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톡] 표류하는 '한국판 나사' 우주항공청
우주항공정책 총괄기구 위상 놓고도 이견
과학기술계, 정부 설립방안에 부정적 시각
정부가 '한국판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를 표방하며 우주항공청 연내 개청을 서두르고 있지만 여야 갈등으로 표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해 이미 지난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당초 6월 국회 의결과 12월 임시청사 개청을 목표로 했으나, 4개월째 법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여야가 우주항공청을 논의할 국회 과방위 안건조정위원회 위원장 선임 등을 놓고 대립하면서 정부가 목표로 한 우주항공청 연내 출범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회 과방위는 우주항공청 설치 특별법 논의를 위해 지난달 27일에 이어 31일 두 차례 안건조정위원회를 열어 위원장을 선출할 예정이었지만 여야 간 견해 차이로 결렬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건조정위원들은 민주당 소속 과방위 간사 조승래 의원(대전 유성 갑)을 위원장으로 추천했지만, 국민의힘은 조 의원 대신 변재일 민주당 의원을 추천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난항이 지속되고 있다. 안조위가 파행으로 치닫으면서 '우주항공청 특별법' 논의를 위한 여야 회의는 언제 열릴지 미지수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소속 과방위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회의 직후 "조승래 간사는 경쟁 법안(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우주항공청 설립을 반대하는 항공우주연구원이 지역구에 있는 등 이해관계에 놓여있다"며 안조위 위원장 선출 결렬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자체 법안 발의와 지역구 특성이 위원장을 맡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여당의 비토 사유가 경쟁법을 냈다는 것인데, 그러면 앞으로 정부여당과 반대되는 법안을 내면 위원장을 할 수 없다는 논리가 성립되는데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냐"라고 반박했다.
현재 항공우주청 설립 특별법을 놓고 과기정통부와 민주당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지난달 발표한 우주항공청 설립 계획에 따르면 청은 청장과 차장, 본부장을 두고 연구개발(R&D)과 첨단항공, 국제협력 등 7개 부문으로 나뉘어 구성된다. 최초 개청 규모는 약 300명이다. 기존 우주항공 분야를 담당하던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은 그대로 두되, 우주항공청 내에 '임무센터'를 만들어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을 담당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여야 모두 우주항공 분야 정책 및 연구개발, 관련 산업 육성 등을 총괄할 전담기관 신설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조직의 소속과 위상 등을 두고는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과기정통부 외청 차관급 기구가 아니라 대통령 직속 국가우주위원회 산하 장관급 기구인 우주전략본부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도 대체 발의해 둔 상태다.
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은 과기정통부 안에 차관급 우주청을 두기보다 국가우주위원회 산하 장관급 '우주전략본부'로 격상하자는 것이다. 다만, 정부의 '우주항공청특별법'과 조 의원이 대표발의 법안 모두 민감한 사안인 입지 관련 내용은 빠져 있다.
장제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이 8월 내 '우주항공청특별법'을 통과시켜 준다면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과방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치는 등 총력전에 나섰지만, 민주당은 '사직 퍼포먼스'로 치부하며 일방적인 의사일정 통보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발표한 우주항공청 설립 계획을 두고 과학기술계도 '급조된 계획'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우주항공청의 핵심 미션을 수행하는 우주개발 연구기관인 공우주연구원과 천문연구원을 청 산하로 일원화하지 않고, 일부 연구조직을 '임무센터'로 지정할 경우 우주항공청이 단순 집행조직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런 구조 하에서는 항우연과 천문연의 핵심 연구조직이 쪼개지고 연구역량이 분산돼 결과적으로 연구 경쟁력과 효율성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항우연 지부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과기정통부 안대로 우주항공청이 설립된다면 항우연과 천문연은 임무센터라는 명목으로 쪼개져 해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차원에선 이 같은 우려를 안고 있는 우주항공청보다는 '독립·범부처 우주 전담기구 설치'가 적절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우주항공청특별법은 부칙에 '시행은 공포된 후 6개월이 지난날부터'라고 명시하고 있어 현 법안에 따르면 연내 개청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여야가 법안 심사 과정에서 부칙을 개정해 경과 규정을 3개월로 단축할 경우 연내 개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국회 과방위가 여야 갈등으로 열리지 못하고 있지만, 과방위 법안 심의가 개시되더라도 여야 간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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