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리스크를 기회로… 산업·노동·규제개혁 적기로 삼아야"

최상현 2023. 8. 1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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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경제위기 우리의 대응은?
中수출 20%… 의존도 높아
반도체 중심 경제구조 탈피
인도·베트남 등 新시장 개척
기업 단순규제 완화 '미봉책'
인프라투자·인력유치 등 필요

中경제위기 속 韓의 방향성은?

중국 경제가 수렁에 빠졌다. 리오프닝과 강력한 경기 부양책에도 내수와 수출이 여전히 살아나지 않는데다,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 사태가 금융시장 연쇄 위기로 비화할 위험성이 커져서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초비상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을 근본적 구조개혁의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17일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노무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3분기와 4분기 모두 전년 동기 대비 4.9% 성장 전망에 대한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밝혔다. 중국이 올해 연간 국내총생산 성장률(GDP)이 목표치인 5.0%를 밑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현태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IMF 예측에 따르면 중국 경제성장률은 10년내에 3%대로 하락할 것"이라며 "소위 '피크 차이나론'으로 설명되는 중국 경제 하강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중국의 부진은 우리 경제에도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경제 구조에서 '1위 수출국'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對)중국 수출액은 1557억8900만 달러로 전체(6839억 달러)의 약 22.8%를 차지했다. 이는 미국(1097억 6600만 달러)과 일본(306억 600만 달러), 중동(175억 2400만 달러) 수출액을 합친 것과 맞먹는 수치다.

올해 상반기 한국 경제성장률은 0.9% 성장에 그쳤다. 수출이 전년 대비 12.5% 감소한 영향이 컸고, 대중국 수출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대중국 수출액은 700억 8400만 달러로 전년 동기(945억 9900만 달러)에 비해 25.9% 급감했다.

정부는 하반기에는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가시화되며 2.0% 성장을 기록할 것이고, 연간 1.4%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 내 경기 불안이 커지며 리오프닝은 커녕 '차이나 리스크'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이 교수는 "연초 예상했던 것보다 중국 리오프닝 이후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올해 대중무역 적자가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며 "이미 근 10년간 대중국 수출 품목들은 반도체를 제외하고 중국에 경쟁력이 따라잡힌 상황으로 한국은 기술 진보 외에도 수출다변화, 소비재 시장 개척, 미중경쟁 리스크 관리 등 과제를 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비상 상황일수록 규제·노동·산업전략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는 주력 품목의 수출비중이 높아 경기순환에 취약하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품고 있어 수출 품목의 저변을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등 주력품목을 산업 내에서 다각화하고, 전기차·바이오 등 신성장산업을 주력 산업으로 만드는 노력이 요구된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기부진은 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데다, 중국의 제조업 자립도 제고로 경합이 강화되고 있다"며 "이러한 위기를 새로운 돌파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무역의 지역별·품목별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재편성하고, 미국·EU 등 선진국 시장에 대한 시장공략과 베트남, 인도 등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확대를 통해 한국무역의 글로벌 밸류체인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도 "규제 혁신과 신산업 육성전략 점검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세금을 깎아주고, 산업단지를 조성해 부지를 제공하는 식의 옛날식 육성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핵심 클러스터에 고급 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인프라 투자와 규제 개혁이 필수적"이라며 "수도권 입지규제를 포함해 신산업 육성에 장애가 되는 모든 규제를 혁신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뿐 아니라 글로벌 전반에서 통하는 기업 경쟁력이 절실하다"며 "기술 혁신 뿐만 아니라 노동 개혁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7개국 중 33개로 최하위다. 시간당 노동생산성 지난해 기준 49.4달러로 OECD 평균(64.7달러)과 비교하면 4분의 3 수준이다.

이 교수는 "대기업 노조 근로자를 중심으로 사용자 측에 무리한 요구가 계속되고 있고, 이를 수용하다 보면 중소·협력업체 노동자의 근로 여건이 반대급부로 악화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노사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고, 합리적인 노동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국 중심,반도체 중심 경제 구조를 탈피하려면 장기적인 산업 육성 전략이 필요하다"며 "삼성·SK도 반도체 시장에서 현재의 위치를 차지하기까지 수십 년의 투자가 있었던 만큼, 이차전지나 바이오 등의 신산업에서도 일관적인 투자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최상현·박은희·신하연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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