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나가면 곤란해져" 이동관 전화 받았던 기자가 전해준 '그 사건' 전말

김도연 기자 2023. 8. 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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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철 한겨레 사회부장, 칼럼서 '국민일보 기사 무마' 사건 공개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 2011년 5월5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어린이날 행사에서 이동관 언론특별보좌관이 어딘가와 통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원철 한겨레 사회부장이 15년 전 자신이 국민일보 기자 시절 겪었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의 보도 무마 사건 전말을 칼럼으로 공개했다.

2008년 4월 국민일보 보도 무마 사건은 이동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강원도 춘천 농지 취득 과정에서 가짜 영농계획서를 제출했다는 기사가 국민일보 지면에서 빠진 일이다.

▲ 17일자 김원철 한겨레 사회부장 칼럼.

국민일보 보도 전부터 이 대변인은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농지를 취득해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사고 있었다.

국민일보 단독 보도는 2008년 4월28일 사회부 기자들이 강원도 춘천시를 찾아 '거짓 위임장으로 농지를 취득했다는 사실'을 처음 밝힌 것으로 이 대변인의 시인까지 받아 작성됐다.

하지만 보도는 28일 밤 편집국 데스크 반대로 다음 날 보도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 이 대변인이 변재운 편집국장(현 국민일보 사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외압 논란이 일었다. 기사는 5월2일, 1면이 아닌 4면에 실렸으나 외압 논란은 잠재워지지 않았다.

변재운 국장은 “이동관 대변인이 농지를 취득한 것 자체가 이미 불법이란 것이 밝혀진 상황에서 취득 과정에서도 불법이 있었다는 기사는 1면 감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국민일보 노조 성명을 보면, 이 대변인은 변 국장에게 몇 차례 전화를 걸어 기사를 내보내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고 “내가 잘못했다. 이번 건을 넘어가 주면 은혜는 반드시 갚겠다”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커지자 이 대변인은 “국민일보 편집국장은 친한 언론사 동기로, 두세 차례 전화해 사정을 설명하고 자초지종을 얘기하면서 친구끼리 하는 말로 '좀 봐줘'라고 말했을 뿐”이라며 “위협이나 협박을 가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김원철 한겨레 사회부장은 4년차 국민일보 사회부 기자로 '이동관 춘천 농지' 취재 당사자였다. 김 부장은 17일자 한겨레 칼럼 <2008년 이동관 농지구입 사건의 전말>에서 이 대변인이 2008년 4월28일 저녁 7시께 “이 기사 나가면 진짜 곤란해져”, “큰일 할 수 있게 한 번만 기회를 줘”라며 전화를 걸어왔다고 적었다.

김 부장은 “제3자가 그의 부인 명의의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했는데, 대리 제출 사유에 '해외 출타'라는 거짓말이 적혀 있었다”며 “그의 부인은 당시 국내에 있었다. 이런 내용이 내 손에 있었던 것이 그날 그가 내게 전화한 이유였다”고 전했다.

김 부장에 따르면, 2008년 5월 춘천시가 이 대변인 부부에게 “스스로 경작한다고 하더니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지법 위반이다. 땅을 팔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통지문을 전했고 이 대변인은 이를 수용해 농지를 처분했다.

김 부장은 한겨레 칼럼에서 “이동관씨의 불법적 농지 보유는 의혹 아닌 팩트”라며 “그가 시인한 유일한 불법 행위”라고 설명했다.

▲ 국민일보 2008년 5월2일 4면.

김 부장은 17일 통화에서 “그때 MB정부 고위 공직자들이 부동산 문제로 연이어 낙마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동관씨도 낙마로 예상됐다”며 “그러나 그 직후 광우병 사태가 터지며 운 좋게 살아남았다. 우리 기사는 단순 의혹 수준이 아닌 그 자체로 팩트였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당시에도 이씨는 본인 잘못을 시인했다. '이 기사 나가면 진짜 곤란해진다'는 말은 자신이 고위공직자를 하기엔 부적합하다는 걸 이미 15년 전에 본인 스스로 알고 있었다는 뜻”이라며 “언론과 여론에 대한 판단력이 높다고 자부하는 분이 왜 다시 공직에 나서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서면 답변을 통해 가짜 농업계획서를 제출한 경위에 “공동으로 농지를 매입했던 사람 중 한 명이 도맡아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국민일보 편집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에 대해선 “평소 잘 알고 있던 지인 관계로 연락을 했었던 것은 맞으나 어떠한 외압도 행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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