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뜻 다르면 승선 못해’ 경고… 野 ‘李 옥중공천’ 우려에 공방

유지혜 2023. 8. 17. 18: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총선 공천 긴장감 커지는 여야
“배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못 타”
‘윤핵관’ 이철규 사무총장 발언
일각 ‘용산발 공천’ 현실화 비판
민주, 李 구속 가능성 놓고 긴장
친명계 “플랜B 대한 고민 있어”
감행 땐 비명 반발 등 내분 심화

8개월도 남지 않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둘러싼 여야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상 친윤(친윤석열) 단일 체제로 가고 있는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는 “배를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승선 못 한다”는 발언이 나왔고,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총선 공천권을 두고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17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철규 사무총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함께 항해하는데 멀쩡한 배에서 노를 거꾸로 젓고, 구멍이나 내는 승객은 승선할 수 없다’는 내용의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 사무총장은 내년 총선 후보를 결정하는 공천관리위원회 당연직 위원으로, 사실상의 실무 작업을 총괄하는 위치다.
최고위서 발언하는 金 대표 국민의힘 김기현(오른쪽)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검찰 조사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해 “자신의 범죄 혐의 리스트에 당 전체가 허우적대는 작금의 상황을 직시하라”고 비판했다. 이제원 선임기자
당 안팎에서는 이 사무총장 발언이 최근 ‘총선 수도권 위기론’ 등을 제기하며 당 지도부를 비판한 4선 중진 윤상현 의원과 비윤(비윤석열)계 인사 등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의 입장과 다른 목소리를 내며 지도부를 흔들 경우 오는 10월 시작될 당무감사와 내년 총선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이라는 것이다.

이 사무총장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 부친상 빈소가 마련된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천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냐’는 질문에 “당원들은 국민의 얼굴 아니냐”며 “언행을 조심하자는 함축적 의미가 담긴 것”이라고 답했다. 윤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에서 이 사무총장 발언에 대해 “일반론적인 이야기”라면서도 “당이라는 게 일사불란한 게 좋으냐. 당은 결국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수용을 하는 게 건전한 정당”이라고 말했다.

의총에 참석한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의원들 입장에서는 사무총장이라는 자리나 지금의 시기상 의원들 입에 족쇄를 채우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당의 일사불란함이 쾌속선이면 지지율이 올라갔겠지만,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 상황에서 다른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이 대표적인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꼽힌다는 점에서 용산발 공천이 현실화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벌써 대통령이 공천하겠다는 걸 노골적으로 보여 줬기 때문에 의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며 “지도부를 흔들지 말라는 불안감의 발로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조사실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구속 가능성을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검찰에 출석하면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단 뜻을 재차 밝혔다. 민주당은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지만, 당 안팎에선 이미 ‘플랜B’에 대한 말이 나오고 있다. 핵심은 이 대표의 당대표직 유지 여부다. 당권 향배의 분기점이자 공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 친명·비명이 이 대표의 ‘옥중 공천’ 가능성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친명계인 박찬대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만에 하나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플랜B에 대한 고민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이 대표가 구속되더라도 당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진행자의 ‘이 대표 구속 상황이 발생해도 당대표 중심으로 결속해야 한다고 보냐’는 질문에 박 최고위원이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것도 가능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당 주류인 친명계가 실제 이 대표의 옥중 공천을 감행한다면 당 내분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 이미 비명계는 줄곧 이 대표의 사퇴 필요성을 주장해 오고 있다. 설훈 의원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했다.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의원들 사이에서도 당장은 아니더라도 영장이 발부될 경우엔 대표직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당대표 자리를 내려놓더라도 검찰 수사의 부당성에 대해선 충분히 강변할 수 있지 않겠냐”며 “현시점에선 대표직 사퇴가 유지보다는 여러모로 나은 결정이 될 거라 본다”고 말했다.

유지혜·김병관·김승환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