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당국자 “印太 전략지형 바뀔 것… 완전히 다른 날 온다”

서필웅 2023. 8. 1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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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정상회의 기대감
美 NSC 조정관 “北 핵야망 우려
3국 군사협력 엄청난 진전 볼 것”
아사히 “법 기초한 국제질서 유지”
‘힘에 의한 현상변경 불용’ 강조
4가지 고위관료 협의체 정례화도
미국 고위당국자들이 오는 18일(현지시간) 미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3국 공조가 새로운 시대를 맞을 것이라며 강한 기대감을 연이어 표출했다. 그간 한·미, 미·일의 개별 동맹을 통해 이뤄졌던 공조가 최근 한·일 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3국 간 유기적 협력이 가능한 체제로 진전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특히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가 16일 워싱턴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열린 대담에서 이번 정상회의와 관련해 ‘뉴 노멀’이라는 표현을 써서 주목된다. 그는 “중국의 전략은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1·2위 동맹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는 전제에 기반하고 있다”며 “이번 3국 정상회의로 근본적 변화가 발생할 것이며, 인도태평양에서 전략 지형이 바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미·일 관계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를 뉴 노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19일은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인) 17일과는 완전히 다른 날이 될 것이며,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사 문제로 반목을 거듭하던 한·일 양국의 관계가 최근 개선되면서 한·미·일 3국의 진정한 전략 공조가 비로소 가능해졌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이날 대담에 함께한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도 “지난 몇 달간 숨 막히는 외교의 현장을 보았고, 한·일 정상의 용기 있는 결단을 지켜봤다”면서 한·일 관계 개선으로 3국 공조의 진전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미라 랩후퍼 NSC 인도태평양전략국장은 3국 협력이 인도태평양 전체를 아우른다는 것이 정상회의의 핵심 메시지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일과 군사뿐 아니라 경제까지 포괄하는 공조를 통해 인도태평양 전체로 미국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중국 견제를 강화하겠다는 미국의 노림수를 읽을 수 있다.
대통령 별장 ‘캠프데이비드’ 전경 미국 메릴랜드주 캐탁틴 산맥 안에 있는 미 대통령의 공식 휴양지 ‘캠프데이비드’ 전경.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를 찾는 건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다. 데이비드 캠프 트위터 캡처
아울러 이를 통해 중국과 공조를 강화하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존 커비 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국무부 외신센터(FPC) 브리핑에서 3국 간 이니셔티브 발표에 관해 언급하면서 “우리가 안보 협력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이유는 북한의 계속된 도발 때문”이라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 계속된 핵 프로그램의 진전과 핵 야망은 큰 우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3국 군사 협력과 상호운용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런 측면에서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3국 협력의 기본 이념을 담아 채택될 ‘캠프데이비드 원칙’과 공동성명인 ‘캠프데이비드 정신’에는 이 같은 목적 의식이 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와 관련, 법의 지배에 기초한 국제질서의 중요성, 핵확산 금지 체제 강화 등이 명시된 캠프데이비드 원칙이 채택된다고 이날 보도했다. 중국, 러시아를 염두에 두고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점도 포함될 전망이다. 아사히는 “법의 지배에 기초한 국제질서의 유지, 강화와 주권·영토의 일체성 존중을 강조한다”며 “핵무기가 두 번 다시 사용되는 일이 없도록 핵군축, 확산 금지 체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처럼 3국 협력이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 협의체) 수준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커비 조정관이 선을 그은 만큼 기존 동맹의 틀에 기반한 공조 강화가 우선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커비 조정관은 “이번 회의는 구속력 있는 3국 간 공식 동맹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이미 한국, 일본과 개별적인 동맹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경례하는 바이든 한·미·일 정상회의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을 한 뒤 지지자와 의원들을 향해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공동성명에는 3국 정상, 외무장관, 국방장관, 안보담당 고위관료 간 4가지 레벨의 협의체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한다는 것을 명시할 전망이다. 아사히는 “각국의 정권 교체가 이뤄지는 경우에도 일·미·한(한·미·일)의 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체제를 정비하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군사 협력, 공동군사훈련, 정보 공유, 사이버 안보 등의 협력도 강화해 간다는 방침이다. 또 경제안보 관련 협력을 중시해 반도체, 중요 광물 공급망 강화를 담는다.

NHK방송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각각 회담을 갖고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이해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서필웅 기자, 도쿄=강구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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