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캔 기술로 배터리캔 도전 … 동원 '연쇄혁신' 멈추지않겠다"

김대영 기자(kdy@mk.co.kr), 배한철 기자(hcbae@mk.co.kr), 박동민 기자(pdm2000@mk.co.kr) 2023. 8. 1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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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량기업 대상 /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안전한 식품포장 노하우로
2차전지 패키징 기술 개발
초고강도 알루미늄 양극박
배터리용량 늘리는데 도움
부산신항에 첫 스마트 항만
육상 연어양식 사업도 시작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25회 매일경제·한국경영학회 하계 융합학술대회 공식 개막식에서 최우량기업대상을 받은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오른쪽)이 시상자인 김재구 한국경영학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동원그룹은 본업을 파고들면서도 혁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과감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25회 한국경영학회 하계 융합학술대회에서 최우량기업대상을 받았다. 동원그룹은 국내 경영학자들이 뽑은 모범적 국가대표 기업으로 선정된 것이다.

한국경영학회는 국내 기업 위상을 전 세계에서 높여 국가 브랜드 가치를 향상한 기업을 학계에 알리기 위해 매년 최우량기업대상을 시상하고 있다. 동원그룹은 현업에 안주하지 않고 결핍을 찾아 해결해 나가는 연쇄적 혁신(체인 이노베이션) 노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 부회장은 수상 소감에서 "바다 위에서 파도와 싸우는 게 일상이었던 동원에 혁신은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다"며 "현업에서 문제를 찾고 이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찾아가는 과정의 반복이 체인 이노베이션이라는 동원의 성장 DNA가 됐다"고 밝혔다.

1969년 중고 원양어선 한 척으로 시작한 동원그룹은 현재 천연 자원을 직접 이용하는 1차 산업부터 제조업인 2차 산업과 서비스업인 3차 산업까지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동원은 참치만 잡는 기업으로 만족하지 않았다"며 "1982년 동원참치를 내놓으며 식품 제조업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1차 수산업에서 2차 제조업으로 확장한 혁신이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동원참치는 국내 최초로 참치 살코기를 통조림에 담은 제품이다. 동원참치가 출시되기 전인 1980년대 초 참치캔은 일종의 선진국 식품으로 여겨졌다. 국내시장에서는 꽁치캔 정도만 유통되고 있었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국민에게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하겠다'는 일념으로 과감히 참치캔을 유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그룹의 참치캔 사업은 2008년 미국의 세계 1위 참치 기업 스타키스트 인수를 통해 한국에서 세계로 무대를 넓혔다. 당시 세계 금융위기로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3억6300만달러라는 거액을 과감히 투자했다. 스타키스트는 동원그룹에 편입된 후 반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현재 미국 참치캔시장의 약 50%를 점유 중이며 남미시장에서도 탄탄한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다. 동원그룹은 스타키스트를 인수한 후에도 2011년 세네갈 국영기업 SNCDS를 인수해 유럽과 북아프리카, 중동 등 다양한 지역의 참치캔시장으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우리가 만든 식품을 소비자에게 안전하게 전달하기 위해 시작한 고민이 2차전지 소재 사업으로 이어졌다"며 "참치캔 제조 기술을 활용해 2차전지 배터리캔 생산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레토르트식품용 포장재 사업에서 쌓은 기술로는 2차전지 셀파우치라는 신사업을 개척했다"고 강조했다.

동원그룹의 2차전지 소재 사업은 핵심 계열사인 동원시스템즈가 이끌고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1988년부터 그룹 계열사가 생산하는 식품의 포장재를 만들어 왔다. 참치캔 등의 외장재를 다른 업체에 맡기는 것보다 그룹 안에서 자체 생산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이었다. 동원시스템즈의 참치캔 제조 기술은 전해액 등 배터리 내용물을 담는 원통형 배터리캔 생산 사업으로 이어졌다. 본업을 파고든 게 연쇄적 혁신을 이룬 셈이다.

또 동원시스템즈는 식품 용기를 생산하며 확보한 기술로 알루미늄 양극박 사업에도 진출 중이다. 해당 기술은 알루미늄을 얇고 고르게 펴는 것이다. 알루미늄 양극박은 2차전지에서 전자가 이동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현재 동원시스템즈는 국내 최고 수준의 초고강도 알루미늄 양극박을 개발해 주요 배터리 제조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동원시스템즈의 알루미늄 양극박은 당겼을 때 끊어지지 않고 늘어나는 비율인 연신율을 잘 유지하면서도 강도를 크게 개선했다. 배터리 용량을 늘릴 때 생길 수 있는 균열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김 부회장은 "동원그룹은 기존 본업을 강화하는 혁신도 진행 중"이라며 "최근 강원도 양양군과 정선군에서 육상 연어양식 사업을 시작해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고, 물류업은 부산 신항에서 국내 최초 완전 무인자동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스마트 항만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국경영학회 최우량기업대상은 동원그룹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격려이자 성장 노력을 멈추지 말라는 주문으로 명심하겠다"며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혁신을 추구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동원그룹은 혁신을 통한 성장과 함께 그 과실을 나누는 데에도 망설이지 않고 있다. 동원그룹의 지난해 매출액은 사상 최대인 9조원을 기록했다. 창립 첫해인 1969년 4100만원 대비 22만배나 성장했다. 사회공헌 차원에서 동원그룹은 1979년 동원육영재단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현재까지 총 1만여 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또 인류 전체의 문제인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50년 탄소배출 제로 달성을 선언했다.

동원그룹은 또다시 진취적인 혁신 기회를 찾고 있다. 수상식에서 만난 동원그룹 관계자는 "현재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과 원자재가격 변동 등 불확실한 국내외 경영 환경은 동원그룹을 비롯한 많은 기업에 중대한 위기 요소"라며 "하지만 그 속에서도 새롭게 반등할 기회를 찾는 것이 기업의 진정한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것이 곧 혁신이고 혁신은 품질 경영에서 시작된다"며 "품질 경영은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가 좋다는 차원을 넘어 고객 소통·업무 방식, 사업구조 등 경영 전반을 능동적이고 다차원적으로 진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원그룹은 품질 경영을 기반으로 미래 비전과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김대영 부국장(팀장) / 배한철 부장 / 박동민 기자 / 서진우 기자 / 이유섭 기자 / 송민근 기자 / 정유정 기자 / 김희수 기자 / 사진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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