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톈진 집값 20% 이상 폭락 …'중국판 리먼사태' 경고음
◆ 중국發 리스크 확산 ◆
2021년 헝다그룹의 채무 불이행(디폴트) 사태를 가까스로 버텨냈던 중국 부동산 시장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위기를 계기로 다시 총체적 난국에 봉착했다. 부동산 거래가 급감하고 가격은 폭락하면서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에 따라 중국판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17일 블룸버그는 "부동산 중개인과 민간 데이터 업체가 제공하는 자료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시장 하락세는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라며 중국 부동산 시장의 위기를 집중 조명했다. 블룸버그가 현지 중개업자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 항저우 소재 알리바바 본사 인근 주택 가격은 2021년 10월 정점 대비 25~2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과 금융계 인사가 많이 찾는 상하이 번화가 롄양지구 주택 가격은 2021년 중반의 최고치에서 15~20% 하락했다. 주요 도시 외에 2선, 3선 도시의 주택 가격 낙폭은 더 컸다. 중국은 도시 규모를 기준으로 1~5선(線)으로 구분하며 1선 도시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이다.
블룸버그는 주택 거래 서비스 제공 업체인 KE홀딩스의 데이터를 인용해 2018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2선 및 3선 도시 절반 이상의 기존 주택 가격이 정점 대비 15% 이상 하락했다고 전했다. 톈진, 타이위안, 시안 집값은 각각 20%, 22%, 26% 하락했다. 이 같은 하락폭은 중국 당국이 발표한 주택 가격 하락폭을 크게 넘어서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침체를 숨기려는 통계가 역설적으로 침체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 구매자들이 공식 통계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급격한 가격 하락이 나타날 때까지 주택 구매를 미룰 수 있고, 이는 장기적인 주택 시장 불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택 가격 하락과 거래 급감은 부동산개발사들과 부동산 관련 금융사들의 유동성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비구이위안과 위안양(시노오션) 디폴트 위기에서 시작된 충격파가 금융시장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6일 대형 부동산신탁회사인 중룽국제신탁 베이징 본사 앞에서는 고객 수십 명이 몰려들어 "내 돈을 돌려달라"고 시위를 벌였다. 중룽국제신탁이 최근 3500억위안(약 64조원) 규모 만기 상품에 대한 상환을 연기하자 돈이 묶인 고객들이 항의에 나선 것이다. 블룸버그는 "비구이위안 사태로 불거진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금융 부문으로까지 이미 전염됐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한발 더 나아가 중룽국제신탁 대주주인 중즈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고 시인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확산됐다. 외신에 따르면 중즈그룹은 지난 16일 투자자들과 회의를 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부채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블룸버그는 "1995년 설립된 중즈그룹이 운용자산 규모가 1조위안(약 182조원)에 달하는 대형 금융그룹으로 성장했지만 이제는 실패 위험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이 부동산 시장의 급한 불을 끄겠다고 나섰지만 위기의 끝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은 17일 중국 주요 국영은행들이 이번주 들어 위안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역내외 현물환 시장에서 달러화를 팔고 위안화를 사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달러 대비 위안화가치는 이달 들어 2.4% 하락했으며 올해 전체로는 6% 떨어졌다.
한편 부동산 시장 위기 등으로 인해 중국 경제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5일 '공동부유'를 강조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설문이 뒤늦게 공개돼 주목을 받았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중국과 같은 크기의 대국이 현대화하는 과정에 대한 어려움을 강조하면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인내와 끈기를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 주석이 인내심을 강조하자 시장에서는 고통을 동반한 장기적 체질 개선을 더 선호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베이징 손일선 특파원 / 서울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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