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미래, 예산 삭감 말라”…11년 만에 출판계 대규모 집회

최원형 2023. 8. 17. 17:4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역사상 유례없는 불황'에 빠진 우리 출판계가 "책문화 살리기"에 정부가 제대로 나서야 한다며 궐기대회를 열었다.

이어진 각 출판단체 또는 출판인 발언에서 출판계 원로인 김태진 다섯수레 대표, 양현범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 회장, 이다혜 플랫폼P입주사협의회 대표, 강수걸 전 지역출판연대 회장 등이 도서정가제를 통한 서점과의 공생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출판독서문화 진흥을 위한 출판정책의 부재, '플랫폼P 사태'에서 보이는 문화행정의 파탄, 지역출판의 가중된 어려움 등을 비판하며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책문화 살리기 출판문화인 궐기대회’에서 출판문화인들이 거꾸로 가는 정부의 출판정책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역사상 유례없는 불황’에 빠진 우리 출판계가 “책문화 살리기”에 정부가 제대로 나서야 한다며 궐기대회를 열었다. 출판인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지난 2012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 ‘낙하산 임명’ 반대를 위해 열었던 집회 이후 처음이다.

출판계 대표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를 비롯해 여러 출판단체 회원 500여명은 17일 오후 2시30분 서울 용산구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사무소 앞에서 ‘책문화살리기 출판문화인 궐기대회’를 열고, 대회가 끝난 뒤 서울역까지 행진을 벌였다. 윤철호 출협 회장은 “좋은 책, 다양한 책들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인데도 정부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며 정부에 출판계 요구사항 네 가지를 전달했다. △세종도서, 학술원 도서, 문학나눔 사업 등 기초학술·교양 출판을 활성화할 출판지원 예산 삭감 계획을 중지하고 도서관의 도서 구입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 △불법스캔·불법복제가 심각한 저작권 절도 범죄라는 점을 사회가 인식하도록 법을 바꾸고 제대로 집행하고 교육시켜야 한다, △출판권자들의 권익이 보장되지 않는 저작권법·도서관법을 개정해야 한다, △최소한 장관이 직접 나서서 출판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등이다.

출판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유례없는 불황이 닥쳤는데도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각종 지원사업 예산을 삭감하는 등 거꾸로 가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에도 증가했던 출간 종수는 2021년 6만5000여종에서 2022년 6만1000여종으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문체부는 “세종도서(교양·학술), 문학나눔도서(문학) 등 저자와 출판을 지원하는 예산을 전면 삭감하려 하고 있고, 학술원의 우수학술도서(학술) 지원예산 역시 몇 년 새 반 토막이 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곽미순 출협 부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문체부 장관은 출판계와 어떠한 논의도 없이 케이(K)-북 비전식을 열고 1인출판, 중소출판 지원대책을 내놓는 등 문화행정 파행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책문화 살리기 출판문화인 궐기대회’에서 출판문화인들이 거꾸로 가는 정부의 출판정책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장주연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회장은 불법 복제와 스캔 등 저작권 불법 유통 문제를 제기하며, “현재 학술, 과학기술, 대학교재 등의 출판 분야에서 출판인들이 체감하는 매출 하락은 20~30% 이상으로, 몇 년 더 지나면 학술 및 고등교육 출판 분야는 사멸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노일 한국학술출판협회 부회장은 “해외 여러 나라들이 저작인접권이나 판면권을 도입하여 출판사를 보호하고 출판산업 진흥을 도모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이를 도외시하고 있다. 수업 목적 보상금 역시 저작권자만 지급하고 출판사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부회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수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공공대출권’(도서관 대출 등에 대해 저작권자에게 보상금 지급)의 도입도 주장했다.

문체부는 올해 들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세종도서 사업, 한국문학번역원의 번역 지원 사업, 출협의 국가보조 사업인 서울국제도서전 등에 잇따라 감사를 실시해 출판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윤철호 회장은 “이번 집회는 서울국제도서전에 대한 문체부의 감사나 출협에 대한 날 선 공격과는 상관 없이, 훨씬 이전부터 준비되어 온 것”이라 밝혔다. 다만 “주무부처의 장관이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출판인들과 만나서 대화 한 번 한 적 없는데, 출판계가 집회를 한다니까 갑자기 간담회를 만들고 보도자료를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진 각 출판단체 또는 출판인 발언에서 출판계 원로인 김태진 다섯수레 대표, 양현범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 회장, 이다혜 플랫폼P입주사협의회 대표, 강수걸 전 지역출판연대 회장 등이 도서정가제를 통한 서점과의 공생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출판독서문화 진흥을 위한 출판정책의 부재, ‘플랫폼P 사태’에서 보이는 문화행정의 파탄, 지역출판의 가중된 어려움 등을 비판하며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