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엔 관심없고 교도소 무섭단 말뿐” 판사가 꾸짖은 여중생 반성문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오로지 자기가 힘들다는 생각 밖에 안드나”

초등학생을 성 착취하고 집단 폭행하는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도 반성문에는 ‘제대로 된 반성’이 없었다. 처음 와본 교도소가 무서워 집에 가고 싶다는 말만 있을 뿐. 판사는 그런 가해자를 향해 “피고의 교도소 생활은 궁금하지 않다”며 이렇게 꾸짖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진재경 부장판사)는 17일 아동·청소년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중학생 A(16)군과 B(16)양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A군은 지난 4월 11일과 12일 새벽 초등학생 C(12)양의 주거지를 찾아가 인근 공영주차장 화장실에서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군은 동행한 공범에게도 C양을 성폭행하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6월 7일 B양은 서귀포시 한 놀이터에서 A군을 비롯한 공범 3명과 C양을 집단 폭행했다. C양이 자신의 험담을 하고 다니는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가해자들은 서로 번갈아 가며 발로 차는 등 피해자를 무자비하게 때려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이후 C양이 경찰과 부친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자, B양은 또다시 움직였다. 사흘 뒤인 10일 오전 2시쯤 공범 1명과 함께 C양을 폭행한 것이다. 당시 “숨을 쉴 수 없다”는 피해자 호소에도 B양의 범행은 멈추지 않았으며, 오히려 C양을 협박해 옷을 벗게 한 뒤 휴대전화로 알몸을 촬영하기까지 했다.

이날 공판에서 A군 측은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그러나 B양은 “피해자를 불러 때린 건 맞지만 협박해 옷을 벗게 하고 사진을 촬영한 건 같이 있던 공범이 했다”고 주장했다. 공고 사실 일부를 공범 잘못으로 떠넘기면서 “도리어 나는 말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진술을 듣던 진 판사는 “B양이 그동안 반성문을 참 많이 냈다”며 말문을 열었다. 앞서 B양은 지난달 초 기소된 이후 재판부에 16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진 판사는 “피해자 고통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고 90% 이상이 ‘교도소에 처음 와보니 너무 무섭고 하루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다’ 등 모두 본인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소 사실을 보면 단순히 ‘내가 그때 좀 성질이 못됐었어, 그때 그 애 아픔을 왜 생각 못 했지’ 정도로 생각할 사안이 아닌 너무 끔찍한 사건”이라며 “B양이 교도소 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힘든지는 궁금하지 않다. 본인 잘못을 돌아보고 자신의 범행으로 상대방이 어땠을지 생각해 보라”고 꾸짖었다.

한편 피고인들에 대한 2차 공판은 증인 소환 일정을 조율한 뒤 오는 9월 7일 오후 2시쯤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