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는 왜 '농지'에 텐트를 치게 됐나…부지선정·매립과정 살펴보니

김지영 기자 2023. 8. 1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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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막일인 1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야영장에서 대회 참가 대원들이 야영 준비를 하고 있다. 2023.8.1/뉴스1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부실 준비에 대한 책임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권에서는 잼버리 파행의 잘못된 부지 선정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농지로 조성된 잼버리 야영장은 행사 기간 내내 침수, 배수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물 웅덩이에서 흙과 해충이 뒤섞이며 위생 문제까지 더해졌다. 왜 이런 곳이 야영지로 선정된 것일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농어촌공사(이하 '농어촌공사')로부터 제출 받은 '새만금 잼버리부지 매립사업 추진 경과 자료'에 따르면 2017년 8월 여성가족부·전라북도 등이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를 새만금지역에 유치하기로 확정했다. 위치는 부안군 하서면 공유수면이다. 884ha에 이르는 면적으로 매립이 안된 상태였다.

이곳이 개최지로 선정된 뒤 본격적인 매립 공사가 시작된 것은 2년5개월이 지난 후였다. 새만금 잼버리 부지 매립공사 기본계획부터 사업비 승인, 세부 설계, 입찰 공고와 낙찰자 선정까지 시간이 필요했던 탓이다.

주변에 야영지로 적합한 다른 부지는 없었던 것도 아니다. 행안위 소속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실이 14일 새만금개발청과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생명용지 5공구는 2013년 6월26일 착공해 2017년 12월31일 준공돼 매립이 마무리됐고 2공구는 2015년 7월10일 매립에 착공해 2018년 3월31일 준공됐다.

그럼에도 전라북도가 해당 부지를 택하면서 부지 매립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허비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2017년 12월잼버리 대회 기간까지 예산과 공사 시간을 충당하기 위해 애초 관관레저용도였던 해당 부지를 농업용지로 용도를 변경했다. 농식품부가 농지기금 1846억원을 들여 매립하기로 결정했다. 농기관리기금법에 제 34조에 따라 농지조성사업 용도로 기금 사용이 가능했다.

반면 관광레저용지의 경우 대부분 기업 주도형 관광·신산업 복합단지, 투자유치형 재생에너지 연계사업 등으로 사업시행자 지정 등 인허가 절차에만 2~3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명시돼 있다. 사업구상 등에도 2~3년이 더 필요했다. 이 경우 매립에 필요한 공사 비용 역시 단계별로 지급이 늦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전라북도는 토지 이용계획 변경의 방법으로 사회간접자본(SOC)를 통해 새만금 내부 개발을 앞당기고 기업 투자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농지로 조성된 대회 부지는 야영에 적합하지 않았다. 우선 그늘막 없는 대지일 뿐 더러 물이 고여 있어야하는 특성상 평평하게 지반 공사를 하기 때문에 배수도 원활하지 않다. 이같은 문제는 잼버리 행사 기간 여실히 드러났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8일 오전 전북 부안군 잼버리 대회장에서 조기 철수를 하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에 이어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되자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이날 버스 1000여대를 동원해 156개국 3만6000여명을 철수시킨다. 2023.8.8/뉴스1

이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은 없었을까. 여기에서 전라북도의 늦장 행정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농어촌공사는 2020년 1월에 새만금 잼버리부지 매립공사를 착공해 2021년 3월에 준설ㆍ매립을 완료했다. 이후부터는 영지가 구분되고 차량통행이 가능한 상황으로 잼버리 행사 기반시설 및 상부시설 설치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 의원이 농림부로부터 받은 '공유수면 점용·사용허가 신청 현황자료'에 따르면 전라북도는 이후 7개월 간 이를 방치했다. 잼버리 부지에 행사 기반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농림축산식품부에 공유수면 점용·사용허가를 신청해서 승인받아야 하는데 전라북도는 2021년 10월 13일이 돼서야 농림축산식품부에 공유수면 점용·사용허가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라북도의 늦장 행정처리로 인해 조직위 등의 전반적인 후속 예산 집행은 물론 배수 문제 등을 사전에 검점할 골든 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017년 국조실 주관으로 잼버리 부지의 신속한 매립공사를 위해 토지이용계획도 변경하고 농지관리기금까지 끌어서 잼버리 부지 매립을 강행했다" 며 "대회를 2년여 앞두고 해당 부지의 준설·매립 공사가 완료됐음에도 전라북도는 늦장 행정 처리로 일관했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같은 부지 선정 과정상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김관영 전북지사가 국회 상임위원회에 출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도지사는 이날 자신의 출석 여부를 두고 국회 상임위원회가 파행된 것과 관련 "언제든지 국회에 출석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면담하고 기자들과 만나 "최근 잼버리 사태 관련 전북지사의 국회 출석 문제를 놓고 국회가 파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저는 언제든지 국회에 출석할 의사가 있고, 저로 인해 국회가 파행하는 건 나라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사를 밝혔고, 박 원내대표에게도 명확한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에에 따라 여야 행정안전위원회 간사 간 추후 일정을 통해 전체회의일정을 확정하고 현안 질의에 나설 전망이다.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14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8.14/뉴스1


김지영 기자 kjyo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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