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사법리스크 재부상 … 檢 9월 영장청구땐 체포안 표결해야
14분간 입장 토로…유세 방불
李 "한푼의 사익도 안 취해"
檢 "배임은 사익추구와 무관"
與 "시시포스처럼 욕심 많아
끝없는 죗값 결말도 같을 것"
친명, 李구속 '플랜B' 고민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7일 검찰 출석으로 한동안 물밑으로 내려가 있던 '사법 리스크'가 재부상했다.
검찰의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는 야당과 대표직 사퇴를 주장하는 여당의 관심은 공통적으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시점에 집중됐다. 국회 회기 중 영장을 청구할 경우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이 대표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임시국회 기간인 이달 중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라고 검찰에 촉구했다.
서울중앙지검이 담당하고 있는 '백현동 개발 특혜 수사'만을 고려한다면 이달 중 구속영장 청구가 가능하지만 검찰은 수원지검에서 수사 중인 '대북송금 수사'까지 병합해 한꺼번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아직 대북송금 수사와 관련해 단 한 차례도 소환조사를 받지 않았다. 향후 수원지검 출석 일정을 다시 조율하고 이 대표를 소환조사한 검찰이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의 조사 내용을 종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면 9월로 넘어간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임시국회 기간인 8월 중 구속영장이 청구되더라도 '회기 쪼개기'가 가능해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 이 대표가 법원의 영장심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영장청구 시점이 정기국회 기간인 9월로 넘어가게 되면 여야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진행해야 한다.
민주당 내부에서 친명·비명 간 잡음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체포동의안을 표결하는 것 자체가 민주당에 큰 부담이다.
친명계인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우리가 합리적으로 생각할 때는 재판으로 가게 되면 유죄가 나올 수 없다는 확신은 분명하고, 영장도 사실 발부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만에 하나 영장이 발부된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되나' 하는 플랜B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플랜B에 대해 비명계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전당대회 체제로 넘어가거나 12월께 비대위로 가는 체제까지 다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이날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 혐의에 대해 이 대표를 집중 조사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당시 백현동 사업에서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가져올 수 있었던 개발 이익을 포기했다며 배임죄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14~2015년 성남시 분당구 옛 한국식품연구원 용지 개발과 관련해 민간업자들의 청탁을 받고 성남도공을 개발사업에서 배제시킴으로써 성남시와 성남도공이 확보할 수 있었던 수백억 원대의 이익을 포기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 대표는 검찰 출석 직전 "한 푼의 사익도 취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배임은 사익 추구와 관련 없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이날 검찰 출석 전 14분간 읽어 내려간 입장문을 통해 부상한 사법 리스크가 '검찰에 의한 조작'이라고 부각하려 노력했다. 특히 지지자들이 운집한 서울중앙지방법원 앞 삼거리에서 미리 설치된 '마이크 단상'에 올라 입장을 표명한 이 대표는 발언 직전 단상 앞 지지자들을 향해 오른손을 흔들거나 허리를 숙여 인사하면서 마치 선거 유세를 방불케 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참으로 잔인한 시대다. 정권이 바뀐 뒤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집요하고 지루하게 끌고 가는 모습에서 국민은 수사가 아니라 정치를 본다"면서 "검찰에 요구한다. 명백한 증거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수사하고 더 이상 지루하게 끌지 말고 신속하게 마무리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면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를 향해 "비틀어진 세상을 바로 펴는 것이 이번 생의 소명이라 믿는다면, 방탄을 포기하고 대표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직격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의 범죄 혐의에 대한 조사임에도 오로지 윤석열 정권 탓만 하며 열을 올렸다"며 "자신을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누군가'에 비유하며 '국민과 국가에 대한 기여'를 이야기하는 모습에서는 소름 끼칠 정도의 뻔뻔함과 분노가 느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그리스 신화 '시시포스'에 빗댄 것에 대해 "시시포스는 애초에 욕심이 많았고 속이기를 좋아했다. 이 대표와 참으로 닮은 시시포스, 끝없는 죗값을 받았던 그 결말도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철 기자 / 김희래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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