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으로 본 세상] 또 공격당한 크림대교, 1~2차 공격 때 피해 규모 살펴보니
수년 전만 해도 하루 한번 같은 장소를 찍기 어려웠지만 저가 발사체가 늘어나고 소형위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지구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실시간 감시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국방 분야는 물론 재해와 재난 감시, 손해 사정, 산업 동향 분석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위성 영상이 활용되고 있다. 국내 위성 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와 조선비즈는 우주 데이터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우주경제 시대를 앞두고 인공위성 영상 데이터와 국방과 산업,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접목해 분석하는 ‘위성으로 본 세상’과 ‘위성으로 보는 경제’라는 ‘스페이스 저널리즘’ 시리즈를 매주 공개하고 있다.
러시아가 2014년 점령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가 이달 들어 하루 두 차례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러시아 국방부는 12일 성명에서 “우크라이나가 S-200 미사일로 크림대교를 공격했으나 적시에 탐지해 방공망으로 요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발사한 미사일 2발은 크림대교 상공에서 요격됐다고 했다. 또 다른 1발은 케르치 해협상공에서 요격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미사일 공격으로 인한 피해나 사상자는 없었다고 러시아 국방부는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소셜미디어에서는 크림대교가 연기에 휩싸인 모습을 담은 영상이 올라왔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다리가 한때 통제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모스크바 등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에 대한 우크라이나 공격과 키이우 등에 대한 러시아의 드론과 미사일의 공격 빈도는 최근 크게 늘고 있다.
크림대교의 경우 앞서 지난해 10월 8일과 지난 7월 17일 두 차례 공격으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해 다리 일부가 붕괴하는 일이 일어났다. CNN은 이달 16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보안국의 자료를 인용해 이번 폭발에 앞서 크림대교에서 발생한 두 차례 공격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 7월 촬영된 영상은 차량용 교량에서 발생한 폭발 장면과 철도용 교량 아래에서 드론선박이 폭발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그보다 앞서 지난해 10월 8일 크림대교 북단에서 발생한 트럭 폭발로 철도 구간의 연료 탱크에 불이 붙었고 다리의 두개 구간이 무너지는 피해가 나기도 했다. 러시아 국가테러방지위원회는 우크라이나측이 무인드론선박 2척을 동원해 다리를 공격했다며 테러행위로 간주해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 남쪽 끝에 흑해와 접해있는 지역으로 비옥한 농토를 가진 곡창지대로 손꼽힌다. 러시아는 1991년 소련의 붕괴 이후 우크라이나에 귀속된 크림반도를 2014년 3월 무력을 동원해 합병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에 대한 통치력을 강화하기 위해 40억 달러를 투자해 2018년 5월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주와 크림반도 케르치를 연결하는 길이 19km의 유럽 최장 교량인 크림대교를 완공했다. 크림대교는 ‘케르치’다리로도 불리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완공 당시 직접 트럭을 몰고 다리를 건널 만큼 애정을 드러낸 장소다. 러시아 본토와 점령지인 크림반도를 직접 잇는 유일한 다리로, 양국 전쟁 이후 병력과 보급물자를 전달하는 핵심 전략 인프라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는 크림대교가 평화가 아닌 전쟁을 초래하고 있다며 군사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팀은 이번 공격에 앞서 발생한 두 차례 폭발의 피해 면적을 비교해 보기 위해 위성 영상을 활용해 피해 면적을 산출했다.
◇2022년 10월 8일 1차 폭발
지난해 10월 8일(현지 시각) 크림대교를 지나던 화물열차에 실린 유류 탱크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다리 일부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러시아는 크림대교 붕괴에 우크라이나가 관여했다며 사고 발생 이틀 만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보복성 미사일 공습을 단행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2022년 9월 21일과 그 다음달인 10월 8일 에어버스 디펜스앤드스페이스가 운용하는 플레이아데스 네오 위성이 촬영 영상을 보면 정상적인 상태였을 때와 폭발 직후 피해 상황이 극명하게 비교된다.
영상을 보면 러시아에서 크림반도 케르치로 향하는 왕복 4차선 가운데 서쪽 방향 차선에서 발생할 폭발로 교량의 2개 차선의 2개 구간이 무너져 내렸고 인접한 동쪽 방향 차선 2개는 살아남은 모습이 포착됐다.
좌측에 있던 철도교량도 철도 유조 차량에서 난 화재로 크게 손상된 모습이 포착됐다. 위성 사진에 나타난 교량 피해 규모는 상행선 2차선 170여m, 이 가운데 80m가량이 직접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어스페이퍼팀은 1차 폭발 이후 붕괴 탓에 발생한 전체 피해 규모는 약 6514.577m²으로 대략 상암 월드컵 축구장 1개(약 7140m²) 정도 규모에 못 미치는 피해가 발생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도로가 무너져 내려 대교가 끊어진 부분처럼, 직접 피해가 발생한 구역의 면적은 약 1604.964m²으로 추산됐다. 크림대교는 폭발 사고가 난 지 두 달 후인 지난해 12월 19일 다리 보수 공사가 완료되면서 차량 통행이 재개됐다.
◇2023년 7월 17일 2차 폭발
1차 폭발 사고 이후 차량 통행이 재개된 크림대교는 지난달 17일 새벽 3시쯤 러시아에서 가까운 다리 남단에서 다시 두 차례의 폭발이 일어나면서 차량용 교량과 통행 차량 일부가 파손되는 일이 벌어졌다.
플래닛랩스가 운영하는 지구관측 위성인 스카이샛이 7월 23일 촬영한 사진을 보면 이날 두 차례 폭발로 왕복 4차선 다리 가운데 러시아 방향 하행 2차선 다리 상판 약 40여m가 직접적인 피해를, 이 부분 전후로 90여m와 오른쪽 2차선 크림반도 방향 상행선 130여m 구간도 간접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어스페이퍼팀은 위성 영상 분석 결과 전체 피해 면적은 4063.443m²으로 이 가운데 도로가 갈라진 직접적인 피해 면적은 약 549.777m²로 나타났다. 2차 폭발사고 피해 규모는 1차 붕괴보다 크지 않았지만, 도로의 한 구간이 기울어지면서 복구하기 위한 작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이번 사건을 우크라이나의 테러로 규정하고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보장하는 흑해 곡물 협정을 종료 선언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지역의 이즈마일 항구 곡물 저장고를 공습하는 등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에 대한 지속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서는 밀 선물 가격은 2023년 8월 3일 기준으로 전일 대비 1.9% 하락했다.
두 차례에 걸친 폭발에 따른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자유유럽라디오방송은 지난 7월 크림대교 공격 이후 크림반도로 향하는 전쟁물자와 일반 생활물자의 이송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상당수 러시아 화물차량 기사들이 크림반도로 가는 물자 운송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고 있고 선박 운송 과정에서 대기 비용이 늘면서 우크라이나가 상당한 심리적 효과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어스페이퍼팀은 이번 분석을 위해 군집 위성을 운용하는 에어버스 디펜스앤드 스페이스의 플레이아데스 네오 위성과 플래닛랩스가 운용하는 스카이샛과 슈퍼도브 위성이 촬영한 위성영상을 활용해 피해 상황을 살펴봤다. 에어버스가 개발해서 운용 중인 플레이아데스 네오 위성은 지구에서 620km 떨어진 궤도를 돌고 있다.
이 위성에는 지상의 가로세로 0.3m짜리 물체를 한점으로 인식하는 해상도 0.3m 카메라가 달려있다. 지상의 소형차량 종류는 물론 사람까지 인식하는 수준이다. 180도 지구 반대편에 쌍둥이 위성이 돌고 있는데 하루에 최소 2차례 같은 지역을 방문하며 하루에 한반도 면적의 2배보다 넓은 50만km²의 위성 영상을 새롭게 찍고 있다.
스카이샛 위성에는 가로 0.5m, 세로 0.5m인 물체를 한 점으로 인식하는 0.5m 해상도를 가진 광학카메라가 실려 있다. 스카이샛 위성은 여러 기 위성이 마치 연결된 기차처럼 같은 궤도를 따라 같은 지역 상공을 하루에 5~7번씩 지나며 땅 위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지구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스캔하듯 볼 수 있어 북한의 핵실험이나 로켓 발사, 자연재난, 농작물 작황 등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는 데 유용하다. 슈퍼도브 위성은 해상도가 10~60m으로 정밀도는 떨어지지만 대형 다리 붕괴처럼 수백km²의 비교적 넓은 지역에 걸쳐 나타나는 민감한 변화를 매일 감시하는데 사용된다.
자세한 내용은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 사이트를 보면 된다. 위성 영상의 전후 비교를 정확히 보고 싶으면 조선비즈 사이트에서 기사를 보면 더 편하게 영상을 비교할 수 있다.
참고자료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 https://ep.naraspa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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