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투자하라더니”…와인 사업 벌여놓은 유통업계, 전망은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2023. 8. 17.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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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빅3 포함해 업계 전반 ‘불황’
중소 수입사들 “재고 잔뜩 쌓였다”
판로 못 찾는 기업들…채용 축소도
서울 서초구의 한 백화점에서 소비자들이 와인을 고르는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빅3(롯데·현대·신세계)를 포함한 주요 유통사들이 팬데믹 기간 와인 사업 규모를 대폭 확장했음에도 고물가 동향 여파로 시장이 정체된 분위기다. 국내 주요 와인 수입사들 역시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거둔 가운데 올해 역시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7.2%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음료 사업과 소주 등은 호실적을 거뒀지만, 와인 등에서 거둔 성적표가 부진했다.

부문별 실적을 반기 단위로 살펴보면 와인 사업의 하락세가 더 가시적이다. 상반기 기준, 2년 전 996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냈던 와인 사업은 지난해 517억원, 올해 430억원 규모 순으로 줄어들었다. 2년 만에 매출이 56.8% 감소한 것이다.

국내 주요 수입사들의 지난해 실적 역시 부진하다. 국내 기업 상위 6곳(매출 규모 순)의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보다 줄었다. ▲신세계엘앤비(-45.3%) ▲금양인터내셔날(–28.9%) ▲아영FBC(–26.2%) ▲나라셀라(-3.9%) ▲신동와인(-47.3%) ▲씨에스알와인(-11.9%) 순이다.

주요 회사들의 실적이 눈에 띄게 저조해진 건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와 매출 원가가 상승한 반면 팬데믹 기간만큼 와인이 팔리지 않아서다. 소비자들이 외출을 줄였던 팬데믹 기간에는 보복소비 경향과 더불어 ‘홈술’ 트렌드가 떠올랐지만, 엔데믹 이후 상황이 반전된 것.

고물가 동향으로 소비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됐고, 그나마 외출 시나 회식 자리에서 찾는 주종 또한 다양해졌다. 가정채널과 유흥채널에서 모두 영업이 부진해지면서 주요 회사들의 창고에 재고만 쌓여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해 하반기 서울의 한 백화점 할인행사에서 소비자들이 와인을 고르는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유통 빅3에 모두 납품하는 한 중소 주류 수입사 관계자 A씨는 ‘최근 잘 팔리는 와인 품종이나 채널(가정 또는 유흥)이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요즘 그런 게 없다. 정말 안 팔린다”며 손사래를 쳤다. 맥주와 화이트 와인의 계절로 꼽히는 여름철 장사가 부진했다는 설명이다.

A씨는 “회사 창고에 쌓여있는 재고가 너무 많다. 다들 잘 팔릴 거라는 기대감이 있어서 대거 들여왔다가 작년 연말부터 좀처럼 기를 못 펴고 있다”며 “중저가 와인은 그래도 할인행사 통해 조금씩 재고를 처분하고 있는데 고가 와인은 어쩔 도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빅3 중 가장 먼저 대형 오프라인 주류매장을 선보인 롯데그룹(보틀벙커)을 제외하면 재발주도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엔데믹 시장을 노리고 3사가 경쟁하듯 앞다퉈 매장을 냈는데 예상만큼 와인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1세대 와인 수입사 관계자 B씨는 “중소기업들로서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게 아무래도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유일한 방법 아니겠느냐”며 “대형 매장을 꾸릴 테니 우릴 믿고 와인을 잔뜩 들여달라 그랬다가 도저히 소화를 못 해 재고만 쌓인 기업도 있다”고 귀띔했다.

B씨는 이어 “신세계그룹의 경우 프랑스 등으로 직접 MD들을 파견, 유통 과정을 한 단계라도 더 단축함으로써 원가를 절감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며 “생산단가부터 오르고 있어 채용도 줄고 있다. MD직군 채용은 있어도 영업직을 안 뽑는다”고 말했다.

불황에도 좀 더 버틸 여력이 있는 대형 유통사들과 달리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와인 수입사들에서는 실적 부진이 계속되면 인력 조정도 이뤄질 수 있단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주요 수입사 중 한 곳인 C사의 경우 최근 영업직 공개채용을 진행하다가 돌연 중단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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