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 개발 이끈 신현동 전 현대차 연구소장 별세
제1호 국산 승용차로 통하는 ‘포니’ 개발을 이끈 신현동 전 현대자동차 중앙연구소장(전 유진전장 회장)이 17일 오전 3시10분쯤 서울 송파구 문정동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4세.
1929년 12월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고인은 대구농림학교와 육군병기학교를 나온 뒤 10여년 육사 병기공학과 교관으로 일했다. 영어를 잘 해서 미 육사의 자동차 교재를 번역하며 한국에 자동차 이론을 도입했다. 1960년대 말 현대차로 옮긴 뒤 승진을 거듭해 1970년대 초 임원(기술 담당 이사)이 됐다.
현대가 국산차 개발에 착수한 것은 1973년으로, 당시 박정희 정부가 ‘고유 모델 자동차 산업 육성 방안’을 추진하자 독자적인 자동차 생산을 결정하고 신 전 소장에게 프로젝트 책임을 맡겼다.
고인은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시제품을 선보인 데 이어 1976년 1월 포니 출시를 이끌었다. 당시 정세영 현대차 사장은 “포니가 남산을 오르지 못하면 우리는 망한다”며 포니를 타고 서울 남산 주변을 돌며 성능을 검증하기도 했다.
고인은 1983년에는 현대차 독자 엔진(알파엔진)을 만들자고 주장했고, 그해 9월에 엔진개발실장을 맡았다. 1984년 11월 마북리연구소를 완공한 뒤에는 연구소장·고문 등을 맡았다. 알파엔진은 이현순 박사 등이 개발을 주도해 고인이 퇴직하고 2년이 더 지난 1991년 완성됐다. ‘포니정’ 정세영 현대차 회장은 알파엔진 개발을 주장한 고인에게 공로패를 주기도 했다.
고인은 현대차 퇴직 후 2000년대 초까지 현대 아반떼에 들어가는 각종 전기배선을 공급하는 유진전장이라는 기업을 운영했다.
유족은 부인 배순남씨와 사이에 3남1녀로 신영철(미국 퍼듀대 석좌교수)·신영혜·신경철(전 유진로봇 회장)·신기철(전 유진전장 대표)씨와 며느리 김윤경·현은자(성균관대 아동청소년학과 교수)·육세라씨, 사위 장욱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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