 이상으로는 합의해줄 수 없다’며 민사소송을 하라고 합니다.”
3년째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 A씨는 지난 2월 발생한 절도 사건으로 반년째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찰의 발빠른 추적으로 B군 등 고등학생 2명이 검거돼 검찰에 송치됐지만 문제는 키오스크 파손이었다. 이들이 현금을 훔치기 위해 키오스크를 부순 탓에 A씨는 키오스크 수리비를 지불해야 하는 데다 수리가 완료될 때까지 점포 영업을 중단해야만 했다.
절도·손괴범 들끓는 무인점포 17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무인 편의점 입구에 계산을 하지 않고 물건을 가지고 나가다 폐쇄회로(CCTV)에 찍힌 사람 사진이 붙어 있다. 코로나19 유행과 인건비 상승 등의 여파로 무인 점포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절도, 재물손괴 등의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상수 기자 |
B군 보호자가 “합의하고 싶다”며 찾아오자 A씨는 현금 피해액 60만원에 키오스크 수리비, 영업손실액을 더한 300만원을 요구했다. B군 보호자는 “다른 무인점포 사장은 적당한 금액으로 합의해줬는데 A씨만 터무니없는 금액을 부른다”며 “민사소송을 하라”고 맞섰다. A씨는 “처음 겪는 일이라 손발이 떨리고, 주변에 도움받을 곳이 없어 무기력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무인점포 절도 범죄가 확산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경찰과 사법당국이 사건을 엄중하게 다루고 있긴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키오스크·보안설비 파손 등 절도 범죄에 수반된 설비 피해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무인점포 절도 사건은 6018건을 기록했다. 경찰이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21년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동안 3514건을 기록한 바 있는데, 올해는 동월 대비 1.5배(5135건) 수준을 보였다. 무인점포가 늘면서 관련 범죄도 증가하고 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올해부터 무인점포 절도 사건을 집계하는 시스템도 마련한 상태다.
무인점포 절도 범죄가 전국에서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경찰 대응도 강화되고 있다. 피의자가 미성년자고 절도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상습범이거나 범행수법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구속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무인점포 현금을 훔쳐 달아난 C(15)군 등 중·고등학생 3명을 특수절도 혐의로 지난달 31일 구속송치했다. 이들은 무인점포 5곳에 들어가 미리 챙겨온 쇠 지렛대와 절단기로 키오스크를 부수고 현금 총 350만원가량을 빼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금 피해액은 350만원인데 키오스크 피해액은 더 크다”며 “범행수법이 과감하고 재범 우려가 있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무인점포 절도 사건에서 현금 피해액은 수십만원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키오스크를 망가뜨리는 경우 점포 주인이 겪는 피해는 수백만원대로 훌쩍 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무인점포 업주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절도 피해를 경험한 무인점포 비율은 61%였고, 피해액은 사업 유형에 따라 평균 14만∼45만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손괴 피해의 경우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18%로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키오스크 손괴의 경우 피해액이 평균 202만원에 달했다.
조성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사업주들은 소액 절도 피해는 신고하지 않고 넘어간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키오스크 손괴를 통한 현금 절도는 죄질이 나쁘고 피해가 크기 때문에 대부분 신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키오스크 손괴 피해 금액이 절도 피해 금액보다 크기 때문에 사업주의 손해배상을 대처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형사 합의가 원만히 진행되지 않고 소송비용이 드는 민사소송도 어려울 경우 형사배상명령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하진규 형사 전문 변호사는 “민사소송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느끼면 형사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며 “형사배상명령은 형사소송 과정에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도 단축되고, 민사소송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고 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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