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겟'→'무빙'까지. 영화·드라마 경계 없이 활약하는 김성균의 전성시대 [TEN피플]

이하늘 2023. 8. 17.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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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이하늘 기자]
영화 '타겟'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푸근한 미소와 함께 눈가에 진 주름마저 매력적인 배우 김성균. 사람 좋은 미소로 선한 역할만큼이나 진중하고 무게감 있는 악역도 제 옷처럼 소화하는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다. 최근 디즈니 플러스의 '무빙'과 넷플릭스 드라마 'D.P. 시즌2'에 출연한 김성균은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 없이 종횡무진 활약하는 중이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타겟'(감독 박희곤)에서 김성균은 범죄의 타깃이 된 '수현'(신혜선)을 도와 범인을 추적하는 주형사로 극의 무게감을 잡을 예정이다. '타겟'은 일상적인 소재인 중고거래로 인해 범죄의 표적이 된 수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숨 막힐 조여오는 공포로 인해 뭉개진 일상을 복구하려는 주형사(김성균)의 움직임은 '타겟'에서 일종의 희망이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 데뷔작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 감독 윤종빈 / 박창우 역


영화 '범죄와의 전쟁' 스틸컷. /사진제공=㈜쇼박스


2012년 데뷔작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형배(하정우)의 오른팔 박창우 역으로 출연한 김성균은 날 것 그대로의 거친 매력을 보여주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마치 이창동 감독의 영화 '초록물고기'(1997)에서 야비한 깡패를 연기한 송강호를 본 관객들이 "어디서 진짜로 깡패를 섭외해서 찍은 줄 알았다"는 말처럼 김성균 역시 사실감 있는 연기로 주목받았다. '범죄와의 전쟁'의 윤종빈 감독은 "진짜 조폭을 섭외하면 어떻게 합니까"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고. 이후 김성균은 악역 전문 배우로 서늘하고 섬뜩한 얼굴을 보여주곤 했다.

■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 감독 장준환 / 동범 역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스틸컷.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감독 장준환/이하 '화이')에서 김성균은 과묵하고 덤덤하지만, 누구보다 빠른 행동력을 자랑하는 동범 역을 맡았다. '화이'는 5명의 범죄자를 아버지를 둔 소년 화이(여진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리더 '석태'(김윤석), '기태'(조진웅) '진성'(장현성), '범수'(박해준), '동범'까지. 피가 아닌 마음으로 연결되며 이뤄진 비혈연 가족이지만, 범죄 현장으로 아버지 석태가 화이를 끌고 가면서 사건이 벌어진다.

김성균은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찌르는 사이코패스이지만, 아들 화이에게만큼은 능글거리는 모습으로 다가서는 모습을 보인다. 아직 철들지 않은 모습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고뭉치 캐릭터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영화는 누가 괴물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유괴되었던 아이 화이는 잔혹한 범죄를 즐기는 5명의 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환영 속 괴물에 시달린다. 과거의 기억은 없지만, 괴물이라는 실체 없는 공포를 자꾸만 마주하는 화이. 아들의 미래를 위해 다투는 아버지들과 괴물이 되어야만 괴물을 보지 않게 되는 화이의 운명 안에서 김성균은 아버지의 의무와 범죄자로서의 태도를 잃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다.

■  tvN드라마 '응답하라 1994'(2013), 응답하라 '1988'(2015) 감독 신원호 / 삼천포 역, 정봉이 아버지 김성균 역


사진=드라마 '응답하라 1994' 방송 캡처본.


김성균을 이야기할 때, 역시나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그는 '응답하라 1994'와 '응답하라 1988'에 출연하며 이전까지 보여주던 서늘한 얼굴 뒤에 시골내기처럼 풋풋하고 순진한 얼굴을 드러냈다. '응답하라 1994'에서 김성균은 액면가는 노안이지만, 컴퓨터 공학과 1학년의 대학생 '삼천포'를 맡아 조윤진 역의 배우 민도희와 달달한 커플 연기를 선보였다. 뚜렷한 의견과 완벽주의 성격 탓에 늘 같은 집 하숙생 해태(손호준)과 투닥거리면서 싸우는 장면들이 연출되기도 했다. 극 중에서 삼천포는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매력을 뽐냈다. 특히 극 중에서 조윤진(민도희)와 상반된 성격 탓에 앙숙으로 발전하지만, 늘 챙겨주고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사진=드라마 '응답하라 1988' 방송 캡처본.


'응답하라 1988'에서 김성균은 정봉이(안재홍) 아빠로 불리며 '응답하라 1994'의 대학생에서 아버지로 시간을 뛰어넘기도 했다. 극 중에서 김성균이 맡은 캐릭터는 걱정보다는 웃음으로 좋게 좋게 생각하려는 그야말로 긍정적인 매력으로 극의 활력소가 되어줬다. 아들 정환(류준열)의 친구 덕선(혜리)와도 서슴없이 편하게 지내는 사람 좋은 미소로 보는 내내 재미를 주기도 했다. "아이고~ 김사장 이거 정말 반갑구만. 반가워요"라며 인사를 건네는 장면은 회자되면서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대학생부터 고등학생 자녀를 둔 아버지까지,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김성균은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대중들에게 완벽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 SBS 드라마 '열혈사제'(2019) 감독 이명우 / 구대영 역

사진=드라마 '열혈사제' 방송 캡처본.


'열혈사제'는 다혈질 가톨릭 사제와 구담경찰서 대표 형사가 한 살인사건으로 만나 공조 수사에 들어간다는 독특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드라마다. 김성균은 이 작품에서 구담경찰서의 강력팀 형사 구대영 역을 맡았다. 구대영은 허세 빼면 시체인 형사로서 별 도움은 되지 않는 캐릭터다. 꼴통 사제 김해일(김남길)과의 공조를 통해서 형사로서의 자신을 되돌아보는 모습을 보여준다. '열혈사제'는 고귀하고 은혜로운 신부가 아닌 불의를 참지 못하는 신부라는 설정을 통해 신선한 재미를 준 작품이다.

드라마 '김과장', 모범택시' 시리즈처럼 해결되지 않는 세상의 부조리에 직접 발로 뛰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안겨 준다. 특히 김성균은 광기 어린 눈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신부를 연기한 김남길과 극강의 케미를 자랑하기도 했다. '열혈사제'는 통쾌한 사이다 전개와 거침없는 대사들이 인상적인 작품. "왜 여러분들은 성당에 와서만 잘못했다고 용서해 달라고 빌어요? 자신들이 잘못한 사람들한테 가서 용서부터 받고 오세요"라며 촌철살인 명대사를 날리기도 한다.

■ 넷플릭스 드라마 'D.P. 시즌 1'(2021), 시즌 2(2023) 감독 한준희 / 박범구 역

드라마 'D.P' 시즌 2 스틸컷.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D.P.'는 김보통 작가의 원작 웹툰 'D.P 개의 날'을 기반으로 하며, 탈영병을 추적하고 체포하는 대한민국 육군 군사경찰인 군무 이탈 체포조(D.P.)를 소재로 삼고 있다. 시즌 2까지 제작된 'D.P.'는 부조리한 군대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포착하며 극 중에서 안준호(정해인)과 한호열(구교환)이 탈영병들을 체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성균이 맡은 박범구 중사는 겉보기에는 툴툴대고 잔소리하는 상사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누구보다 따뜻한 캐릭터다. 위험한 상황에 놓인 안준호와 한호열을 위해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시즌 1에서는 103사단 헌병대 대위 임지섭(손석구)의 실적만을 중요시하는 태도로 자주 부딪혔지만, 시즌 2에서는 조석봉 일병 사건을 계기로 협업하는 모습을 보인다. 톰과 제리처럼 티격태격하면서도 누구보다 서로를 위하는 우정을 보여준다. 동료와 아래의 병사들을 위해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박범구는 김성균의 비굴하지만 강단 있는 연기를 통해 몰입을 높였다.

■ 영화 '한산: 용의 출현'(2022) 감독 김한민 / 가토 요시아키 역

영화 '한산:용의 출현'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두 번째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에서 김성균은 일본의 가토 요시아키 역을 맡았다. '한산'은 1592년 여름의 음력 7월 8일 한산도 앞바다,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한 조선의 운명을 건 지상 최고의 해전을 담고 있다. 실존 인물인 이순신 장군을 다루는 만큼 역사적 고증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영화는 전투에서 손상을 입은 거북선 탓에 출정이 어려워진 조선이 이순신의 책략으로 한산도 앞바다에서 대승을 거두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 때문에 조선군과 일본군의 눈치싸움과 내부에서도 일어나는 첨예한 대립을 엿볼 수 있다.

극 중에서 김성균은 지략가인 와키자카 야스하루(변요환)과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모습으로 라이벌 구도에 놓인다. 내부에서 하나로 일치하지 않는 의견 탓에 소란스러운 광경까지 펼쳐진다. "내가 이래서 천박한 너와 함께할 수 없다는 거야"라며 같은 편인 와키자카 야스하루를 무시하면서 독단적인 행동을 나서기도 한다. 김성균은 제작보고회를 통해 "'명량'에서 진구가 맡았던 역할을 기대했었는데 왜군으로 들어와서 이게 뭔가 했었다. 극심한 부담을 느꼈다"라며 부담감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부담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에서 대체 불가능한 연기를 보여줬다.

■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무빙'(2023) 감독 박인제, 박윤서 / 이재만 역

드라마 '무빙' 스틸컷. /사진제공=디즈니 플러스


디즈니 플러스의 '무빙'은 에피소드가 주마다 공개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강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닥치는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이다. '무빙'에서 김성균은 괴력을 가진 이강훈의 아버지 이재만 역을 맡았다. 헐크처럼 무거운 것을 옮기거나 누구보다 빠른 속도라는 초능력을 지닌 이재만.

지금까지 공개된 에피소드에서 비친 김성균은 초능력과는 거리가 먼 그저 아들 바보로 표현된다. 동네에서 작은 슈퍼를 운영하면서 아들이 하교하는 시간에 맞춰 기다리고, 시간 맞춰 아들이 돌아오면 "강훈이 왔어"라며 말을 더듬는 모습을 보인다. 과거, 엄청난 능력을 갖췄던 안기부의 요원이었지만 아직은 과거의 모습이 다 밝혀지진 않았다. '무빙'에서 김성균은 어떤 매력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는 바다.

그야말로 김성균의 전성시대다. 개봉을 앞둔 영화 '타겟'과 공개된 디즈니 플러스의 '무빙'을 제외하고도 개봉 예정작들이 기다리는 중이다. 배우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영화 '서울의 봄'과 배우 김우빈과 출연하는 넷플릭스 영화 '무도실무관'이 개봉을 앞둔 상황. '무도 실무관'에서 김성균은 보호관찰관 김선민으로 등장한다. 김성균의 선악 구분 없는 얼굴처럼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 없이 종횡무진 활약하는 그의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바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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