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비명…2조원 매수 美국채ETF 23% '뚝'

미국 긴축종료 기대감에
3배 레버리지상품 쓸어담아
美국채 금리올라 손실 눈덩이

최근 국채 금리가 재차 상승하며 채권 투자 손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열기는 계속되고 있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올해 해외 증시에서 미국 장기채 관련 ETF 4개를 총 15억7763만달러 규모 순매수했다. 장기채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인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불 3배 ETF'(TMF)를 8억7471만달러어치 사들여 개별 종목을 포함해 서학개미 순매수 1위에 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연내 마무리되고 이후 금리가 하락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며 매매차익을 노린 개인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 움직임에 민감한 장기채 중에서도 변동성을 더욱 높여 투자할 수 있는 레버리지 ETF인 TMF에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됐다.

하지만 채권 가격이 바닥이라고 인식해 진입했다가 현재 손실을 기록한 투자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 경기지표 호조로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미국 장기국채 금리가 또다시 급등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기준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258%로 1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리가 다시 치솟으면서 3배 레버리지 ETF인 TMF의 수익률은 연초 대비 -22.7%를 기록하고 있다. 엔화로 투자하는 미 장기채 ETF는 금리 상승과 엔화 가치 하락에 타격을 입어 올해 13.16% 떨어졌다. 또 다른 ETF인 TLTW(-6.29%), TLT(-5.75%)도 마이너스 성과를 냈다.

개미들은 손실권에서도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꾸준히 '물타기'하고 있지만, 당분간 금리가 추가 상승하거나 횡보할 경우 추가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주식 대비 채권의 매력이 높아지면서 장기적 관점으로 국채를 사들일 만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환경은 향후 주당순이익(EPS)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고, 연일 이어진 급등으로 주식의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은 부담스러운 수준에 도달했다"면서 "주식 대비 채권의 매력이 높아지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현재 장기국채 가격은 부담 없이 접근 가능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김금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